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보조금 관리, 책 낸 광주 서구…“노인들 정산 어려워 불이익”
65세 이상 지역 주민들이 모여 여가를 즐기는 경로당은 보통 지자체 보조금으로 운영된다. 등급별로 월 24만~39만원이 지원되는데 공과금·개보수·부식 등 사용처가 엄격하게 정해져 있어 비용 증빙서류를 분기별로 제출해 확인을 받아야 한다.
광주광역시 서구는 이 같이 복잡한 경로당 회계를 돕기 위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경로당 정산북’을 제작했다고 23일 밝혔다.
정산북은 금전출납부·영수증·통장 사본 등 필수 서류들을 한 권에 담아 회계처리를 간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경로당마다 제각각이었던 서식도 통일했다.
그동안 경로당 회계는 처리·검토에 많은 과정을 거치다 보니 영수증 관리가 잘못돼 보조금을 반납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광주광역시 서구 유덕동의 한 경로당은 지난해 영수증이 없는 보조금 10여만원을 반납하며 평가 등급이 2단계 하락해 지난해보다 운영비가 월 5만원 이상 줄었다.
꼼꼼하지 못한 회계 처리는 경로당 이용자들 간의 불신을 키우기도 한다. 광주 5개 자치구에는 매년 10여건의 운영비 관련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
이에 서구 정산북은 날짜별로 영수증 등을 나눠 지출 내역을 정리하지 않고 모든 내용을 한 장에 적고 영수증을 부착하도록 했다. 책 앞장과 뒷장에는 운영비 사용처와 부적절 사례, 회장 인계·인수서, 회칙 등 경로당 운영에 필요한 내용도 담고 있다.
지난 22일 지역 경로당 240곳에 정산북을 배부하고, 서구청에서 회장과 총무 등을 상대로 관련 교육을 진행했다. 한 경로당 회장은 “보조금 정산이나 영수증 관리로 어려움을 많이 겪었었는데 정산북 한 권이면 회계처리가 가능해져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서구는 간소화된 회계 처리에 따라 정산 시기도 매년 분기별 4번에서 6개월씩 2번으로 줄이기로 했다. 경로당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회계 교육도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다.
서구청 관계자는 “회계 관리로 어려움과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정산북이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고령자의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정책으로 행정에 대한 신뢰와 만족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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