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 "배우 피 끓어 '벚꽃동산' 선택"…스톤 "韓의 메릴 스트립"(종합)

박주연 기자 2024. 4. 2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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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배우 전도연, 박해수, 손상규가 23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연극 '벚꽃동산' 제작발표회를 하고 있다. 안톤 체호프의 유작 '벚꽃 동산'을 한국 배경으로 각색한 연극이다. 몰락한 여성 지주의 스토리를 현대 서울로 변경했으며, LG아트센터가 제작, 배우이자 연극 연출가인 사이먼 스톤이 연출했다. 2024.04.23.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배우 전도연이 세계적 연출가 사이먼 스톤의 신작 '벚꽃동산'으로 27년만에 연극무대에 돌아온다.

연극 '메디아', '입센 하우스' 등에서 고전을 해체하고 재해석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온 사이먼 스톤은 이번에 안톤 체호프의 대표작 '벚꽃동산'을 2024년 한국을 배경으로 재창작해 선보인다.

이현정 LG아트센터장은 23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벚꽃동산' 제작발표회에서 "큰 프로젝트를 위해 한국 문화, 한국 배우에 대해 이해가 깊고 애정이 있는 좋은 연출가를 만나는 게 가장 중요했다"며 "해외 프로듀서들에게 조언 구하던 참에 사이먼을 추천받았고, '메디아' 등 다른 작품을 이미 검토했기 때문에 연출력에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12월 온라인으로 첫 미팅을 했고, 3년 반의 제작기간을 거쳐 무대에 올리게 됐다"며 "사이먼이 아니면 함께 할 수 없는 창작진들이 모두 하나가 돼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벚꽃동산' 연출 사이먼 스톤과 배우 전도연이 23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제작발표회를 하고 있다. 안톤 체호프의 유작 '벚꽃 동산'을 한국 배경으로 각색한 연극이다. 몰락한 여성 지주의 스토리를 현대 서울로 변경했으며, LG아트센터가 제작, 배우이자 연극 연출가인 사이먼 스톤이 연출했다. 2024.04.23. pak7130@newsis.com

사이먼 스톤은 "한국이 짧은 시간 내에 이룩한 문화적·경제적 변화가 놀랍다"며 "저도 그 모습 중 일부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벚꽃동산'을 연출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체호프가 1905년에 이 작품을 썼는데, 당시 러시아는 급변기였다. 한국도 비슷하다고 생각해 한국을 배경으로 설정한 것"이라고 했다.

사이먼 스톤은 2022년 한국에서 리서치 기간을 갖고 '벚꽃동산'에 대한 구상을 마쳤다. 이후 LG아트센터와 함께 작품을 만들어갈 최적의 배우들을 찾기 시작했다. 지난 1월에는 10명의 배우들과 함께한 일주일 간의 워크숍에서 캐릭터의 밑그림을 그렸다.

그는 고전을 해체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자신의 작업 방식에 대해 "관객들에게 거울이 될 수 있는 작품을 찾고 싶다"며 "'이번이 처음은 아냐, 당신이 처음은 아냐. 과거에도 이미 있었고, 되풀이되고 있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니체는 역사가 영원히 반복된다고 했어요. 인간은 완벽하게 새롭지 않고, 그 사실은 우리에게 작은 위안을 주죠."

연극 '벚꽃동산'은 2024년의 한국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이야기는 십여 년 전 아들의 죽음 이후 미국으로 떠났던 송도영(전도연 분)이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스톤은 "한국 배우들은 비극과 희극을 넘나드는 훌륭한 능력이 있다"며 "제가 오랜 기간 영화나 드라마 등을 보며 동경했던 배우들 옆에 앉아있다는 것이 너무 좋다. 저는 세계 최고의 행운아"라고 했다.

