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최정’ 10년 10개월 만에 프로야구 홈런왕이 바뀌었다
이승엽 467홈런 넘어 새 역사
홈런공 잡은 팬 선물 보따리 챙겨
468. 한국프로야구에서 볼 수 없을 것 같았던 숫자가 전광판에 떴다. 숫자 아래에는 ‘THE LIVING LEGEND(살아 있는 전설)’ 문구가 적혔다. 홈런을 위해 태어난 남자, ‘국민 타자’ 이승엽을 넘어선 ‘소년 장사’ 출신 20년 차 최정(37·SSG)이 만들어낸 일이다.
최정은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원정 경기에서 프로야구 역사를 새로 썼다. 팀이 4-7로 끌려가던 5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상대 선발 이인복의 초구 커터를 받아 쳐 왼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로 연결했다. 시즌 10호이자, 역대 최초의 개인 통산 468번째 대포다. 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최정은 묵묵히 그라운드를 돌았다. 대기록 달성에 대한 압박감을 훌훌 털어내서 그런지 편안한 표정이다.
그간 한국 야구에서 ‘홈런’ 하면 이승엽으로 대표됐다. 이승엽은 2013년 6월 20일 인천 SK전에서 352홈런을 쳐 통산 홈런 1위로 올라섰다. 총 467개를 치고 2017년 은퇴한 뒤 홈런 순위 가장 높은 곳에 이승엽의 이름이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이승엽의 이름은 역대 최장 19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꾸준히 때린 최정에 의해 10년 10개월 만에 아래로 내려갔다. 가장 맨 윗자리는 이제 최정의 몫이다.
2005년 SK에 입단한 최정은 그해 5월 21일 18세 2개월 23일의 나이로 인천 현대전에서 홈런 역사의 시작을 알리는 첫 대포를 터뜨렸다. 데뷔 첫해는 홈런 1개로 끝났지만 이듬해 첫 두 자릿수 홈런을 터뜨려 ‘소년 장사’의 탄생을 알렸고, 매 시즌 꾸준히 대포를 시원하게 쏘아 올렸다. 통산 468홈런 중 안방인 SSG랜더스필드에서 가장 많은 253개를 터뜨려 ‘홈런 공장장’으로도 통했다.
특히 몸쪽 승부를 두려워하지 않아 누구보다 많은 홈런을 칠 수 있었다. 최정은 투수의 공에 989차례나 맞았다. 압도적인 사구 1위다. 그러나 절대 물러서는 법이 없었다. 새 역사를 쓰기 전인 지난 17일 인천 KIA전에서도 상대 선발 윌 크로우의 투구에 왼쪽 갈비뼈 부위를 강타당해 병원에 갔지만 6일 만에 돌아와 정상적인 타격을 했다.
최정에게 가장 많은 홈런을 헌납한 팀은 한화다. 최정은 한화를 상대로만 68개를 쳤다. 이어 삼성 63개, 두산 56개, KIA와 롯데를 상대로 각각 53개씩을 때렸다. 최다 피홈런 투수는 안영명(은퇴)으로 8개를 맞았다. 장원준(은퇴)은 6개, 박세웅(롯데) 배영수(은퇴) 양현종(KIA) 윤성환(은퇴)은 5개씩 헌납했다. 점수별 홈런은 솔로포 265개, 2점포 130개, 3점포 60개, 만루포 13개다. 방향별로는 좌측 293개, 좌중간 61개, 가운데 63개, 우중간 19개, 우측 32개다. 한 시즌 최다 홈런은 2017년 46개, 시즌 홈런왕은 3차례(2016·2017·2021) 차지했다. 20번째 시즌인 올해도 10홈런으로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살아 있는 전설이 된 최정을 향한 찬사도 쏟아졌다. 팀 동료이자, 한국 야구의 대표적인 왼손 에이스 김광현은 “우리 팀에 없어서는 안 될 타자”라며 “내가 던질 때 결승타도 많이 쳐주고, 홈런도 많이 쳐줘서 나도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로 눈부신 업적을 남긴 SSG 캡틴 추신수는 “미국에서만 지켜보다 현재 동료로 최정을 보면서 대단한 선수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최정의 역사적인 홈런공은 왼쪽 외야석에 앉은 강성구(38)씨가 잡았다. 구단에 기증 의사를 전해 선물도 듬뿍 받게 됐다. SSG 구단은 홈런공 기증자에게 2024·2025년 라이브존 시즌권 2장, 최정 친필 사인 배트 및 선수단 사인 대형 로고 볼, 2025년 스프링캠프투어 참여권 2장, 140만 원 상당의 이마트 온라인 상품권과 스타벅스 음료 1년 무료 이용권, 75만 원 상당의 조선호텔 숙박권, SSG상품권 50만 원을 증정한다.
SSG는 최정의 홈런을 발판 삼아 12-7 역전승을 거뒀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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