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료개혁 출항, 원점 안돼”…교수들 “침몰하는 타이타닉”

이혜영 기자 2024. 4. 2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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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의대 증원 ‘원점’ 불가능 재확인…“환자 곁 지켜달라”
의대 교수 휴진·사직 확산…“타이타닉서 살릴 수 있나” 반발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의대 증원 정책과 관련한 의·정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4월23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 관계자와 내방객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한 의대 교수들의 사직·휴진 움직임에 유감을 표하며 '원점 재검토'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내년도 의대 입학생 규모를 '자율 조정'으로 선회하며 한 발 물러선 정부는 의사들을 향해 거듭 환자 곁을 지키며 대화와 논의에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주1회 휴진과 사직서 제출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는 의대 교수들은 현 상황을 '타이타닉 침몰'에 비유하며 "암초에 부딪힌다고 보고한 항해사를 매도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정부 "교수 휴진·사직에 유감…환자 곁 지켜야"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에서 주 1회 휴진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고, 일부 교수들이 예정대로 사직을 진행한다고 표명한 데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의료계가 요구하는 의료개혁 백지화 및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는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박 차관은 "(의료계 요구사안은) 국민의 기대에 반하는 것이며 어렵게 출발한 의료개혁을 무산시키는 것으로 대안이 아니다"며 "의료개혁을 흔들림 없이 완수해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헌법적 책무를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개혁은 수십 년간 정체되어 온 의료시스템을 혁신하는 첫걸음이다. 여러 장벽에 가로막혀 시도조차 못하고 번번이 실패해왔던 의료개혁의 배를 어렵사리 출항시킨 것"이라며 원점 재검토는 없다고 못 박았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4월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는 의사들이 현장을 지키면서 대화와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박 차관은 "전공의는 의료현장으로, 의대생은 교육현장으로 돌아와 주기 바란다"며 "의대 교수 여러분들은 의사로서, 교육자로서 환자의 곁을 지키고 제자들을 바른길로 이끌어주시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 한 달이 되는 오는 25일을 기해 사직 효력이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 "일률적으로 사직 효력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정부는 현재까지 대학 본부에 정식으로 접수돼 수리 예정인 사직서도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박 차관은 사직 강행을 예고한 일부 교수들을 겨냥해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직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사표를 냈으니 내일부터 출근 안 한다"라고 할 무책임한 교수님이 현실에서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사직에 따른 파급과 영향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방재승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4월24일 종로구 서울대 의대 융합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열린 비대위 총회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의대 교수마저…서울대 의대, 30일 진료 중단

의·정 갈등이 두 달 넘게 출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최후보루'로 여겨지던 의대 교수들마저 이탈 대오에 합류하는 움직임을 보이며 우려가 커진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오는 30일 응급·중증·입원 환자를 제외한 분야의 진료를 전면 중단하는 동시에 필수의료 분야 교수들의 도미노 사직을 예고했다. 하루동안 일반 진료를 중단하기로 한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차기 비대위에서 주기적인 휴진 시행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방재승 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 비대위원장은 "정부의 비합리적이고 독선적인 정책 수립 및 집행에 대한 항의와 올바른 의료개혁을 위한 정책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은 3월25일부터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으며, 개별 교수의 제출일로부터 30일이 지난 시점부터 개인의 선택에 따라 사직을 실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대위 수뇌부 4명은 5월1일부터 실질적으로 사직한다"며 "수뇌부 4명은 모두 필수의료 교수다. 대한민국 의료가 붕괴되는 상황에서 병원에 앉아서 환자를 보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어서 사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방 교수는 정부를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내며 위험 상황을 경고한 의대 교수들이 매도되고 있다며 탄식했다. 

그는 "전공의와 의대생이 돌아오지 않으면 의료 붕괴는 5월부터 시작된다"며 "항해사는 타이타닉호가 암초에 부딪힌다고 보고하는데 선장은 승객을 불안에 빠트린다며 오히려 항해사를 매도한다"고 비판했다. 방 교수는 "(경고를 무시하고 항해하다) 암초에 부딪혀 배가 침몰하면 무슨 소용이 있나. (승객 불안을 달래려) 음악을 연주한다고 해서 승객(환자)을 더 살릴 수는 없다"고 성토했다.

빅5를 비롯한 주요 병원 소속 교수들의 진료 휴진은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서울아산병원은 다음 달 3일부터 주 1회 휴진하기로 했다. 울산대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장기간 비상 의료 상황에서 교수들은 정신적, 신체적인 한계로 인해 진료, 수술에 있어 재조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비대위도 이번 주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외래진료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원광대병원 비대위 소속 교수들은 오는 26일부터 매주 금요일에 수술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충북대병원 비대위 교수들은 이미 지난 5일부터 개별적으로 외래진료를 중단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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