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진화한 ‘부산표 삼계탕’…글로벌 입맛도 사로 잡았다

김미주 기자 2024. 4. 24.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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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동백삼계탕

- 삼계탕, 슬로푸드 가능성 확인
- 해외 수출 할 레트로트팩 추진
- K-음식 전할 영상채널도 준비

- 12시간 우려낸 닭발 육수에
- 흑마늘·동충하초 등 적용 메뉴
- 육질 부드러워 입안서 사르르
- “국적 뛰어넘어 사랑받을 것”

“한 끼 먹으면 힐링 되는 듯한 ‘회복의 한 끼’를 선보이고 싶어요. 삼계탕이 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충하초 삼계탕


지난 19일 동백삼계탕(부산 해운대구 우동)에서 만난 동백삼계탕 변수지 대표가 이같이 말했다. 도시철도 2호선 동백역 인근에 자리한 동백삼계탕은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K-푸드’ 맛집으로 이름난 곳이다. 삼계탕이라는 전통 메뉴로 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셈. 비결을 묻자 변 대표는 “밥 한 끼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제대로 먹으면 심신이 건강해진다는 걸 알리고 싶다”며 “슬로푸드가 사람에게 주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보양식 중 비교적 편히 접근할 수 잇는 삼계탕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백삼계탕 변수지 대표. 동백삼계탕 제공


변 대표는 2011년 동백삼계탕을 열기 전까지는 요리와 큰 관련 없는 길을 걸었다. 의상 전공자로서 관련 일을 하다가 피부 관리사 일을 하기도 했다. 불규칙적인 대면 업무를 하다 보니 끼니를 거르는 일도 잦아졌고, 위장이 좋지 않던 그의 식습관은 더욱 악화했다. 어머니가 해주시던 삼계탕을 먹고 기력을 회복한 일을 떠올려 삼계탕을 자주 먹기 시작했다. 그게 동백삼계탕의 시작이 됐다.

자신이 삼계탕을 먹고 심신을 회복하듯 다른 사람들도 삼계탕을 먹고 몸이 회복된다는 기분을 느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식조리사 자격증 취득 등 요리를 공부하는 데 꼬박 3년이 걸렸다. 전국 삼계탕 맛집을 찾아다니며 맛보고 연구했다.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회복의 한 끼’를 선보일 수 있다는 확신이 컸다.

변 대표는 남녀노소는 물론 외국인도 즐길 수 있는 삼계탕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서양에서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다진 채소와 닭으로 치킨수프를 먹는다는 점도 참고가 됐다. 닭 모양이 온전히 담긴 삼계탕과 닭 형상은 찾을 수 없는 국물 형태의 치킨 수프는 외양은 달라도 회복을 돕는다는 음식인 점이 같았다. ‘심신이 지칠 때 먹는 소울푸드’. 변 대표는 여기에 콘셉트를 맞추고 다양한 닭 요리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기본 삼계탕(동백삼계탕)과 옻삼계탕 2개뿐이던 메뉴는 현재 녹두삼계탕 황금흑마늘삼계탕 동충하초삼계탕 등 다양해졌다. 올초 출시한 동충하초삼계탕은 노란빛 국물이 특징인데, 말린 동충하초가 아닌 생 동충하초를 써 식감도 살아 있다고. 독특한 비주얼과 건강한 맛에 출시 직후부터 인기 메뉴가 됐다고 한다.

토종 닭백숙


토종닭 중에서도 큰 편에 속하는 18호 닭을 쓴 토종닭백숙과 동백찜닭 얼큰닭볶음탕 등도 푸짐하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이곳만의 특별한 메뉴다. 찜닭의 은 고객 반응을 반영한 결과라고. 변 대표는 “6개월가량 연구해 출시했는데 반응이 좋지 않았다. 고객 피드백을 받고 다시 소스 개발 등을 거쳐 선보여 지금은 인기 많은 메뉴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동백삼계탕의 모든 육수는 닭발로만 12시간 이상 우려낸 것을 쓴다. 닭발에는 콜라겐이 풍부해 관절 건강에 특히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닭을 삶을 때는 변 대표가 개발한 ‘비법’을 쓴다. 이렇게 하면 닭 육질이 부드러워져 먹기 편하다. 변 대표는 “기본 삼계탕인 동백삼계탕은 견과류가 없고 맛이 부드러워 아이들에게 이유식으로 먹여도 좋을 만큼 맛이 순하다. 옻삼계탕은 특허 받은 옻을 쓰기 때문에 옻이 오르는 부작용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동백삼계탕을 맛보았는데, 입안에서 녹는 듯한 부드러운 육질이 아주 인상 깊었다. 보통 삼계탕은 몸에 좋은 재료가 여러 가지 들어가서 인삼 대추 등의 향이 강하거나 기름이 뜨는데, 동백삼계탕은 그렇지 않았다. 각각 재료가 자기 개성을 드러내기보다 한 그릇 안에서 모두 부드럽게 어우러져 부담 없이 닭고기수프를 먹는 듯 건강한 한 끼를 즐길 수 있었다.

동충하초


부드럽고 건강한 맛을 강점으로 내세운 동백삼계탕은 ‘K-푸드’로서 삼계탕이 인지도를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리뉴얼을 준비 중이다. 먼저 삼계탕 완제품(레트로트팩)을 연내 출시한다. 그렇게 되면 유통망을 통해 해외에서도 손쉽게 동백삼계탕을 즐길 수 있다. 이 외에도 반찬을 나눠 먹는 데 익숙지 않은 외국인들을 위해 밑반찬도 모두 소분한 1인 상차림으로 변경하고, 비건 관광객도 즐길 수 있는 메뉴를 개발할 예정이다. 이 같은 동백삼계탕의 음식 이야기와 한국 음식문화 이야기를 모두 담은 유튜브 채널도 곧 개설된다.

동백삼계탕은 부산도시철도 2호선 동백역과 가깝다. 동백섬 인근이라 이름을 지은 것도 있지만, 꽃말의 의미도 한몫했다고. 변 대표는 “겨울 추위를 뚫고 피는 동백을 보면 어려움을 이겨낸다는 의미가 느껴져 좋았다. 부산에서 출발한 동백삼계탕이 남녀노소 국적 불문 사랑받을 수 있는 회복의 한 끼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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