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학생인권'…조례 폐지 확산하나?

배아정 기자 2024. 4. 2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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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서현아 앵커

지난 2010년 경기도에서 처음 도입된 학생인권조례는 학교 문화를 바꾸고 학생들의 권리 의식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교권을 위축시킨 한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존폐 위기에 놓이게 됐는데요.


충남에 이어 서울에서도 폐지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실제 얼마나 교권을 보호하는 효과로 이어질지, 자칫 학생인권의 후퇴로 이어지지는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충남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뒤 3년 동안 인권 실태를 조사했던 연구진과 이야기 나눠봅니다.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이다현 교수님 안녕하세요.


충남학생인권조례가 네 차례 표결 끝에 결국 폐지됐습니다. 


이 상황 어떻게 보셨습니까? 


이다현 겸임교수/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충청남도 학생인권조례는 모든 학생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며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이루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2020년 7월 10일 제정/공포되었습니다. 


그래서 또다시 학생인권조례안이 폐지에 이르는 사태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이 결정은 학생인권의 후퇴를 의미하며, 교육 환경에서 학생들의 권리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입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존중받고, 안전하고, 평등한 대우를 받도록 보장하는 중요한 법안이기 때문입니다. 


서현아 앵커

충남에선 지난 2020년 학생인권조례가 도입됐습니다. 


이후 3년 동안 현장의 변화를 연구해 오셨다고요?


이다현 겸임교수/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2020년 조례 제정 이후 학생인권 실태를 알아보고 학생인권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매해 진행되는 연구입니다. 


조례상에 매년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이를 학생인권기본계획에 반영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연구에서는 학생, 보호자, 교원 모두에게 보편적인 인권 의식뿐 아니라 자유권, 학습권, 참여권 등에 대해 묻고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인권이 학교 현장에서 개선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실태조사에서 주목해야 할 결과는 무엇입니까?


이다현 겸임교수/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연구참여자 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23년에는 학생의 약 83%, 교사의 89%, 보호자의 90%가 모든 사람의 인권이 어떠한 경우에도 보장되어야 한다고 긍정 응답했습니다. 


학생이 학교에서 보장받는 학생인권 정도에 대한 만족도를 5점 만점으로 물은 질문에 대해서 초등학생이 4.3점 중학생이 4.13점, 고등학생이 4.0점으로 응답했습니다. 


특히 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인권 보장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교원 68.7%, 보호자 66.9%, 학생 66.3%가 '매우 그렇다'라거나 '그런 편'이라고 답했다. 


초등학생은 80.4%,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각각 64%, 54.4%가 조례가 학생인권 보장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주요 질문에 대한 결과는 매년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고, 이것을 통해 학생인권조례와 학생인권 옹호 활동이 유의미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만족도가 떨어지지만 그 결과 자체도 유의미하다고 보여지구요. 


오히려 우리가 학생인권보호 활동에 있어 집중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것이지요. 


연구에서 학생과 교사를 만나서 직접 인터뷰도 했을 때, 대부분이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학교에서 학생뿐 아니라 모두의 인권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학교 문화가 조성되고 있어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한편으로는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교사들의 생활지도가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이다현 겸임교수/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일각에서는 학생인권조례나 학생인권교육이 자칫 아이들을 권리만 주장하는 이기적인 아이로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학생인권이 교권과 충돌한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오해는 아이들이 아직 어리고 미성숙해 어른들의 통제와 지도 아래 있어야 한다는 잘못된 믿음 때문이다. 


학생인권 보장은 자신의 권리를 충분히 누리는 것과 더불어 타인의 인권을 보장하고 모두가 서로의 인권을 보장해 주며 존중하는 공동체를 만들고자 함입니다. 


그 결과 모두가 인권옹호자로서 모두의 인권을 보호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자신들의 인권뿐 아니라 교사의 인권을 보호하는 옹호자로서 역할 할 수 있는 것이죠. 


서현아 앵커

학생의 머리는 무조건 똑같은 모양이어야 하고, 체벌도 가능했던 게 불과 10년 전입니다. 


조례 폐지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앞으로 가장 우려되는 점은 무엇입니까?


이다현 겸임교수/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충청남도교육감, 학교, 보호자, 학생 모두가 학생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책무를 가집니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 학생인권위원회, 학생인권옹호관, 학생인권센터 등 학생인권실현을 위한 적극적 조치가 취해질 수 있고요. 


조례 폐지로 이러한 활동이 위축되거나 사라지는 것은 인권친화적 학교 조성의 흐름이 중단될 수 있기에 오히려 학생인권이 퇴행하는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고 봅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다면 학생인권과 관련해 현장에서 앞으로 어떤 과제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이다현 겸임교수/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사의 생활지도 어려움으로 인해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한다는 것이 선생님들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문제의 근본적 해결 방안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인권친화적인 학교 문화를 조성하는데 학교 현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근본적 원인에 집중해서 이것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강조되어야 되고요.


이것은 학생인권 보장을 기반으로 함께 고민되어야 하는 부분입니다. 


서현아 앵커

어떤 제도든 공과가 있겠지만, 제도로 인해 진전된 부분은 지키는 게 중요할 겁니다.


교육의 주체인 학생과 교사의 권리를 함께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와 환경이 개선되어야 겠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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