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성의 인사이트] 경제난국과 협치의 방정식

김규성 2024. 4. 23.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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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성 경제부 부국장, 세종본부장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만난다. 윤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첫 회동이다. 우여곡절은 많았다. 야당 대표가 재판 중이라는 특수상황도 있었다. 늦은 감은 있다. 그럼에도 대내외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난국에서 만남 자체는 바람직하다.

고금리와 고물가 장기화 조짐은 확연하다. 북핵 문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이란 충돌 등 지정학적 위험은 확대 일로다. 경제 전반의 불안지수도 급등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최근 한때 1400원을 넘어섰다. 이 정도 원화 값 급락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에 이어 4번째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외환변동에 취약하다. 위기의 전조일 수 있다. 안전자산인 금(金)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이달 들어 19일까지 일평균 금 거래대금은 지난 2014년 KRX 금시장 개장 이후 최대라고 한다. 국제유가는 중동발 전운에 출렁이고 있다. 중장기적 위기론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 '한국 경제 기적은 끝났나'라는 기사에서 대기업과 제조업에 기댄 기존 한국식 성장모델이 더 이상 혁신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아가 저출산, 신기술 부문 취약성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치의 기본은 국민불안 해소다. "각자도생에 내몰렸다"는 선거구호 등장은 안 좋은 징조다. '정권심판론'과 '이조(이재명·조국)심판론'이 정면으로 부딪치면서 이번 총선에서 우리 사회 주요 의제에 대한 논의는 부족했다. 국가소멸론까지 제기되는 저출산 상황이다. 여야는 저출산 극복방안을 '1호 공약'으로 발표만 했을 뿐이다. 물가대책 또한 미흡했다.'대파 875원' 사태가 블랙홀처럼 이슈를 집어삼키면서 표심을 자극하는 메시지만 난무했다. 먹고사는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도, 공통분모를 잡아내지도 못한 총선이었다. 미래도 없었다. 노동·연금·교육 개혁 등 비전 제시는 듣기 힘들었다.

대통령과 야당 지도자의 만남은 담판 성격이 짙다. 교착상태 정국을 뚫는 주요 통로로 활용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문재인 당시 새정치연합(민주당 전신) 대표 등 야당 인사들을 만나 주요 정치 현안이었던 연금개혁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대한 공통된 의견을 모은 선례도 있다. 이번 만남에서 의대 증원에 따른 의료파행 사태부터 머리를 맞대야 한다. 민생대책에 대한 의견도 나눠야 한다. 경제난국을 타개하고 경제활력을 높이기 위한 큰 틀의 합의도 필요하다. 21대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관련 법안 처리도 논의돼야 한다. 공매도 제도 개선 등의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안, 제조업 기피현상 해결을 위한 외국인고용법 개정안,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 투자세액공제를 직접 환급해 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이 대상이다. 총선 때 내세웠던 공약 중 접점이 많은 정책은 과감하게 추진하자는 포괄적 합의도 필요하다. 예컨대 자영업자에게도 육아휴직을 쓰게 하자는 국민의힘 공약은 민주당의 '전 국민 고용보험'과 맥이 닿아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국정 최우선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민생"이라고 했다. 민생을 잘하려면 입법을 잘해야 한다. 입법을 잘하려면 야당과 대화하고 타협해야 한다. 정치가 곧 민생이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협치는 곧 책임이다. 유권자가 다수 의석을 준 것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민생입법에 나서달라는 주문이다. 의석을 주는 대신 국정도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일시적·정치적 이득에 치중해 정책정당으로서 신뢰를 쌓는 기회를 놓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아야 한다. 민주당은 '전 국민 1인당 25만원 지원금' 공약이 국가재정 상황과 물가여건을 감안했을 때 최선의 정책인지 고심해봐야 한다. 이번 만남이 경제가 정치 걱정을 하지 않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라가 망할 것 같다"는 한탄이 잦아들게 하는 게 정치의 역할이다. FT의 진단이 오보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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