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연구회 “연금 개혁안, 재투표해야” 주장에… 공론화 참여 단체 “사과해”

박유빈 2024. 4. 24.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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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 시민대표단이 최종 선택한 ‘더 내고 더 받는’(소득보장안) 연금개혁안을 놓고 노인 빈곤을 걱정하는 소득 보장 강화론자들과 기금 고갈을 우려하는 재정안정론자 사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연구자들이 국민연금 개혁 공론화 과정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재투표를 주장했는데 이 과정에 직접 참여했던 시민단체들은 “시민들이 만들어낸 숙의민주주의의 성과를 훼손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24일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전 한국연금학회장) 등이 참여하는 연금연구회는 시민대표단의 설문조사 최종 선택을 놓고 “시민대표단이 학습한 내용에 핵심 정보들이 빠졌다”며 “대표단에 핵심 내용을 알려주고 한 번 더 투표하게 하자”고 주장했다. 윤 위원은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에 참여해 온 연금 전문가로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 인상에 신중한 재정안정론자로 분류된다.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민원실에 시민들이 출입하고 있다. 뉴스1
연금연구회는 시민대표단이 학습한 내용이 “편파적”이라고 비판했다. 최종 선택된 소득보장안은 소득대체율을 동결하고 보험료율을 소폭 인상하는 재정안정안에 비해 누적적자를 2700조원가량 증가시키는데 이 같은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또 기금 고갈 이후 국가채무 비율이 2070년을 기준으로 GDP(국내총생산)의 192.6%에 달할 것이라는 정보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누적 적자 개념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개념이다.

이 단체는 세대별 생애부담 보험료율 관련 내용도 빠졌다고 밝혔다. 설문조사 내용에 관해 “소득보장안 설문에 ‘지속 가능성을 위해’라는 문구가 들어갔는데 소득대체율을 유지하고 보험료율을 15%까지 올리더라도 재정 안정 달성은 불가능하다는 게 지난해 재정 추계의 핵심인데, 표현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연금연구회는 이런 빠진 내용을 다시 학습한 뒤에 시민대표단이 한 번 더 투표해야 한다고 공론화위에 요구했다. 시민대표단이 학습한 내용은 모두 공개하고 제공된 자료의 형평성, 공정성, 오류 여부를 검증하자고 요구했다.

연금 개혁 공론화 과정에 참여해온 시민단체들은 연금연구회의 이런 주장에 반발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참여연대,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306개 단체가 참여하는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은 공론화위 의제숙의단 참가자 10명 명의로 성명문을 냈다. 의제숙의단은 시민대표단이 투표한 최종 선택지 2개 안을 제시한 각 이해관계 대표자 36명 모임이다.

연금행동은 “연금연구회는 현장에 직접 참여한 시민들을 전문가보다 열등한 존재인 것처럼 표현했는데, 이는 공론화 절차와 의제숙의단 역할, 시민대표단 결정에 대해 사실관계 등을 무시한 채 매우 무례하고 오만한 언행을 보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의제숙의단이 만든 설문은 스스로 설정한 절차적 규칙에 의거해 2박 3일간 전문가 등이 제시한 자료와 의견을 기초로 다수가 합의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연금연구회를 향해 “오만과 편견에 스스로를 가두고 모든 사실관계를 부정하며, 자기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위해 논의를 다시 하자는 것에는 그 누구도 쉽게 동의할 수 없다”며 “국회와 시민을 모독하는 이들의 행태는 대한민국에서 사라져야 할 사회적 병원체”라고 불쾌함을 표했다.

보건복지부가 이날 진행한 연금 개혁 관련 전문가 간담회에서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시민대표단 숙의 설문조사 결과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발언했다. 이 차관은 “재정 지속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당초 재정안정을 위해 연금 개혁을 논의했는데 도리어 어려움이 가속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한다”고 말했다.

연금행동은 이 발언에도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연금행동은 “시민대표단이 공론화해서 만든 결론을 무시하는 말”이라며 “연금 개혁 공론화를 하자고 해놓고 결론이 나오니 부정하는 것으로, 개혁을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22일 공론화위는 최종 설문조사에 참여한 492명의 시민대표단 가운데 과반인 56.0%가 소득보장안을 선호했다고 밝혔다. 소득보장안은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고 보험료율은 9%에서 13%로 높이는 안이다. 다른 선택지였던 재정안정안은 ‘더 내고 그대로 받는’ 안으로, 소득대체율을 현행 40%로 유지하고 보험료율은 9%에서 12%로 올리는 방안이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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