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은퇴 후 의료최전선으로…“실력갖춘 지역병원 알리고 싶었다”

김정호 2024. 4. 2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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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소아심장 환아 수술팀 구성 목표
지식·경험 필요한 곳에서 봉사 보람
소아심장 진료 위해 산부인과·장비 등
여러분야 전문가 팀 단위로 움직여야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줄어들어 아쉬워
출산율 등 문제 산적 단순 비판 무리
수술 권유 시 서울 5대 대형병원 선호
지역 의료기관 인식변화·신뢰 필요
▲ 김영휘 강릉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있다. 사진제공=강릉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에서 32년간 소아심장환자를 진료하다가 정년퇴임 후 강릉으로 내려와 지역에서도 소아심장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의사가 있다. 바로 김영휘 강릉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다.

김영휘 교수는 지난 2021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정년퇴임한 뒤 강릉아산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김 교수가 강릉아산병원에 부임한 이유는 지역에서도 소아 심장 환아들이 진료와 수술을 받을 수 있는 팀을 구성하기 위해서였다.

김영휘 교수는 “강릉아산병원에는 이전부터 소아심장 전임의 과정을 마치고 소아심장세부전문의 자격을 얻은 분들이 발령을 받고 근무해 왔지만, 지방병원의 한계 등 여러 가지 여건상 사직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러다 보니까 소아심장 환아들이 강릉에서 수술 받는 경우가 드물었다”며 “환아 부모님들도 대부분 서울로 가서 치료받기를 원하는 상태였는데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소아심장의사로서 강릉아산병원에서도 소아심장환자를 수술할 수 있는 팀을 구성하기 위해 강릉으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은퇴 후 다시 의료 현장 최전선으로 복귀한 이유에 대해서는 “은퇴 후 그냥 쉬면서 여행 다닐까 생각해봤지만, 나의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남은 인생을 봉사하며 사는 것이 더 보람 있다고 생각했다”며 “최근에는 국내 소아환자 감소로 인해 해외 후진국 어린이 심장병에도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 서울에서 근무하다가 지역으로 내려온 의사들 중에서는 원래 그 지역 출신인 경우가 많지만 김 교수는 강릉에 특별한 연고가 없다. 김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근무 시 강릉아산병원의 소아심장환자를 돌보기 위해 소아심장과 교수들이 교대로 한 달에 한 번씩 내려와서 도움을 준 적이 있고 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마친 제자들이 강릉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로 발령받아서 은퇴하면 강릉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많았다”고 강릉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서울이 아닌 지역만의 매력에 대해서도 “우선 여유롭고 환경이 도시에 비해 좋으며 복잡하지 않고 서울에서 한번 가볼려면 시간을 내어 방문해야 할 곳이 많으나 지방에서는 가보고 싶은 곳을 방문하기 편리한 점이 매력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영휘 교수는 인터뷰 내내 소아심장을 다루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팀 단위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아심장병은 대부분 태생기에 심장의 형태발생과정에서 이상으로 인해 생긴 형태학적기형으로 치료가 필요한 경우 수술이나 시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소아심장병에 대해 경험이 있는 소아심장과, 소아심장흉부외과, 그리고 진단에 필요한 심장 CT, 심장 MR에 경험이 있는 영상의학과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또한 산전진단을 할 수 있는 산부인과의 도움도 필요하며, 중재적 시술에 필요한 장비, 소아심장 수술을 위해 소아심장전문 마취과의사, 수술장 전문간호사, 심폐기사, 중환자실 전문의 등 팀을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현재 강릉아산병원 교수 뿐 아니라 소아심장학회에서 설립한 세계 소아심장 네트워크의 대표도 맡고 있다. 이처럼 국내 뿐 아니라 해외봉사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을 묻는 질문에 김 교수는 “지난 2019년 네팔에 서울아산병원 해외 의료봉사팀 일원으로 봉사활동 갔었는데 도착 당일 밤에 저의 호텔로 생후 6주된 아기가 찾아왔고 이미 네팔의 심장병원에서 대혈관전위란 질병으로 진단받았지만 네팔에서는 수술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상태도 나빠 빠른 시일 내 수술이 필요했다. 바로 한국에 있는 소아흉부외과 전문의에게 전화를 걸어 수술할 수 있는지를 문의했고 관계기관에 협조를 구해 한국으로 와서 수술을 받게 돼 완치 판정받고 지금까지 잘 성장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뿐 만 아니라 소아환자를 치료하면서 가장 보람찰 때 역시 “증상이 심한 신생아가 전원 돼 거의 쇼크 상태에서 수술 받고 회복되는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환자가 퇴원할 때 가장 기쁘고 보람 있다”고 답했다.

은퇴 후에도 의료현장 최전선에서 환자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김 교수는 최근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많이 줄어드는 부분도 많이 아쉽지만 단순히 전공의들의 선택을 비판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제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전공의 과정을 선택할 당시에는 많은 학생들이 그래도 필수 의료인 메이저 과를 해야 의사로서의 자부심과 사명감이 있다고 생각해서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지원이 많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출산율도 많이 감소했고, 생명을 다룬다는 것에 대해 여러 문제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공의들이 과를 선택하는 것을 강요할 수 없다. 그래도 그런 걸 무릅쓰고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는 게 의사라는 것을 덧붙이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강릉아산병원과 같은 지역 의료기관에서도 충분히 진료와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영휘 교수는 “현재 국내 소아심장환자 수술을 대부분 서울에 있는 5대 대형병원에서 감당하고 있고 지방병원에서 진단하고 수술을 권유하면 대부분의 환자가 서울로 가길 원하며 강릉아산병원에서 소아심장 수술이 가능한지 모르는 보호자도 많다”며 “간단한 심장병은 지역병원에서 수술 받는 것도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환자 및 보호자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저 뿐 아니라 강릉아산병원의 많은 의료진 환자와 보호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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