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마을 흩어지는 공동체Ⅱ] Ⅱ-5 춘천 소양동, 다시 중심으로

오세현 2024. 4. 25. 00: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파트만 우후죽순…캠프페이지 설움 씻고 봄 올까
기와집골 자리 고층 아파트 잇따라
소양촉진2구역 20년 갈등 지나 공사 한창
아파트 들어서고 원주민들 뒤편으로
홀로 남은 어르신 주거 지원도 필요
춘천역·명동 인근, 개발 가능성 많아
방치된 상가 정비·정주여건 개선 시급
역사문화공원 조성 등 사람이 모여야
춘천시, 캠프페이지 도시재생 지구 도전
관광지 연계 역세권 개발 동시 추진
근화동 하수처리장 이전 등 활력 기대

과거의 영광은 옛 일이 된 지 오래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부촌이었다는 말도, 관공서들이 몰려있어 호황기였다는 얘기도 이제 기억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 캠프페이지가 반환된 지 올해로 19년, 준상이네집의 영광은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지났다. 춘천시 소양동은 침잠의 시간을 지나가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기회도 다가오고 있다. 민선8기 들어 캠프페이지와 하수처리장을 중심으로 한 역세권 개발계획과 캠프페이지 도시재생혁신지구 본 지정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넘어야 할 행정절차와 주민의견 수렴 과정이 남아있지만, 소양동 입장에서는 다시 기지개를 켤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지역이 다시 활력을 되찾길 바라는 주민들의 마음도 여전하다.
 

▲ 춘천 기와집골에 들어서는 더샵 소양스타리버. 최고 26층 높이의 아파트다. 소양동은 2000년대 들어 옛 골목을 밀고 아파트가 잇따라 세워졌다. 김정호

■ 적막과 아파트가 채운 마을

춘천 소양동은 아파트들로 채워지고 있다. 추억이 서려있던 골목들, “잘만 보존하면 관광상품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던 기와집골 자리에는 이제 고층 아파트들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2004년 춘천요선지구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의 ‘한신휴플러스’는 춘천 재건축·재개발의 시초다. 서부시장 인근에 들어선 364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시작으로 춘천의 재건축·재개발도 물꼬를 텄다. 이후 근화주공A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근화신성미소지움을, 후평주공1단지재건축조합이 포스코 춘천더샵 아파트를 잇따라 세웠다. 도청 아래 1431세대 규모의 e편한세상까지 완공되면서 소양동의 모습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최근 소양동은 또 다른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옛 기와집골 자리에 들어서는 소양촉진2구역 재건축정비사업의 일환인 더샵 소양스타리버다. 최고 26층, 11개동으로 모두 1039개 가구 규모다. 소양촉진2구역 재건축정비사업 조합의 과정은 지난했다. 20년 간 개발이냐 보존이냐를 두고 갈등을 겪어왔다. 지난해 분양을 시작으로 아파트 공사가 본격화됐다.

아파트가 들어선 사이, 원주민들은 뒤쪽으로 비켜서야 했다. 소양동 주민 장연태(75)씨는 “서로 끈끈한 인맥도 있고 같이 살았는데 아파트가 들어오면서 옆 집 사람도 모른다”고 했다. 삭막한 마을을 생각할 때마다 아쉽기만 하다.

지난 겨울 이 곳에 연탄배달 봉사를 하던 정해창 춘천연탄은행 밥상공동체 대표는 20년 간 이 곳에 연탄과 식사를 제공했다. 정해창 대표는 “소양동이 춘천에서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가 제일 많다”며 “지금은 아파트가 지어졌는데 예전에는 그곳에도 연탄이 없어 추운 겨울을 혼자 지내는 노인들이 많았다”고 했다.

재개발 자체는 찬성이지만, 홀로 남은 노인들을 보면 답답해지기도 한다. 정해창 대표는 “재개발됐으면 좋겠지만 한 가지 걱정은 어르신들”이라며 “개발이 된다고 해도 월세 사는 어른들이 값비싼 아파트에 입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재개발이 된다면 이런 분들이 어디서 살 수 있을 것인지 그 걱정이 가장 크다”고 했다.

