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도 끊었다" 정용진 회장, 위기 속 침묵…"쇄신 아니면 죽음" 각오

김수연 2024. 4. 2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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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게시물 25개만 남기고 정리
이마트·신세계건설 등 실적 악화
쓱페이·스마일페이 매각협상 무산

정용진 신세계 그룹 회장은 한때 대기업 오너 중 소셜미디어(SNS)를 가장 활발하게 하는 경영인이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수는 84만명에 달했다. 신세계 그룹이 더핑크퐁컴퍼니와 함께 만든 '아기상어 데이' 유니폼 사진을 올리며 직접 야구 마케팅에 나서는가 하면,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먹태깡을 야구장에서 먹으면서 캔맥주와 나란히 놓고 찍은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인스타그램 끊은 정 회장

지난 2월 부회장직을 맡고 있을 땐 '정용진 부회장, 한가한 SNS 즐길 때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캡처한 사진과 함께 '너나 잘하세요 별 XX놈 다 보겠네'라는 메시지를 달아 SNS에 올려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자신을 비판적으로 다룬 기사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인데, 정 회장은 게시물을 올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XX'라고 욕설이 쓰인 부분을 지우고 '니가 더 한가해 보인다'라고 고쳤다.

정 회장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12년 전인 2012년 1월 개설됐다. SNS를 시작한 시기도 빨랐고, 내용도 파격적이었다. SNS를 통해 일상과 탈권위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렇게 SNS광이었던 정 회장이 최근 SNS 활동을 거의 중단할 만큼 끊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글은 지난 3월 2일 '로디 사모님 앤 하이볼'라는 제목으로 아내와 반려견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린 게 마지막이다. 게시물도 25개만 남기고 정리했다.

정 회장이 이처럼 좋아하던 SNS를 멀리하는 이유는 요즘 신세계 그룹의 현실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주력 사업인 유통 부문은 이마트가 12년만에 적자로 돌아설 정도로 부진하다. 건설쪽도 마찬가지로 신세계건설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 유통·건설 등 주력 사업 부진의 늪에 빠져

핵심 계열사인 이마트는 매출(2023년 기준 29조4722억원·연결기준)이 쿠팡(약 31조8000억원)에 추월당했고, 첫 연간 적자를 냈다. 영업적자는 469억원, 순이익은 1875억원 적자였다. 적자의 원인은 유통 부문이 전자상거래업체들에 밀린데다 건설 경기 악화 여파로 지분을 가진 신세계건설이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분양 실적 악화 여파로 신세계건설은 부채비율이 작년말 기준 976%까지 치솟았다.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이 1878억원에 달했다. 2022년 영업손실(120억원)에 비해 1758억원이나 늘었다.

이에 따라 신세계건설의 재무 건전성엔 '빨간 불'이 켜진 상태다. 대구 본동3 주상복합, 삼덕동 주상복합 등 대구 소재 공사현장들에선 미분양으로 인한 공사 미수금만 1000억원이 훌쩍 넘는다. 회사 부채도 급증했다. 지난해말 기준 신세계건설의 부채 규모는 1조1418억원으로, 전년 말 7519억원에서 3899억원(51.9%) 늘었다. 특히 만기가 1년 안팎인 단기차입금은 2022년 말 515억원에서 지난해 말 1700억원으로 불어났다. 지난 2022년 265%였던 부채비율은 작년 말 기준 976%까지 3배 이상 뛰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미수금은 136억9486만원으로 전년 미수금(61억8356만원)의 두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미청구공사액도 같은 기간 256억6389만원에서 280억2963만원으로 23억6573만원 늘었다. 매출채권 전체로 봐도 3165억4866만원에서 4436억7769만원으로 1271억2903만원 증가했다.

한때 부도설까지 돌았던 신세계건설은 이달 초 최고경영자(CEO)까지 교체했다. 정두영 대표를 경질하고, 신임 대표로 그룹 재무관리를 총괄하던 허병훈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을 앉혔다. 영업본부장과 영업담당도 함께 경질했으며, 부서 통폐합 등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설상가상으로 쿠팡 대항마로 키우기 위해 2021년 4조원을 들여 인수한 G마켓 또한 적자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쓱페이·스마일페이 매각 무산…구조조정 난항

이같은 난국 속에 신세계 그룹은 수익성이 낮은 비효율 사업을 정리하고 이마트를 비롯한 유통의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기대만큼 풀리지 않는 모양새다.

정 회장은 구조조정 차원에서 핀테크 기업인 토스(비바리퍼블리카)와 간편결제 서비스인 SSG페이(쓱페이)·스마일페이 매각 협상을 진행해왔는데 23일 최종 결렬됐다. 지난해초 매각 논의에 들어간 지 1년여 만이다. 신세계는 지난해 6월 쓱페이·스마일페이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토스를 선정한 이후 세부 조건을 놓고 협상을 벌여왔다. 구체적인 매각 대금은 공개된 바 없으나 시장에서는 1조원 안팎으로 추정했다. 신세계는 대금의 일부만 현금으로 받고 나머지는 토스 주식으로 대신해 전략적 제휴 관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추진해왔다.

쓱페이는 신세계가 2015년 출시한 간편결제 서비스로 백화점, 대형마트,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등 주요 계열사 서비스에서 통용된다. 스마일페이는 신세계가 2021년 인수한 G마켓의 간편결제 서비스다.쓱페이와 스마일페이의 가입자 수는 약 2500만명으로 네이버페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지만, 결제액 기준 시장점유율은 카카오·네이버·삼성페이에 다소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수연·이윤희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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