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잼버리, 조직 구성부터 파행 자초

최인 기자(=전주) 2024. 4. 2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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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나 차지하려는 정치인과 성공적 대회 운영 외면한 관계 당국이 새겨들어야

지난해 8월 파행으로 종료된 제25회 세계스카우트새만금잼버리대회는 조직 구성부터 파행을 자초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세계스카우트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새만금잼버리대회 관련 독립 검토패널 보고서(이하 패널보고서)는 "한국스카우트연맹의 경우 5명의 공동위원장으로 구성된 리더십 구조가 혼란스러웠고, 권한의 경계가 모호했으며 비효율적이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패널보고서는 특히 "명확한 책임 라인이 없는 이러한 유형의 구조는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기 매우 어렵게 만들어 작업을 완수하지 못한 채 방치하기 쉽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서 당시 잼버리대원들을 이끌고 새만금잼버리 대회에 참가했던 유닛(40명 단위)대장 윤일호 교사는 "이같은 세계스카우트위원회의 종합적인 보고서 내용에 적극 공감한다"고 밝혔다.

대회 직후 윤 대장은 <프레시안> 기고를 통해 ”기쁨과 설레임을 안고 대회에 참가했으나 냄새나고 지저분한 화장실, 정돈되지 않은 샤워장, 오.폐수, 음식물 등의 무분별한 처리, 전혀 공급되지 않았던 생수 문제는 아주 심각한 수준였다"고 밝혔었다.

심지어 "그늘도 없는 야영장에서 한 낮에 내려 쬐는 뜨거운 태양 탓에 대낮의 텐트 안은 그야말로 들어갈 수 없는 한증막 수준여서 며칠을 견디다 못해 인근 도시인 전북 부안군읍내에서 차광막까지 구입해다가 설치했으나 그마저도 할 수 없었던 외국대원들은 어땠을까?”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통령 방문으로 검문검색대가 설치되면서 입장부터 오랜 시간이 걸렸으며 내빈들의 축사가 예정 시간을 훨씬 넘기면서 기쁨과 설레임의 자리가 돼야 할 개영식은 그야말로 최악의 자리였다"고 회상했다.

이같은 윤 대장의 지적은 "잼버리대회의 경험이 축적된 한국스카우트는 사이드라인으로 빠졌고 막대한 재정을 지원한 한국정부가 관행과 지침을 무시하면서 사실상 주최자가 됐다"며 "한국정부의 개입이 오히려 여러 구조적, 조정적 복잡성을 야기했다"고 지적한 패널보고서의 내용과 일치한다.

윤 대장은 이번 세계스카우트위원회가 공개한 패널보고서가 "정부가 지나친 간섭을 한 것부터 스카우트 정신에 맞지 않았고, 정작 준비단계부터 명확한 책임 소재가 없다 보니 준비 소홀로 나타났고, 결국 잼버리가 파행으로 이어지게 되었다는 점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보고서"라고 평했다.

또 다른 유잇대장이던 김영근 대장 역시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에서 일선 스카우트 지도자가 보는 가장 큰 문제점 세 가지로 "2023년 8월 2일 4만여 명의 잼버리 대원들이 몰려든 개영식장에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난데없는 검색대가 설치되고 소지품 검사 등으로 입장이 늦어지면서 온열환자가 속출했다"고 지적했었다.

특히 "폭염으로 인해 영내 활동이 중단됐을 때 이를 대비한 '플랜B'가 없어 대체프로그램이 마련되지 않은 대원들은 영지 내 그늘에 앉아 더운 열기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고 당시 현장의 아찔한 모습을 전했다.

가장 결정적인 문제로는 "대원들이 이제 막 잼버리를 즐기기 시작했는데 태풍 카눈의 북상으로 갑작스런 퇴영조치가 내려졌는데 전북특별자치도가 마련한 비상계획에 따른 분산배치가 아니라 서울, 경기 등 타 지역으로 강제 이동되면서 영지 내 유닛 지도자들은 그야말로 혼란과 아수라장 자체였다"고 회상했다.

김 대장은 그러나 "폭염과 습한 기후로 활동이 제한되고 부족한 시설로 아쉬움은 있었지만 시작 단계에서 제기됐던 문제들이 빠르게 개선되고 안정돼 갈 때 중앙정부의 뒤늦은 개입으로 인한 혼란은 매우 아쉬웠"고 말한다.

그는 "잼버리의 끝은 여기가 아니어야 하며 잼버리가 우리에게 남긴 과제가 무엇인지 다양한 평가와 대안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 "잼버리 준비 부족의 책임 문제를 넘어 기후 위기의 문제, 환경과 새만금개발의 문제, 잼버리라는 야영활동이 청소년기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전북도민들이 나서서 평가과 대안의 장을 만들어 후유증을 극복하는 것이 새만금스카우트잼버리가 우리에게 남겨 놓은 결말일 것"이라고 제언한다.

청소년대원들을 이끌고 새만금잼버리 대회에 참가했던 유닛지도자들의 이같은 제언과 세계스카우트위원회의 패널보고서 내용은 대책없이 국제대회를 유치해 놓고 ’위인설관‘처럼 ’자리‘나 차지하는데는 익숙하지만 실제 성공적으로 대회를 운영하고 치르는 데는 관심이 없는 관계 당국과 정치인들이 새겨들어야 할 과제일 것이다.
▲<프레시안> 전북취재본부가 22일 확보한 세계스카우트위원회 발표의 새만금잼버리 대회 보고서 ⓒ세계스카우트위원회 보고서

[최인 기자(=전주)(chin5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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