[데스크 눈] 영월 단종문화제 글로벌화에 거는 기대

방기준 2024. 4. 25.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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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기준 영월주재 국장

영월은 역사와 전통·천혜의 자연환경을 두루 갖춘 관광도시로 널리 알려져 있다. 비운의 조선 6대 임금 단종의 왕릉인 장릉을 비롯해 그의 유배지인 청령포, 조선 후기 해학의 방랑시인 김삿갓(본명 김병연) 생가와 묘, 고씨동굴과 별마로천문대, 동강생태공원 등이 대표적인 관광지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단종 관련 콘텐츠는 영월을 대표하는 관광 아이템으로 명성이 높다. 10살에 즉위해 아무에게도 보호받지 못한 채 반강제적으로 왕권을 빼앗긴 데다 숙부 세조에 의해 폐위돼 영월로 유배를 당한 것도 모자라 17살이 되던 해에 죽임을 당했다는 가슴 아픈 스토리 때문이다. 때문에 숙종 24년인 1698년부터 단종과 충신들의 넋을 달래고 충절을 기리는 제향(祭享)으로 명맥을 이어 오다가 1967년 4월 5일 한식에 맞춰 영월 유림들을 주축으로 군민 모두가 주도하고 참여해 자생적으로 단종문화제를 탄생시켰다.

영월의 대표적 문화관광축제인 단종제는 영월군의 현대사이며, 영월군의 발전과 번영·미래가 담긴 연대기이자 영월 군민의 삶과 노력·자부심으로 이룬 시대의 벽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영월에 깃든 모든 사람의 희로애락을 흥(興)과 예(藝)로 새긴 기록사이며 영월의 문화·예술·체육을 집대성한 시간의 박물관이기도 하다.

올해로 57주년을 맞는 단종문화제는 ‘단종의 옷자락을 따라’를 주제로 오는 26일 개막, 28일까지 사흘간 세계유산 장릉과 동강 둔치·문화예술회관 등 영월읍 일원에서 펼쳐진다. 단종 국장(國葬) 재현 등 기존 정례 행사 외에 올해 주제에 맞게 갓과 댕기·곤룡포 등을 만들어 보는 이색적인 체험 행사와 함께 단종과 그의 비(妃) 정순왕후와 관련된 군민 참여형 퍼레이드를 새로이 선보일 예정이다. 2027년이면 단종 승하 570년과 함께 단종제는 60주년을 맞는다. 이에 영월군은 민선 8기 출범 이듬해인 2019년부터 단종제가 영월을 넘어 대한민국, 더 나아가 세계로 도약하는 청사진을 그리며 글로벌화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기 시작했다.

서울 종로구 등 단종 관련 시·군·구와 문화 콘텐츠 융합을 통한 활성화 방안 연구용역을 첫 발걸음으로 강원도민일보와의 단종 어진(御眞) 제작 및 선현 정부 표준영정 제100호 지정 기념 심포지엄과 봉안, 단종제 60주년 글로벌화를 위한 대토론회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전략 특별세미나 개최, 단종대왕 관련 스토리 연구 등을 진행했다.

지난해 8월에는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단종제의 역사문화적·지역공동체 가치구현 기조 아래 군민 참여 및 역할 제고 방안과 글로벌화를 위한 홍보마케팅, 단종과 정순왕후의 사랑을 주제로 한 스토리텔링 등을 모색하는 심포지엄을 열기도 했다. 또 같은 해 9월 22일 자로 단종제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칡줄다리기가 강원특별자치도의 무형문화재로 공식 지정됐다.

군은 오는 6월까지 단종제 60주년 글로벌화 기본계획을 완성하는 한편 60주년 특별프로그램으로 지난해 완성된 두 편의 시나리오를 활용해 단종과 정순왕후의 사랑을 담은 군민 참여의 대형 뮤지컬 극본을 완성할 방침이다. 특히 뮤지컬 제작과 공연 예산은 가급적 군민펀드 방식으로 조성할 예정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단종이야말로 서양의 어떤 왕과 영웅·역사인물보다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갖추고 있고, 단종을 품고 있는 영월이야말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스토리의 힘을 지니고 있다고 확언했다.

또 영월군은 2022년 12월 문화관광체육부 주관의 법정 문화도시로 최종 선정됐다. 도내에서 유일하게 조선 왕의 무덤을 간직한 위리안치(圍籬安置)의 고장 영월이 석탄을 캐던 광산 도시에서 문화도시로 새로운 도약을 앞두고 있다. 그 중심에 유배 온 왕의 슬픔을 가시꽃처럼 보듬고, 피땀과 눈물로 경제를 일군 영월 군민들이 있다. 이들이야말로 세계의 손님을 맞이하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의 기준이 되고 있는 요즈음 가장 영월다운 단종제는 전통의 기단 위에 오늘의 의미와 해석을 차곡차곡 쌓아 또 다른 성(城)을 쌓을 것이다.

단종제가 세계로 나아가는 길에 지름길은 없다. 영월 군민이 주인공으로 참여해 자발적으로 즐기면서 세계와 끊임없이 소통하는 작은 발걸음들이 징검돌로 하나하나 쌓일 때 세계로 향하는 강물을 건너 영월의 너른 품과 자연스레 만나게 될 것이다. 60주년을 앞두고 세계화를 꾀하고 있는 단종제가 더욱 확장할 수 있는 얼굴과 날개를 달고 힘찬 비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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