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연출자도 놀랐다…전도연·박해수 초호화 캐스팅 연극

김소연 2024. 4. 23.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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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해수와 전도연(오른쪽)이 23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벚꽃동산’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1

"매력적인 배우 전도연, 제가 세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배우 박해수와 함께합니다."

연극 '벚꽃동산'이 화려한 캐스팅으로 이목을 사로잡았다.

23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진행된 연극 '벚꽃동산'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자인 사이먼 스톤은 주연 배우로 캐스팅된 전도연, 박해수에 대한 팬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 작품의 여주인공은 한국의 메릴 스트립이어야 한다"고 했다는 사이먼 스톤은 전도연과 박해수의 캐스팅 확정 소식에 "오랫동안 영화, 드라마에서 본 배우들 옆에 앉아있는 게 영광"이라며 "지금 전 세계 최고의 행운아 같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사이먼 스톤(왼쪽부터)과 배우 전도연, 박해수가 23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연극 ‘벚꽃동산’ 제작발표회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뉴스1


'벚꽃동산'은 LG아트센터가 세계적인 연출가 사이먼 스톤과 만드는 신작이다. 전도연과 박해수는 각각 원작의 여주인공 류바와 냉철한 상인 로파힌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한 인물을 연기하며, 30회의 공연 동안 원 캐스트로 함께 무대에 선다. 고전으로 통하는 안톤 체호프의 유작을 현대의 한국을 배경으로 선보인다.

전도연은 아들의 죽음 이후 미국으로 떠났다가 돌아온 송도영(원작의 류바) 역을, 박해수는 성공한 부동산 개발업자 황두식(원작의 로파힌) 역을 연기한다. 전도연은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비롯, 세계적으로 연기력을 인정 받은 배우고, 박해수 역시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을 통해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사랑받았다. 사이먼 스톤은 이들의 작품을 이전부터 즐겨봤다면서 "극과 극의 감정 전환이 빠른 게 배우들의 강점"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2002년 17세에 호주 멜버른영화제에 초청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본 후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 빠지게 됐다"는 사이먼 스톤은 "20년째 한국 드라마, 영화를 사랑하고 있다"며 "체호프는 연극의 문법을 바꿨다고 평가받는 인물인데, '벚꽃동산' 역시 급격하게 변화는 사회를 반영한다. 그런 멜랑꼴리한 정서, 희망과 절망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한국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이현정 LG아트센터장은 "우리의 대표 레파토리가 될 수 있는 작품을 해외 창작진과 국내 창작진이 협업해 만들고 싶었다"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출가는 많지만,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높고 열린 사고를 지녀야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기에 각국의 프로듀서들에게 조언을 구하던 차에 사이먼 스톤을 다수에게 추천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땐 코로나라 만날 수 없어서 줌 미팅을 했고, 3년 반 동안의 제작 기간 끝에 이번에 공연을 올리게 됐다"며 "사이먼 스톤은 잘 알려진 고전을 새롭게 각색해 올리는 걸로 유명하다. 어떤 고전을 한국적으로 올릴 수 있을지 고민했고, '벚꽃동산'을 함께 작업하게 됐다"고 후일담을 소개했다.

2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르는 전도연과 지난해 '파우스트'에 이어 다시 연극에 임하는 박해수 역시 사이먼 스톤이 연출한 작품을 보고, 그에 대한 신뢰로 작품에 임하게 됐다고 밝혔다. 

배우 전도연이 23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벚꽃동산’ 제작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전도연은 "연극에 갈망이 있지만 두려움이 컸다"며 "제가 영화, 드라마에서는 항상 정제된 모습을 보여드렸는데, 연극은 저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 보여줘야 해서 자신이 없었는데, 사이먼 스톤이란 연출가에게 매료된 부분이 있어서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이먼 스톤에 대해서는 "2022년 JTBC '인간실격'을 할 때 '입센 하우스'라는 연극을 인상 깊게 봤다"며 "그 후에 잊고 지내다 이 작품 제안을 받았고, 그땐 두려움이 더 큰 시기라 '어떻게 하면 비겁해 보이지 않도록 잘 거절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했다. 당시 국립극장에서 '메디아'라는 작품을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고 거절하자'는 마음으로 보게 됐는데, 배우로서 피가 끓었다"면서 무한 신뢰를 전했다.

전도연은 "저도 이 작품을 통해 제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며 "그렇지만 이걸로 제가 '이런 평가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실수도 할 텐데, 그래서 실수가 두렵지만, 두렵기만 했다면 이 작품을 하지 않았을 거다. 그 실수를 통해 배우고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도연은 또 "온전한 연기를 보여주고 싶은 게 아니라, 좋은 작품에 참여하고 싶었다"며 "이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게 저에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더불어 "사람들은 '도전'이라고 이야기하지만, 해보지 않은 것들을 하는 건 제 작업의 연장"이라며 "오랫동안 배우 일을 하면서 사람들은 많은 다양한 작품을 했다고 하지만 해야 할 작품들이 더 많다고 항상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우 박해수가 23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연극 ‘벚꽃동산’ 제작발표회에서 캐릭터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박해수 역시 사이먼 스톤과 전도연을 출연 이유로 꼽았다.

박해수는 "사이먼 스톤 연출의 연습 과정이 어떻길래 그런 작품을 만드는지 궁금하기도 했다"며 "전도연 선배님과 한 번도 작품도 못 해봤는데, '공연을 하신다고' 라고 다른 사람들이 반응한 것처럼 저 역시 그랬다"며 "그래서 꼭 참여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박해수는 '벚꽃동산'에 대해 "대학교 자유연기 시간에 정말 많이 하는 대본"이라며 "그땐 그 시대, 그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계속 많이 했다"고 인연을 떠올렸다. 이어 "체호프의 작품을 이후에도 여럿 했는데, '벚꽃동산'만 인연이 안돼 로망이 있었다"며 "'제가 샀습니다'라는 대사를 너무 하고 싶었는데, 해보니 아주 어려웠다. 어제야 겨우 해냈다"고 고백하며 작품에 대한 진심을 드러냈다.

또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저희 얘기를 많이 꺼냈고, 심지어 캐릭터 이름조차 저희 아이디어로 지었다"며 "각자의 깊은 이야기가 캐릭터에 담겨 있다 보니 단일 배우가 아니면 안 되는 상황으로 흘러갔고, 지금은 그것들이 모여 아름다운 하모니가 이뤄지고 있다. 매일 술을 먹으며 즐겁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전도연, 박해수 외에 손상규, 최희서, 이지혜, 남윤호, 유병훈, 박유림, 이세준, 이주원 등이 출연한다. 건축 디자이너 사울킴이 무대 디자인을 담당하고, 영화 '도둑들', '곡성', '부산행' 음악을 맡았던 장영규 음악감독이 음악과 사운드 디자인을 담당했다. 

한편 '벚꽃동산'은 오는 6월 4일부터 7월 7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상연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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