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정상, '진짜' 융프라우를 만나는 법

곽서희 기자 2024. 4. 24.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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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 OF EUROPE JUNGFRAU

유럽의 정상을 넘어 스위스 여행 경험의 정상까지. 융프라우는 오늘도 지치지 않고 오른다.

●'진짜' 융프라우를 향한 길

스위스를 여행하는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융프라우를 꿈꾼다. 융프라우철도를 타고 '유럽의 정상(Top of Europe)'으로 불리는 융프라우요흐까지 오르는 여정은 스위스를 가 보지 않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도 영사기가 돌아가듯 그려지는 그림이다. 그러나 랜드마크, 이 네 글자 뒤에 가려진 '진짜' 융프라우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명성이란 꽤나 자극적인 평가 요소 중 하나여서, 본질이 지닌 수많은 가치가 그저 유명하다는 팩트 하나로 퉁 쳐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단지 랜드마크로서만 융프라우의 가치를 판단하기엔, 그의 매력이 결코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것.

융프라우에서 만나는 천혜의 자연이 그 시작이다. 알프스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22km의 알레취 빙하(Aletsch Glacier)부터 아이거, 묀히 등 내로라하는 알프스의 고봉들까지. 눈 닿는 모든 곳에 대자연이 숨 쉬며 인간을 엄숙해지게 만든다. 그러나 대자연만큼이나 놀라운 건 선택받은 자연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해 나가는 융프라우의 자세다. 2020년 개통된 아이거 익스프레스가 대표적이다. 최첨단 삼중 케이블 곤돌라의 등장은 융프라우요흐까지 단숨에 오르는 지름길을 터 주며 새로운 알프스 관광의 장을 열었다. 아이거 북벽을 감상하며 융프라우요흐까지 닿는 길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친환경 공법으로 건설됐는데, 그 과정에서 단 한 그루의 나무도 훼손되지 않았다고. 곤돌라와 함께 개설된 최첨단 복합터미널인 그린델발트 터미널 역시 놀랍다. 열차, 케이블카, 버스, 자동차가 모이는 교통의 허브인 동시에, 식사와 쇼핑 등이 원스톱으로 가능한 공간이다. '역'이 어디까지 세련되고 스마트해질 수 있는지를 몸소 보여 주는 좋은 예시다.

신규 어트랙션의 개발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2023년 여름에 '휘르스트 뷰 전망대'가 오픈했고, 올봄에는 '하더 쿨룸 알파인 놀이터'가 개장했다. 올여름엔 아이거 북벽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새로운 트레일 '아이거 워크 오브 페임(Eiger Walk of Fame)'까지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선보일 예정. 그리고 이를 촘촘히 연결하는 철도와 역들이 유지 보수 작업을 거듭하며 여행의 길을 다져 가는 중이다. 그 밑바탕엔 융프라우 여행자들의 편의와 만족도 그리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연구가 깔려 있다. 여러 겹의 생성과 발전, 성장과 혁신 그리고 유지와 보존. 이 모든 것이 한데 조화롭게 결합되면 비로소 융프라우라는 세계가 완성된다.

당신이 아는 융프라우는 과연 진짜 융프라우인가. 그저 정상에 올라 컵라면을 먹고, 스위스 국기 깃발 앞에서 인증숏을 찍는 것만이 다는 아니라고. 그것만을 기대했다면 당신은 융프라우의 절반만 본 것이 아니라 전부를 못 본 것이라고. 지금도 융프라우의 수많은 관광 자원들은 외친다. 관광지로서의 명성이 융프라우를 선택할 근거 중 하나가 될 순 있어도 절대적 기준이 되기엔 아까운 이유다.

자, 이제 우리에겐 단 하나의 질문이 남아 있다. 어떻게 하면 '진짜' 융프라우를 만날 수 있는가. 그 해답의 첫 실마리는 당연히도 철도에 있다.

▶융프라우와 융프라우요흐, 뭐가 다른데?
융프라우와 융프라우요흐. 이름도 비슷한 둘이 어떻게 다른지 잠시 짚고 넘어가자. 융프라우(Jungfrau)는 스위스 베른주에 있는 해발 4,158m의 산이다. 아이거, 묀히와 더불어 융프라우 지역의 3대 봉우리 중 하나다. 융프라우요흐(Jungfraujoch)는 융프라우와 묀히 두 봉우리 사이에 지어진 유럽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으로, '유럽의 지붕'이라 불리기도 한다. 전망대에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알레취-융프라우'를 감상할 수 있다.

