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보다 더 유명한, 더 친근한 별명의 힘

김종수 2024. 4. 24.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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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드릭 톤트 우즈, 조지 허먼 루스, 미르코 필리포비치라는 이름을 대면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를 것이다. 해당 스포츠에 관심이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않으면 생소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름이 아닌 별명으로 말하면 ‘아하, 그래?’라며 그제야 안다고 답하는 이들도 적지않을 듯 싶다.


이들은 각각 골프계의 전설 타이거 우즈, 초창기 메이저리그의 간판스타 베이브 루스, 한시대를 풍미한 격투기선수 미르코 크로캅이다. 셋다 이름보다는 별명으로 훨씬 유명하다. 이정도까지는 아닐지 모르지만 이름에 버금가는 널리 알려진 별명을 가지고있는 스포츠 스타는 많다. 특히 요즘보다 과거에 더 활발했다.


NFL의 나이트 트레인(딕 레인), 쇠톱(잭 레이놀즈), 냉장고(윌리엄 페리), 크레이지 렉스(얼로이 허쉬), 메이저리그의 아이언 호스(루 게릭), 졸틴 조(조셉 폴 디마지오), 스쿠터(필 리주토), 요기(로렌스 피터 베라), 캣 피시(제임스 헌터), 미스터 옥터버(레지 잭슨), 페퍼로니(마이크 피아자), 세이 잇 에인트(새미 소사), 빅 파피(데이빗 오티즈), 쿵푸 판다(파블로 산도발) 등이 대표적이다.


요기 베라같은 경우 ‘It ain't over till it's over(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유명한 명언을 남기기도했는데 요기가 이름이 아닌 별명이었다는 것을 모르는 이들도 많을 듯 싶다. 학창시절 친구가 힌두의 요기 영화에 나온 사람과 비슷하다고해서 그런 별명이 붙었다고한다. 이렇듯 별명은 때론 이름보다도 더 큰 무게를 가지고 해당 인물을 친근하게 포장하는 매개체로 작용하기도 한다.


농구도 마찬가지다. 다양하고 개성넘치는 선수들이 뛰는 종목인만큼 별명이 참 많다. 국내농구같은 경우 최근에는 별명이 좀 줄었지만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KBL 초창기까지 참 많이 붙었고 불렸다. 슛도사, 신사수(이충희), 전자슈터(김현준), 람보슈터, 돌고래슈터(문경은), 캥거루슈터(조성원), 사랑의 3점슈터(정인교), 이동미사일, 날다람쥐(김상식) 등 한시대를 풍미한 슈터들에게는 하나같이 인물을 대표하는 별명이 함께했다.


농구천재(허재), 황새(김유택), 전봇대(한기범), 코트의 마법사(강동희), 저승사자(정재근), 터보가드(김승기), 컴퓨터가드(이상민), 당랑슈터(김영만), 에어본(전희철), 매직히포(현주엽), 코트의 황태자(우지원), 스마일슈터(김훈), 플라잉피터팬(김병철), 썬더볼(양희승), 소리없이 강한 남자(추승균), 육각슈터(조우현), 매직핸드(김승현), 백만돌이(전형수), 단선생(단테 존스) 등 지금들어도 익숙한 별명이 가득하다.


유명 선수들에게는 꼭 별명이 따라붙던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그런 추세는 많이 흐려졌다. 오랫동안 리그에서 스타로 활약한 선수 중에서도 본인을 대표하는 별명이 없는 케이스도 많다. 단 NBA에 대한 높아진 친근감 때문일까. NBA식 별명만큼은 꾸준하다. NBA 선수와의 합성어 식으로 만들어진 별명 중에는 기발한 것도 많다.

 


서비츠키(서장훈+노비츠키), 임내쉬(임재현+내쉬), 강페니(강병현+페니 하더웨이), 하킬(하승진+샤킬오닐), 주키드(주희정+키드), 구비 브라이언트(김민구+브라이어언트), 경상버슨(박경상+아이버슨), 바레장재석(장재석+바레장), 효궈달라(정효근+이궈달라), 시래파커(김시래+파커), 변어빙(변준형+어빙), 주리핀(주태수+그리핀), 디안드레봉수(김봉수+디안드레 조던), 송창무톰보(송창무+무톰보), 돼브론(살찐(?) 김동욱+르브론 제임스), 대성 웨스트브룩(이대성+러셀 웨스트브룩) 등 꾸준히 쌓여가고 있다.


다만 국내외 선수들을 모두 알아야 별명의 뜻을 이해하는 만큼 농구 팬들 사이에서만 통한다는 부분이 아쉽다. NBA같은 경우 별명 붙이기를 좋아하는 미국문화답게 유명선수들에게는 여지없이 이름 외의 수식어가 함께한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별명을 가지고있는 이로는 매직 존슨을 빼놓을 수 없다.


앞서 언급한 몇몇 레전드가 그렇듯 별명이 이름보다 더 유명한 케이스다. 농구 팬이라면 매직 존슨을 모르는 이가 없겠지만 본명인 어빈 존슨 주니어는 낯선 이도 적지않을 것이다. 한때 제2의 매직으로 불렸던 앤퍼니 하더웨이나 1990년대를 풍미한 가드 대런 오셰이 블레이락 또한 본명보다는 각각 '페니'와 ‘무키’라는 별명이 더 유명하고 널리 쓰였다. NBA 역사상 최단신 덩크왕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스퍼드 웹 역시 본명은 앤서니 제롬 웹이다.


그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닥터 J(줄리어스 어빙), 메일맨(칼 말론), 빅 베이비(글렌 데이비스), 버드맨(크리스 앤더슨), 글라이드(클라이드 드렉슬러), 샤크(샤킬 오닐), 더 앤써(앨런 아이버슨), JJ 레딕(조너선 클레이 레딕), 먹시 보그스(타이론 커티스 보그스), 화이트 초콜렛(제이슨윌리엄스), P.J. 터커(앤서니 리언 터커 주니어), 조커(니콜라 요키치) 등 이름 이상으로 유명한 별명을 가진 이들은 적지않다.


역대 최고의 선수 마이클 조던의 별명은 ‘에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농구 황제’ 등으로 더 많이 통하고 전세계적으로도 별명못지않게 마이클 조던이라는 이름 자체의 존재감이 높다. 별명과 이름이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모두 유명한 흔치않은 케이스다. 이또한 조던의 위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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