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장애학생이 아니에요”···교사들이 말하는 통합교육[‘장애’를 지우는 교실]

박하얀 기자 2024. 4. 24.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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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수 교사(맨 왼쪽), 이수현 교사(가운데), 윤상원 교사

한 교실에서 장애·비장애 학생들을 함께 가르쳐본 경험이 있는 교사들은 통합교육을 실현하기 어려운 이유가 장애 학생 개인에게 있다기보다는 학교 환경과 제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통합교육은 비장애 학생들에게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장애인을 마주하고 어우러져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학습 기회가 되므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초·중·고등학교에서 통합교육을 한 경험이 있는 이영수·이수현·윤상원 교사에게 교육 경험과 개선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먼저 교사들은 장애 정도가 통합교육이 가능한지를 가르는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경기 김포에서 중학교 교사로 일하는 이수현 교사는 “비장애 학생도 수업시간 내내 집중하는 학생은 그리 많지 않다”면서 “장애가 심하다고 해서 아무것도 학습할 수 없는 학생들은 없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조금씩 참여시키다 보면 수업이 가능하다면서 “선생님이 이런 모습을 보이면 비장애 학생들이 장애 학생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강원 지역 초등학교에서 통합학급 담임을 맡아온 이영수 교사는 ‘교수적 수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수적 수정은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수업참여를 높이기 위해 교수 방법이나 내용에 변화를 주는 것을 말한다. 이 교사는 “비장애 학생들과 같은 주제를 가르치면서도 장애 학생에 맞게 수업 목표를 조정하고 학습량을 줄여준다”며 “다른 학생들이 10개를 배울 때, 이 학생은 하나라도 배우게 한다는 취지”라고 했다.

이 교사는 장애·비장애 학생이 소통할 기회를 제공하는 데에도 신경을 쓴다. 아침에 도움반(특수학급)에 비장애 학생들을 몇명씩 보내 20여분간 같이 놀게 하고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도 틈틈이 어울릴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 교사는 “타인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는 특성을 보이는 자폐성 장애인 학생들도 친구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수반과 일반반을 오가며 통합교육을 받는 한 중학생이 마련한 학습 자료. 발달장애 학생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학습 내용이 보다 쉽게 쓰였다. 한수빈 기자

중·고등학교는 지필고사가 시행되는 등 입시 비중이 커지면서 장애 학생들이 소외되기 쉽다. 이런 환경일수록 통합교육을 위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 ‘도전적 행동’이 심한 학생을 맡았던 이수현 교사의 경험담에선 현장 교사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교사는 학기 시작 전 치료센터를 찾아가 이 학생의 특성과 학습상황 등을 파악하고 학부모와 면담을 하면서 수업을 설계했다고 한다. 교과 교사들이 정보를 공유해 일관성 있게 장애 학생을 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는 “학년 협의회가 끝나고 교과 교사들에게 10분만 시간을 내달라고 해 학생의 특성, 특정 행동을 보일 때의 대처법 등을 알렸다”면서 “하나의 협력체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사들은 통합교육 안착을 위해 설계된 제도들이 현장에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각 교육청은 ‘행동 중재 지원단’을 운영 중이다. 일선 학교에서 장애 학생의 위기행동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등에 대해 지원을 요청할 경우 파견돼 돕는다. 이수현 교사는 “행동 중재 지원단 등의 인력은 학교를 서너 차례 정도 방문해 보고서를 쓰고 끝난다”면서 “초등학교와 달리 교사가 상주하기 어려운 중등학교에서는 이런 인력이 장애 학생 옆에서 지속해서 관찰하는 시간을 가져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이자 인천에서 특수교사로 일하는 윤상원 교사 역시 법과 현실의 괴리를 지적하며 학생의 자립을 지원하는 인프라 보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윤 교사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는 각급 학교장이 장애 학생의 진로·직업 교육을 위해 시설과 전문인력 등을 배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면서 “그렇지만 각 시·도교육청은 이를 적극적으로 해석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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