●융프라우로 향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

거듭되는 혁신, 융프라우철도
1912년, 만년설이 덮인 알프스산맥에 빨간색 산악기차가 기적을 울렸다. 클라이네 샤이텍에서 출발해 해발 3,454m 융프라우요흐까지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 톱니바퀴 열차. 융프라우철도가 새긴 첫 번째 기록이다. 이후로도 융프라우철도는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진화를 거듭했다. 융프라우요흐를 정상에 두고 케이블카, 곤돌라, 기차 등 다양한 산악 교통수단으로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이동시간을 크게 단축했다.

2020년은 특히 융프라우 역사에 길이 기록될 해다. 산악 관광의 또 다른 지평이 열렸으니, 바로 아이거 익스프레스(Eiger Express)가 등장한 것. 최첨단, 최신식, 초대형, 초고속. 각종 화려한 수식어를 다 가져다 붙여도 부족한 융프라우철도의 야심작. 그린델발트 터미널과 아이거글렛쳐 사이를 15분 만에 주파함으로써 융프라우요흐까지 이르는 전체 이동시간을 47분이나 단축시킨, 그야말로 융프라우 여행에선 혁신과 같은 곤돌라가 나타난 거다. 아이거 익스프레스의 개통으로 이제 단 1시간 30분이면 인터라켄에서 융프라우요흐까지 닿을 수 있게 됐다.

단순히 속도만 빨라진 게 아니다. 여행객 입장에서는 절약한 시간을 운용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융프라우요흐까지는 아이거 익스프레스로 빠르게 이동하고, 내려올 땐 기차로 클라이네 샤이텍, 그린델발트, 라우터브루넨 등 원하는 곳에 자유롭게 하차해 또 다른 여정을 시작한다. 곤돌라는 곤돌라만의, 기차는 기차만의 매력이 있으니 여러 각도에서 융프라우를 조망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지난해에는 그린델발트 터미널과 아이거글렛쳐 간 노선 이용객 수가 개통 이래 처음으로 200만명 이상을 넘어서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고. 한 가지 문제라면 값비싼 교통비인데…. 비용 걱정을 덜어 주고 마음껏 이동할 '교통의 자유'를 보장해 주는 존재가 바로, VIP 패스다.

융프라우 여행의 필수품, VIP 패스
융프라우 여행자라면 동신항운의 VIP 패스를 모를 리 없다. 오직 한국인에게만 제공되는 융프라우 할인 패스라는 점도 감격인 데다, 각종 혜택을 나열하자면 지면 한 페이지를 가득 채워도 모자라기 때문이다. 일단 융프라우요흐 1회 왕복을 포함해 융프라우철도의 모든 열차와 곤돌라, 스키와 지역 기차, 유람선, 버스까지 다양한 교통수단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은 기본. 여기에 액티비티와 쇼핑, 레스토랑, 캠핑장과 골프장 등 곳곳에서도 할인을 받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만능 패스이자 무적 패스다. 물론 그 유명한, 융프라우요흐 정상에서 먹을 수 있는 신라면 컵라면 쿠폰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패스는 1일부터 6일까지 각자의 일정에 맞게 이용 기간을 선택할 수 있는데 1일 기본요금 CHF190에 하루가 추가될 때마다 CHF25 인상되는 셈이라 오래 머무를수록 유리하다. 3일권(CHF240)의 경우는 정상 요금 대비 73%의 할인율을 자랑한다. 여기에 스위스패스 소지자에게는 CHF15 중복 할인 혜택까지 더했다. 여름·겨울 시즌으로 구분되며 올해 여름 시즌 VIP 패스는 12월1일까지다. 이용 방법도 간단하다. 동신항운 홈페이지에서 할인 쿠폰을 신청 및 출력하고 현지 융프라우철도 소속 역에서 티켓을 구매할 때 여권과 함께 1인 1매로 제출하면 끝. 당연한 얘기지만, 최대한 많은 산과 마을들을 돌아다닐수록 '뽕 뽑기'가 가능해진다.

●융프라우요흐의 5가지 즐길 거리
5 THINGS TO DO IN JUNGFRAUJOCH

융프라우 여행의 절정은 단연 '유럽의 정상'으로 불리는 융프라우요흐에서 실현된다. 고도 3,454m, 유럽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 융프라우요흐 정상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발걸음은 바빠진다. 1번부터 13번까지 번호가 매겨진 스폿들을 전부 돌아보려면 2시간도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중 특히 놓치지 말아야 할 5곳을 꼽았다.

▶융프라우요흐 200% 즐기는 TIP!

1. 융프라우요흐 정상은 날씨가 다소 변덕스럽다. 올라가기 전에 미리 동신항운 홈페이지 등의 사이트를 통해 웹캠으로 정상의 날씨가 어떤지 살펴보는 게 실패 확률을 줄이는 방법이다.

