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권리보장원장 "영유아가 사망해도 모르는 사회 바꿔야"

정인지 기자 2024. 4. 2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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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은 23일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사진제공=아동권리보장원

"지난해 조사 결과 미등록 영유아 2000명 중 249명이 사망했습니다. 우리나라 영아 사망률이 1000명 당 2.3명인데, 50배가 넘는 수준이죠. 최소한 우리나라에 아이들이 몇명 태어나는지, 이 아이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 지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은 23일 취임 1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호소했다. 아동권리보장원(이하 보장원)은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중앙입양원과 실종아동전문기관 등 8개 민간기관의 아동복지 서비스를 통합해 복지부가 2019년 설립했다.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인 정 원장은 지난해 2대 원장으로 취임해 △위기임신 지원 및 보호출산제 △입양정보공개청구 서비스 등의 기틀을 마련했다.

정 원장은 "보호출산제와 입양정보는 국내에 없던 시스템을 새로 만드는 것이다보니 인력과 재원이 계속 필요한 상황"이라며 "아동들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사회 전반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7월 시행되는 위기임신 지원 및 보호출산제는 부모의 출생 미신고로 '사라진 아이'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다. 경제적·사회적 이유로 양육이 어려운 임산부가 익명으로 아기를 출산할 수 있도록 돕는게 골자다. 출생통보제도 함께 시행되기 때문에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을 지방자치단체에 자동으로 통보하고, 부모가 출생신고를 미룰 경우 지자체가 대신 할 수 있게 된다. 산모의 개인 정보를 보호하되 출생정보와 기록을 남겨, 아이가 타가정에 입양되더라도 자신의 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보장원은 위기임산부 중앙상담지원기관으로 전국적인 체계를 구축 중이다. 16개 시·도가 지역상담 위탁기관을 지정 중이고, 다음달 중 실무자 매뉴얼을 개발해 교육할 예정이다. 정 원장은 "위기 임산부는 정부 취약 계층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들에게 충분한 사회 복지 정보를 제공하고 가정 내 양육을 돕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일 신뢰출산 사례를 보면 20~25%가 원가정 양육을 결정한다"며 "우리도 이 수준을 최소한의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입양 정보도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내년 7월부터 보장원은 전국의 입양기록물을 이관 받고 입양정보공개청구 업무를 전담하게 된다. 그동안 입양인들은 자신의 입양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기관을 돌아야 했다. 그럼에도 입양기록이 흩어져 있어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앞으로는 보장원이 입양기록관을 설립해 관련 정보를 보존한다. 민간입양기관 전수조사를 통해 정보를 취합한다. 정 원장은 "기록관 설립에는 적어도 400~5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관련 예산 확보는 재정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국내 입양을 독려하기 위해서는 단번에 입양을 권하기보다는 △양육시설 봉사 △가정 체험 △가정 위탁을 거쳐 입양을 결정하는 문화가 정착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우리나라는 국내 입양이 저조해 2020년 기준 국외 입양이 전세계 3위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정 원장은 "외국의 경우 가정위탁자들이 입양을 하기도 하고 입양한 사람들이 위탁을 하기도 한다"며 "어느쪽이든 국민이 가정을 내줘야 하는 일이라 관련 홍보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노키즈존 확대나 고딩엄빠와 같은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 원장은 "노키즈존이 허용되면 이후 중년, 노인 등 모든사람이 배제될 우려가 있다"며 "노키즈존이 확대되지 않도록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딩엄빠와 같은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실제 아동학대로 보이는 장면이 많다"며 "아동학대가 심화돼 범죄까지는 이어지지 않더라도 훈육과 학대는 다르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그는 아울러 "훈육은 인내와 시간이 필요한데, 바로 변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학대를 유발할 수 있다"며 "부모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2년 뒤에 건강하게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거나 하는 방식이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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