▲ 소양동의 골목들. 한적하고 썰렁하기만 하다. 주민들은 소양동이 다시 회생의 기회를 잡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최현정

■ 개발 사업 물꼬

소양동은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춘천시는 캠프페이지 일원을 도시재생 혁신지구로 신청하기로 하고 오는 6월 국토부에 본 지정 신청서 접수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제출 기한은 6월 7일까지다. 5월 말 주민의견수렴, 6월 초 춘천시의회 의견청취 절차를 거쳐야 한다. 캠프페이지는 지난해 9월 국토교통부 공모사업인 도시재생 혁신지구 국가시범지구 후보지로 선정됐다. 국가시범지구로 지정되면 건축·도시·교통·재해 등을 통합 심의해 행정절차가 대폭 간소화된다. 전체 사업 부지는 52만㎡다.

춘천시는 캠프페이지 일원에 영상과 게임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집적단지 조성을 구상 중이다. 영화 촬영부터 후반 CG작업까지 춘천에서 이뤄질 수 있게 준비, 관련 인력들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영상학과를 보유하고 있는 강원대, 한림성심대와 학생들의 진로 분야 다양화를 검토 중인 강원애니고와의 시너지 효과도 함께 기대하고 있다. 지역 인재들이 졸업 후 외부로 나가지 않고 지역 안에서 살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이기도 하다.

캠프페이지 맞은 편을 대상으로 한 역세권 개발 계획도 최근 예비타당성조사 실시사업으로 최종 선정됐다. 춘천역사를 포함한 51만㎡ 부지에 주거·상업·업무시설과 복합문화시설, 환승센터를 구축하는 게 골자다. 의암호 전망 출렁다리, 미디어아트 실감 공간과 연계해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인근 근화동에 위치한 하수처리장을 칠전동 일원으로 옮기는 작업도 한창이다.

▲ 소양동의 골목들. 한적하고 썰렁하기만 하다. 주민들은 소양동이 다시 회생의 기회를 잡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최현정

■ 상권활성화·인구 유입 기대

소양동의 재기를 바라는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소양동에서만 57년을 산 박인웅(64)씨는 “녹지공원도 많고 7층 석탑도 있는데 이를 묶어서 역사문화공원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학생들의 수학여행 장소로 활용하거나 방과후 프로그램도 진행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일단 사람들이 모여야 상권도 살아날 수 있다고 봤다. 박 씨는 “상권이 있느냐 없느냐는 결국 사람들의 통행일텐데 사람들의 유동성을 높이고 아파트도 한 데로 모아 같이 연결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소양동을 벗어나 본 적 없다는 지유미(44)씨도 “공원을 만든다고 했다가 또 도청 이전도 확정이 됐는데 정확하게 이뤄진 것은 없다”고 진단했다. “너무 오랫동안 논의만 이어가고 있어 침체돼 있는 분위기”라고 전한 그는 “춘천역과도 가깝고 명동으로 통하는 길목이다 보니 괜찮아질 가능성은 있다고 보는데 계획이 항상 흐지부지되고 됐다가 틀어지기가 반복이니 조금 놓고 있는 분위기이고, 기대치도 낮다”고 했다. 지 씨는 “소양동은 캠프페이지로 인해 개발이 제한되고 소음 피해를 오롯이 받던 곳”이라고 했다.

침체된 상권에 방치돼 있는 상가 정비도 시급하다. 지 씨는 “인근에 학교가 많아 아이들이 많은데 주변 여건이 보기 좋지 않을 때가 있다”며 “춘천역에서 명동으로 갈 때 소양동을 거쳐서 갈 수 있는 무언가가 있길 바란다”고 했다.

소양동의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오세현·최현정 

#소양동 #캠프페이지 #공동체 #재개발 #춘천시

Copyright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