2. 고도가 높은 융프라우요흐의 기온은 아랫마을보다 15도 정도 낮다. 정상에 올라갈 때는 여름이라도 경량 패딩이나 바람막이 준비는 필수. 강한 자외선을 막아 줄 선글라스, 선블록, 모자 등도 잊지 말자.

3. 융프라우요흐에서는 여유가 필요하다. 고지대인지라 고산병 증세와 더불어 피로감이 금세 몰려올 수 있어서다. 천천히, 느릿느릿, 최소 1시간 이상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참고로 고산병 약은 정상 올라가기 3시간 전쯤 복용하는 게 좋다.

Sphinx Observation Deck
스핑스 전망대

25초 만에 108m를 오르는 초고속 리프트를 타고 스핑스 전망대까지 이동하면 순식간에 눈앞의 풍경이 180도 달라진다. 융프라우 관광 책자에서 보던 바위 위의 전망대, 그 사진 속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융프라우요흐 정상에서도 117m나 더 높이 자리해 있어 아이거와 묀히 등 알프스 고산지대는 물론, 알프스에서 가장 크고 긴 빙하인 알레취 빙하까지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다. 눈부신 장관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다면 전망대 곳곳에 놓인 망원경을 이용하자.

Alpine Sensation
알파인 센세이션

스핑스 전망대와 얼음 궁전 사이 250m 길이의 복도는 조명과 음악으로 가득하다. 융프라우철도 운행 100주년 기념으로 설치된 공간으로, 겨울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대형 스노볼이 대표 포토존이다. 스노볼 안에 깜찍하게 축소해 놓은 융프라우 지역도 놓치지 말고 구경해 볼 것. '철도의 왕'으로 불렸던 아돌프 구에르첼러(Adolf Guyer-Zeller)의 동상과 함께 융프라우철도 역사에 대한 극적인 이야기도 엿볼 수 있다.

Ice Palace
얼음 궁전

입구부터 출구까지 반들반들한 얼음으로 가득하다. 놀라운 건, 인공 얼음 터널이 아닌 알레치 빙하 자체를 깎아 만든 얼음 궁전이라는 사실. 1934년 산악인들이 알레치 빙하 30m 아래를 곡괭이와 톱으로 뚫어서 만든 놀라운 결과물이다. 궁전 안은 날개를 펼친 독수리, 이글루 주변으로 모인 펭귄, 용맹한 곰 등 예술가들의 얼음 조각상으로 가득하다. 단, 야외보다 기온이 더 낮으니 방한용품 대비는 필수다.

Glacier Plateau
고원지대

직역하면 빙하 고원 또는 고원지대. 한국인들 사이에선 '플라토 전망대'로 불리는 곳. 설산을 배경으로 스위스 국기를 들고 너도나도 찍는 SNS 인증숏 명소가 바로 이곳, 플라토 전망대다. 융프라우요흐의 대표 인기 스폿답게 늘 대기 줄이 엄청나기 때문에 첫차를 타고 아침 일찍 방문하는 것을 추천. 한쪽에서는 독일의 검은 숲(Black Forest)과 프랑스 북동부 산지인 보주(Vosges)까지 보이고, 다른 쪽에서는 4,000m 높이의 봉우리로 둘러싸인 알레치 빙하를 감상할 수 있다.

Pikantus Lounge
피칸투스 라운지

한국인들에게 '융프라우요흐=신라면 먹방'의 공식이 성사되는 곳. 융프라우 방문객들의 필수 코스로 컵라면을 비롯해 독일 정통 밀맥주 에딩거사의 맥주나 커피, 가벼운 간식을 즐길 수 있는 라운지다. 익숙한 라면 냄새로 라운지 내부가 달궈지는 동안, 창밖으로는 온통 새하얀 설경과 웅장한 빙하가 펼쳐진다. 동신항운 할인쿠폰을 이용해 여행하는 한국인 여행자라면 한화 약 1만2000원의 컵라면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융프라우에서 방문하기 좋은 산 4
4 MOUNTAINS AROUND JUNGFRAU

융프라우에서만큼은 융프라우요흐만 찍고 돌아가는 일이 없어야 한다. 제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산들이 넘쳐날 뿐더러, 산과 산 사이를 연결하는 교통편이 그물망처럼 탄탄하기 때문이다. 당신의 융프라우 여행이 융프라우요흐만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VIP 패스로 방문할 수 있는 융프라우의 4개 산을 꼽았다.