사이먼 스톤은 배우 전도연을 캐스팅한 것과 관련, "한국의 메릴 스트립이 꼭 필요했다"며 "여자 주인공 역할이 어렵다. 어떤 연기를 하더라도 사랑스럽고 매력적으로 보여야 한다. 영화를 많이 봤는데 어떤 역할을 해도 매력적이더라. 그래서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배우 전도연이 23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연극 '벚꽃동산' 제작발표회를 하고 있다. 안톤 체호프의 유작 '벚꽃 동산'을 한국 배경으로 각색한 연극이다. 몰락한 여성 지주의 스토리를 현대 서울로 변경했으며, LG아트센터가 제작, 배우이자 연극 연출가인 사이먼 스톤이 연출했다. 2024.04.23. pak7130@newsis.com


이번 작품에서 원작의 주인공 '류바'를 재해석한 '송도영'을 연기하는 전도연은 "사이먼 스톤이라는 연출가에 매력을 느꼈고, 작품에 매료돼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도연은 "늘 연극에 대한 갈망이 있었지만 두려움이 컸다"며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정제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고, 연극에서는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정제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 자신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이먼 스톤의 작품 '더 디그'를 인상 깊게 봤었다"며 "벚꽃동산 출연 제의를 받은 후 '메디아'를 본 후에 성의 있게 거절하자 했는데 공연을 보고 배우로서 피가 끓는 게 느껴졌다.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은 제가 다양한 작품을 많이 했다고 하지만 저는 해보지 못한 작품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라며 "도전이라고 하면 도전이지만, 저에게는 해보지 않은 다른 작업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배우 전도연이 23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연극 '벚꽃동산' 제작발표회를 하고 있다. 안톤 체호프의 유작 '벚꽃 동산'을 한국 배경으로 각색한 연극이다. 몰락한 여성 지주의 스토리를 현대 서울로 변경했으며, LG아트센터가 제작, 배우이자 연극 연출가인 사이먼 스톤이 연출했다. 2024.04.23. pak7130@newsis.com

전도연은 27년 전 출연했던 '리타 길들이기'에 대해서는 "너무 오래전 일이라 가물가물하다"며 "영화·연극·방송의 경계를 생각하지 않고 무모한 선택을 했었고, 당시 일이 정말 많아 힘들었었지, 그래도 힘든 만큼 무대에서 즐거웠지 하는 생각이 난다"고 했다. 이어 "이번 작품에 대해서도 두려움이 많지만 어떤 결과물을 보일 수 있을 지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오징어 게임', '수리남'으로 세계에 이름을 알린 박해수는 냉철한 상인 '로파힌'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한 '황두식'을 연기한다.

박해수는 "대학교 때 '103개의 모노로그'라는 교과서 같은 책이 있었는데 '벚꽃동산'은 자유연기 때 참 많이 한 대본"이라며 "시간이 지나 배우가 되고 체호프의 작품인 '갈매기', '세 자매' 등은 했지만 벚꽃동산에는 접근하지 못했다. 로파힌에 대한 로망이 있었고, '내가 샀습니다'라는 대사가 너무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이현정(LG아트센터장, 왼쪽부터), 이단비(드라마투르기/통역), 사이먼 스톤(연출), 전도연(배우), 박해수(배우), 손상규(배우), 사울 킴(무대 디자이너)이 23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연극 '벚꽃동산' 제작발표회를 하고 있다. 안톤 체호프의 유작 '벚꽃 동산'을 한국 배경으로 각색한 연극이다. 몰락한 여성 지주의 스토리를 현대 서울로 변경했으며, LG아트센터가 제작, 배우이자 연극 연출가인 사이먼 스톤이 연출했다. 2024.04.23. pak7130@newsis.com

박해수는 "이 작품은 원캐스트가 아니면 안 된다"며 "배우들이 직접 참여해 이름까지 직접 만든 캐릭터로, 원캐스트로 너무나도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고 했다.

배우들에게는 원작의 캐릭터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이름이 부여됐다.

전도연과 박해수 외에 손상규는 '송도영'의 오빠 '송재영(가예프)'을, 최희서는 '송도영'의 수양딸 '강현숙(바랴)', 이지혜는 '송도영'의 차녀 '강해나(아냐)', 남윤호는 '변동림(트로피모프)', 유병훈은 '김영호(피시치크)', 박유림은 '정두나(두냐샤)', 이세준은 '신예빈(에피호도프)', 이주원은 '이주동 (야샤)'을 맡는다. 이 작품에 참여하는 모든 배우들은 원 캐스트로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무대에 오른다.

'송도영'의 오빠 '송재영(가예프)'을 연기하는 손상규는 "연습을 하면서 너무 즐겁다고 느낄 정도로 앙상블이 좋다"며 "이 작품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기대하고 있다. 원캐스트라 너무 좋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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