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으로 반수생 늘자, ‘강남 학사촌’ 입주 문의 쇄도
17일 새벽 6시 조금 넘은 시간, 서울 역삼동 강남역 인근 5층짜리 건물 3층에 올라가자 양쪽에 작은 방들이 줄지어 있었다. 방문에는 A4 용지에 시간들이 적혀 있었다. ‘오전 6시’ ‘오전 6시 20분’ ‘오전 6시 40분’···. 얼핏 평범한 고시원처럼 보이는 이곳은 N수생(재수생 이상) 40명이 사는 ‘D학사’다. 방문에 적힌 시간은 이들이 원하는 기상 시간. 그 시간이 되면 학사에 상주하는 ‘사감’이 문을 두드려 깨워준다. 6시 30분이 되자 추리닝, 후드티 차림에 슬리퍼를 신은 젊은 청년들이 하나둘 2층 식당으로 들어왔다. 동그랑땡, 오징어볶음 등 6가지 반찬에 콩나물국으로 아침 식사를 한 학생들은 7시 20분 노란색 20인승 버스에 올라탔다. 이 버스의 목적지는 대치동에 있는 입시 학원 ‘시대인재’. 일부는 버스를 안 타고 걸어갔다. 150m 거리에 있는 또다른 대형 입시 학원인 ‘대성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이다.
최근 서울 강남의 유명 입시 학원 근처에 있는 ‘학사’들이 성행하고 있다. 학사는 10여년 전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강남역과 대치동, 교대역 인근에 ‘학사촌’을 형성하고 있다. 과거엔 대치동 ‘오피스텔’이나 ‘원룸’을 빌려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이젠 기숙사 형태의 ‘학사’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학사 구조는 보통 고시원과 비슷하다. D학사의 3~4평짜리 방은 침대와 책상, 화장실로 꽉 찼다. 고시원과 다른 건 아침 식사를 주고, 빨래와 청소, 아침 기상까지 밀착 관리를 해준다는 것이다. 보통 학사는 학원 바로 근처에 있기 때문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학사 한 달 비용은 방 크기에 따라 100만~160만원이다. 이달 초 학사생이 된 반수생 안상혁(19)씨는 “강남 근처는 어차피 원룸도 비싸기 때문에 밥도 주고 청소·빨래도 해주는 학사가 낫다”고 말했다. 집이 서울인 학생도 꽤 있다고 한다. ‘학사-학원’만 왔다 갔다 하면서 공부에만 집중하기 위한 목적이다.
대부분 학사는 고등학교 기숙사보다도 규칙이 엄격하다. 휴대폰 사용은 하루 30분으로 제한하고, 학사생끼리 대화를 금지한 곳도 많다. 여학생만 받는 학사도 있다. 강남역 근처 한 여학생 전용 학사는 오후 11시에 방에 학생이 있는지 확인하는 ‘점호’를 하고, 12시 전까진 잠에 들도록 관리한다. 외박이나 외출을 하려면 사감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
최근 정부가 의대 신입생 증원을 발표한 후 학사를 찾는 수험생도 늘고 있다. 보통 학사는 입시 학원의 ‘반수반’이 시작되는 6월이면 빈방이 거의 없다. 그런데 올해는 그 시기가 한두 달 빨라져 인기 있는 학사는 이미 방이 다 찼다고 한다. 한 온라인 입시 카페엔 최근 ‘학사 방을 양도하겠다’는 글이 올라왔는데, 순식간에 문의하는 댓글 3~4개가 달렸다. 한 학사 원장은 “올해 의대 정원이 확정되면 반수생 입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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