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231] 오군(誤君)과 격군(格君)
역사에서 자기 임금을 어려움에 빠트리는 신하 유형은 오군(誤君), 기군(欺君), 무군(無君)이 있다. 점점 악행의 강도가 심해지는 것이다.
오군(誤君)은 능력도 안 되면서 임금을 보필한다며 실은 임금을 잘못 인도해 어려움에 빠트리는 것을 말한다. 이런 부류는 오늘날에도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기군(欺君)은 기군망상(欺君罔上)에서 온 말인데 자기 이익을 위해 임금을 속이고[欺] 옭아넣는 것[罔]을 말한다. 광해군 때 최고 실력자 이이첨(李爾瞻·1560~1623년)이 정확히 여기에 해당한다. 선조 때 광해군을 보호해 임금에 오르게 한 공로는 컸지만 광해군 즉위 후에 반대파를 숙청하고 영창대군을 죽게 했으며 폐모론을 주창해 인목대비를 유폐시켰다. 사실상 인조반정의 명분을 대부분 만들어준 것이 이이첨이다.
무군(無君)의 무(無)는 ‘업신여기다’의 어원이기도 하다. 임금을 무시해 없다고 여긴다는 말이다. 진나라 2세 황제 때 환관 조고(趙高)가 2세 황제를 대한 태도가 바로 무군(無君)의 전형이다. 지록위마(指鹿爲馬) 이야기는 조고의 무군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이들은 모두 간신(奸臣)에 속한다고 하겠다.
그 반대쪽에 격군(格君)이 있다. 이때 격(格)은 정(正)과 같은 뜻으로 바로잡는다는 뜻이다. ‘맹자’에 나오는 말이다. “오직 대인(大人)만이 임금 마음속의 그릇됨을 바로잡을 수 있다.” 물론 격군은 주자학자들처럼 신권주의자들이 악용한 측면이 있어 조심해야 하지만 맹자의 이 말은 매우 현실적이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 패배의 주요 원인은 적어도 오군이나 기군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격군에 있다는 말인데 과연 신임 정진석 비서실장은 제대로 격군할 수 있을까? 이는 그가 대인의 마음으로 임할 것인지 아니면 소인의 마음으로 임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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