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내면 1만원, SNS 하면 3000원… '덕질적금'의 세계

조서영 기자 2024. 4. 24.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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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천태만상
젠Z의 세상❷ 덕질경제학
‘덕질’하며 드는 적금 유행
금융권서 상품 출시하기도

# 요즘 젠지 세대(Generation Z·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 사이에선 신기한 챌린지가 유행 중입니다. 좋아하는 연예인의 활동에 따라 예금해 돈을 모으는 챌린지입니다.

# SNS에 사진이 올라오면 3000원, 앨범이 나오면 1만원 예금하는 식인데, 젠지들은 이를 '덕질 적금'이라고 부릅니다. 흥미롭게도 팬 문화에서 시작한 '덕질 적금'이 금융회사의 상품으로도 나왔습니다. '젠Z의 세상' 두번째 편 덕질 경제학입니다.

예금을 통해 덕질 과정을 기록하는 '덕질 적금'이 유행이다.[사진=연합뉴스]

'덕질 적금'이란 말, 들어보신 적 있나요? 없으시다고요? 음, 뜻이 어렵진 않습니다. 덕질을 위해 돈을 모으는 '적금'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잠깐만요! 덕질을 모르신다고요? 덕질은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일컫는 '덕후(오타쿠의 변형)'에 행위를 뜻하는 '질'을 합성한 신조어입니다. 그러니까 '덕질 적금'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한 '돈'을 적금 방식으로 마련한다는 겁니다.

'아이돌 적금'을 사례로 들어볼까요? 여기 K-팝을 좋아하는 대학생 김여진(가명·21)씨가 있습니다. 여진씨는 좋아하는 아이돌이 방송에 출연하면 1000원, SNS에 글을 올리면 3000원, 새 화보를 찍었을 땐 5000원, 새로운 앨범이 나올 땐 1만원 등 규칙을 세워서 돈을 모으고 있습니다. 나름 강제성도 있습니다. 여진씨의 '덕질 적금' 현황을 SNS에 공유하는 방식입니다.

여진씨만이 아닙니다. 자신만의 적금 규칙이나 예금 내역 캡처본을 SNS에 공유하는 '덕질 적금자'는 적지 않습니다. 혹자는 또 '아이돌이냐'고 얕잡을지 모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응원하는 프로야구 팀이나 프로축구 선수의 기록에 따라 적금을 넣는 이들도 많으니까요. 투수 류현진의 예를 들면, 삼진 하나를 잡을 때마다 '1000원'을 스스로 저금하는 식이죠.

어떤가요? 제법 흥미롭지 않나요? 이런 '덕질 적금'이 유행하자 금융권에선 관련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카카오뱅크의 '최애적금형 기록서비스'와 토스뱅크의 '같이 덕질하기 서비스'가 대표적입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4월 연 2.0% 금리를 제공하는 '최애적금형 기록서비스(수시입출금 통장)'를 출시했습니다. 여기엔 스스로 설정한 예금규칙의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미리 정해둔 금액이 통장으로 이체되고, 그 기록을 SNS로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을 넣었습니다. 일련의 예금 기록은 상품을 해지해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카카오뱅크 앱에서 볼 수 있는 계좌의 커버 사진도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진으로 설정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처럼 '덕질 적금'의 방식을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인지 인기가 상당했습니다. 사전 출시 이벤트에만 40만명이 신청하고, 출시 하루 만에 가입고객 수 7만명을 달성했을 정도입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질세라 토스뱅크도 지난해 10월 '같이 덕질하기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카카오뱅크의 '최애적금형 기록서비스'와 마찬가지로 금리는 연 2.0%였고, 수시입출금 상품이었습니다. 토스뱅크는 가입 시 좋아하는 스타를 등록하면 실시간으로 입금내역과 사진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 기능을 제공해 '차별화'를 꾀했습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이벤트성 상품이었기 때문에 지난 2월 서비스를 종료하긴 했다"면서 "아직 '같이 덕질하기 서비스'를 재출시할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금융권이 내놓은 '덕질 적금 상품'이 실제로 청년들에게 도움을 줬는지는 의문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의 기본 금리는 연 2.0%로, 연 2.4~4.0%가량(은행연합회 4월 15일 기준)인 시중 은행의 적금금리보다 낮았습니다. 시중은행의 적금상품과 달리 우대금리도 따로 없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그럼에도 젊은층에서 '챌린지'로 진행하던 '덕질 적금'이 금융상품으로 만들어진 건 MZ세대의 힘이 그만큼 커졌다는 방증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MZ세대가 만들어낸 '챌린지'는 또 어떤 '상품'을 만들어낼까요?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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