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빅4·정치인 3파전… 회계사 수장 선거, MZ 손에 달렸다

정민하 기자 2024. 4. 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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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현행 수준 유지 공약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 확대에도 제동
MZ세대 공인회계사 75%… 최대 변수

올해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 회장 선거를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역대 선거 중 가장 치열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후보는 셋이다. 로컬(중소형) 회계법인 대표와 대형 회계법인 최고경영자(CEO), 그리고 전직 국회의원이 3파전을 벌이고 있다. 그간 한공회장으로는 빅4 출신이 많이 뽑혔는데, 이번에도 전례와 같을지 아니면 처음으로 로컬 출신이 입성할지, 또는 대관 능력이 우수한 정치인이 뽑힐지 주목된다. 전체 회계사 중 2030세대 비중이 75%에 달하는 만큼, 이들의 표심을 잡는 게 관건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왼쪽부터 차기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선거에 나서는 나철호 재정회계법인 대표, 이정희 딜로이트안진 회장, 최운열 전(前) 더불어민주당 의원(가나다순). /각 사 제공·조선DB

24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한공회는 오는 6월 19일 정기총회를 열고 제47대 회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한공회는 이에 앞서 다음 달 20일까지 후보자 등록을 받는다. 후보자 등록을 하기 위해선 공인회계사(CPA)인 한공회 회원 100명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한공회는 2만6000여명의 회계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고, 연간 예산이 500억원에 달하는 직능단체다. 다른 전문직 직능단체에 비해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한공회는 2018년 주기적 감사인 지정 등이 담긴 외부감사법(외감법) 전면 개정에 따라 위상이 높아졌다. 2020년 연봉이 3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삭감된 ‘비상근 명예직’이지만, 선거전 열기가 뜨거운 이유다.

차기 회장 선거에 나설 출마자는 나철호 재정회계법인 대표, 이정희 딜로이트안진 회장, 최운열 전(前) 더불어민주당 의원(가나다순) 등 3인으로 사실상 압축됐다. 아직 후보 등록 기간이 남은 만큼 새로운 출마자가 나올 수 있지만, 이미 3파전으로 압축된 선거 판세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1972년생 나철호 대표는 이번 선거가 다섯 번째다. 지난 2022년 선거에서 현 김영식 회장에 지긴 했지만 40.5%의 득표율을 올린 바 있다. 나 대표는 지난해부터 발 빠르게 회계법인·회계사들과 접점을 늘려 왔다. 나 대표는 한양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2002년 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 현재는 중소형 법인으로 분류되는 재정회계법인을 이끌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제공

이정희 회장은 삼일회계법인 대표였던 김영식 회장처럼 이른바 ‘빅4(삼일·삼정·안진·한영)’ 출신이다. 역대 한공회장은 최중경 회장 등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빅4에서 나왔다. 이 회장 또한 표몰이를 위해 수도권 이외 지역·여성·청년 회계사 등과 모임을 지속해서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60년생인 이 회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왔고, 1982년 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 이 회장은 1983년 안진에 입사해 조세 부문 대표를 거쳤다.

1950년생 최윤열 전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민주당 의원직을 수행했다. 당시 현행 개정 외부감사법(신외감법)을 발의하고 통과시켰다. 최 전 의원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1971년 회계사 시험에 합격해 30년 동안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최 전 의원은 대학 제자를 비롯해 일부 중소형 회계법인 대표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세 후보는 공통으로 공약에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최소한 2주기(18년)는 시행한 뒤 평가를 거쳐 조정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기업이 6년 연속 자율적으로 감사인을 선임하면 이후 3년간은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아울러 꾸준히 증가하는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에 대해서는 모두 합리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축소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관전 포인트는 젊은 공인회계사들의 선택이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전체 공인회계사의 75%가 20~30세대다 보니 이들을 공략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면서도 “또 빅4 회계법인에 소속된 공인회계사가 절반 가까이 되는 만큼 이들의 표심을 얼마나 잡을 수 있는지가 아직 미궁 속에 있는 3파전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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