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울리는 판결 그 뒤, 책으로 새겨보는 ‘법의 날’… ‘어떤 양형 이유’ 外

이나경 기자 2024. 4. 2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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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란 사람들 사이 넘지 말아야 할 ‘최소한의 선(線)’인 동시에, 사람들이 서로에게 베풀어야 할 ‘최소한의 선(善)’이기도 하다.” (‘최소한의 선의’ 中) 모든 이에게 공평하다고 하지만 혹자는 법이 잣대와 해석에 따라 다르다 한다. 매년 4월25일은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기틀이자 문명 세계의 기둥인 ‘법’의 날이다. 우리가 숨 쉬는 모든 것에 작용하는 법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는 책 두 권을 소개한다.

‘어떤 양형 이유’ (모로 刊)

■ 세상에 울림을 주는 판결문…‘어떤 양형 이유’

“‘저녁 있는 삶’을 추구하는 이 시대 대한민국에서, ‘삶이 있는 저녁’을 걱정하는 노동자와 그 가족이 다수 존재한다는 현실은 서글프기 그지없다.” (산재사건 양형 이유 中)

판결문 하단에는 ‘양형(量刑) 이유’라는 게 존재한다. 판사는 이곳에 형벌의 양을 정한 이유를 기술하며, 냉혹한 판결문 속 유일하게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도 한다.

때로 ‘모든 인간은 존엄하고 법 앞에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헌법의 기본 정신에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하는 시대, ‘어떤 양형 이유’(모로 刊)의 저자 박주영 판사의 판결문은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오랜 시간 형사재판을 하며 박 판사가 써내려 간 판결문이 인기 방송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등에 언급된 이유는 그만큼 지금 시대 시민이 법에 기대하는 시대정신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총 3파트로 이뤄진 책에는 ‘타인의 몸을 자유롭게 만질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그 타인뿐이다’라며 세상의 이목을 끌었던 성추행 사건 양형 이유 등 판결문에서 내보일 수 없었던 판사들의 이면을 담았다. 박 판사는 법정은 무수한 희구와 간청이 끊임없이 몰아치는 곳이라 말한다. 그는 책을 통해 “법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한 치 틀림없이 설명할 수 있다면, 법은 적어도 사랑에 기반하고, 사랑에 부역하는 것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전한다.

‘최소한의 선의’ (문학동네 刊)

■ 만인의 만인에 대한 ‘오징어 게임’ 풀어낼 비법…‘최소한의 선의’

극심한 갈등과 날 선 증오,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혼란스러운 사건·사고 소식에 누군가는 ‘인류애’가 사라진다며 한숨을 쉬기도 한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 23년 간 법관으로 임했던 문유석 작가는 ‘최소한의 선의’(문학동네 刊)를 통해 지금 사회에 필요한 공존 전략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는 법관 시절 한국 특유의 집단주의 문화를 통쾌하게 비판한 ‘개인주의자 선언’과 ‘판사유감’ 등을 써낸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어디서도 자세히 들여다 보기 어려웠던 판사들의 세계와 그 속에 따뜻한 헌법적 감수성을 녹여낸 ‘미스 함무라비’, 전 국민이 참여하는 라이브 법정 쇼라는 발칙한 상상력의 ‘악마 판사’는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이러한 작가는 ‘최소한의 선의’에서 대한민국 최고 법이자 사회 모든 질서체계의 기둥인 헌법과, 헌법의 근간인 ‘모든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는 현실을 날카롭게 짚어냈다.

1부에서는 존엄성의 개념이 확립돼온 역사를 살피고, 2부에서는 법치주의라는 사고방식을 논한다. 3부는 선의만으로 충분치 않은 세상과 ‘정의vs자유’를 논쟁한다. 책은 ‘공정’도 ‘공존’을 위한 것이라며 이를 위한 최소한의 선의가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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