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만의 연극 전도연 “피 끓어 출연 결심”…‘벚꽃동산’ 오른다

임석규 기자 2024. 4. 2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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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내가 많은 역을 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로선 하지 못한 작품, 해야 할 작품이 더 많아요."

2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배우 전도연은 여전히 연기 욕심이 많았다.

23일 엘지(LG)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벚꽃동산' 제작발표회에서 전도연은 "늘 연극을 갈망했지만 두려움이 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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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배경 바꾼 체호프 연극 ‘벚꽃동산’
박해수와 협연
지난 23일 서울 엘지(LG) 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벚꽃동산’ 제작 발표회에 참석한 연출가 사이먼 스톤(왼쪽부터)과 배우 전도연, 박해수. 엘지아트센터 제공

“사람들은 내가 많은 역을 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로선 하지 못한 작품, 해야 할 작품이 더 많아요.”

2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배우 전도연은 여전히 연기 욕심이 많았다. 23일 엘지(LG)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벚꽃동산' 제작발표회에서 전도연은 “늘 연극을 갈망했지만 두려움이 컸다”고 했다. “영화, 드라마와 달리 연극은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정제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었다.

연극 ‘벚꽃동산’ 출연을 제의받고도 처음엔 거절할 요량이었다. ‘비겁하지 않게, 정중하게 거절할 방법’을 궁리하던 전도연은 연출가 사이먼 스톤의 전작 ‘메데아’ 공연 영상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연극을 보는 내내 배우로서 피가 끓었어요. 바로 출연을 결심했죠.” 전도연은 “정체된 인간들, 변화해야 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는 연극”이라며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모두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작 배경을 2024년 한국으로 바꾼 연극 ‘벚꽃동산’에서 호흡을 맞추는 배우 전도연과 박해수. 엘지아트센터 제공.

안톤 체호프(1860~1904)의 마지막 작품인 ‘벚꽃동산’은 농노해방(1861) 이후 귀족이 몰락하고 신흥 자본가가 부상하는 러시아 제정 말기를 그린 작품. 사이먼 스톤은 원작 배경을 2024년 서울로 변형했다. 배역 이름도 모두 한국식이다. 전도연은 10년 전 아들이 죽은 이후 미국으로 떠난 송도영(원작의 류바)을, 박해수는 전도연의 상대인 황두식(원작의 로파힌)을 연기한다. 귀국한 송도영에게 서울은 너무나 달라졌고, 가족이 살던 집마저 사라질 위기다.

연극과 영화, 오페라를 넘나드는 사이먼 스톤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연출가다. 그는 “한국의 메릴 스트립이 필요하다”고 요구했고, 주인공은 전도연으로 낙착됐다. “류바는 매력적으로 보이기 어렵지만, 관객에게는 매력적이어야 해요. 전도연은 악당역도, 선한 역도 매력적이었죠.” 사이먼은 "전통과 혁신, 세대 갈등 등 급변하는 사회란 점에서 원작의 러시아와 지금의 한국이 비슷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전도연, 박해수를 비롯해, 손상규, 최희서, 남윤호, 유병훈, 박유림 등 배우 10명이 이례적으로 30회 공연 모두 ‘단일 캐스트’로 출연한다. 박해수는 “캐릭터를 만들고 이름까지 지었기 때문에 원 캐스트가 아니면 안 되게 돼버렸다”며 웃었다. 전도연은 “연출가 사이먼 스톤은 ‘이 작품은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다른 공연이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며 “저도 매일 호흡이 다르면 좋겠다”고 했다.

사이먼 스톤은 한국에 관심이 많아 서재의 책장 하나를 한국 책으로 가득 채울 정도다. 2002년 영화 ‘올드보이’를 시작으로 수많은 한국 영화도 섭렵했다. 그는 “희극과 비극을 오가는 한국 배우들의 연기에 감명받았다”며 “전도연과 박해수 등 동경하던 배우와 함께할 수 있어 행운”이라고 말했다. 박해수에 대해선 “연약함과 강력함을 오가는 능력이 뛰어나 캐스팅했다”고 소개했다. 6월4일~7월7일까지 엘지아트센터.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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