액티비티 천국
휘르스트 Grindelwald-First

융프라우 지역에서 액티비티 천국을 꼽으라면 역시 휘르스트다. 대표 액티비티로는 휘르스트에서 슈렉펠트까지 약 800m 거리를 빠르게 활강하는 휘르스트 플라이어, 독수리처럼 하늘을 비행할 수 있는 휘르스트 글라이더, 카트를 타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리는 마운틴 카트, 서서 타는 스쿠터 자전거 형식의 액티비티인 트로티 바이크까지 총 4종류가 있다. 좀 더 짜릿함을 느끼고 싶다면 아찔한 절벽 하이킹 코스인 휘르스트 클리프 워크(First Cliff Walk by Tissot)를 추천. 아이거 북벽의 장엄함을 내려다보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다. 2023년 여름에 새로 생긴 '휘르스트 뷰 전망대'도 놓치면 아쉽다. 나선형 계단을 지나며 각각 다르게 펼쳐지는 아이거와 그린델발트의 풍경을 파노라마로 감상해 보자.

알프스의 정원
쉬니케 플라테 Schynige Platte

빌더스빌(Wilderswil)역에서 쉬니케 플라테까지 낡은 열차가 느릿느릿 오른다. 인터라켄의 청량한 풍경이 바람을 타고 두 눈에 닿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꽃의 향연. '알프스의 정원'이라는 애칭과 어울리게 알프스의 상징인 에델바이스를 비롯해 수레국화, 알핀로제 등 800종이 넘는 야생화가 너울거린다. 쉬니케 플라테에서 파울호른을 거쳐 휘르스트까지 가는 길은 전통적인 하이킹 코스 중 하나다. 반나절 이상 걸리는 중상급 코스지만, 알프스의 정경을 온몸으로 진득하게 느끼기엔 최고의 방법이다.

인터라켄과 두 호수를 한눈에
하더 쿨룸 Harder Kulm

인터라켄에서 빨간 푸니쿨라를 타고 10분 정도 오르면 도착하는 하더 쿨룸. 해발 1,322m의 높이로 여타의 웅장한 산들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지만, 뷰만큼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인터라켄의 지붕'답게 인터라켄과 융프라우, 튠 호수와 브리엔츠 호수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해가 저문 뒤에도 운행하기 때문에 일몰과 야경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하루 일정의 마무리로 하더 쿨룸을 방문한다.

가벼운 하이킹을 원한다면
멘리헨 Männlichen

스위스까지 왔으니 하이킹은 즐기고 싶은데 체력적 한계가 걱정된다면? 멘리헨에서 클라이네 샤이텍까지 이어지는 33번 코스인 파노라마 트레일(Panoramaweg)이 답이다. 완만한 내리막으로 구성된 난이도 최하 수준의 4.4km 하이킹 루트로, 6~7월이면 야생화가 피어나 아름다움이 배가된다. 케이블카나 곤돌라를 타고 정상까지 오르면 아이거, 융프라우 그리고 묀히까지 삼총사 산들을 360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도 있다.

▶융프라우와 한국을 사랑한 남자
융프라우철도 우어스 케슬러(Urs Kessler) CEO

융프라우를 사랑하고, 그에 못지않게 한국을 사랑한 남자. 융프라우철도 우어스 케슬러 CEO다. 한국과의 본격적인 인연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세일즈 차 방한한 케슬러 CEO는 동신항운 송진 대표를 만났다. 송 대표 역시 융프라우가 언젠가는 한국인들에게도 인기를 얻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던 차였다. 두 사람의 사업은 한국인 여행객에게 융프라우의 아름다운 풍경을 널리 알리자는 데 뜻을 모으며 시작됐다. 동신항운이 융프라우 철도 한국 총판을 맡게 된 배경이다.

하지만 바로 다음해 한국에 IMF가 불어 닥쳤다. 시작과 동시에 위기였다. 그럼에도 케슬러 CEO와 송 대표는 차근차근 한국 시장만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논의하고 실행에 옮겼다. 당시에는 파격적으로 한국 시장에서만 약 50% 할인된 요금을 지원했고, 한국인에게만 컵라면 서비스를 시작했다. 웬만한 여행자라면 융프라우에서 컵라면 먹어 본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다. '융프라우요흐에서는 컵라면을 먹어야 한다'는 '국룰'을 만든 주인공이 바로 이들이다. 이뿐만 아니다. 스위스를 여행하는 한국인이라면 필수품으로 꼽히는 VIP 패스에 매년 한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한국인들이 경험했으면 하는 융프라우 지역의 다양한 철도 노선과 액티비티, 유람선 등을 가득 담았다. 물론 할인된 가격으로 말이다. 한국에 대한 그의 남다른 애정과 열정이 아니었다면 쉽지 않았을 일이다.

글 곽서희 기자 자료제공 동신항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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