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첫 형사재판 개시…“2016년 대선 사기” vs “무죄”

최서은 기자 2024. 4. 2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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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법원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성인영화 배우에게 성추문 입막음 돈을 지급했다는 혐의의 유무죄를 가리는 형사재판이 22일(현지시간) 개시됐다.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막음 시도가 2016년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 한 사기였다고 주장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무죄라고 반박하면서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전·현직 대통령 최초로 피고인 신분이 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토드 블랜치 변호사 등 변호인단과 함께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 출석했다. 그는 법원 앞에서 기자들에게 “(오늘 재판은) 우리 나라 역사상 최악 대통령(조 바이든)의 경쟁자를 해치기 위한 목적에서 열리는 것”이라면서 이번 재판이 자신의 대선 출마를 겨냥한 “마녀사냥”이자 “부끄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가 자신과의 성관계를 폭로하려 하자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을 통해 입막음 돈을 주고, 이 비용을 회삿돈으로 충당하면서 회계장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과 관련한 여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대니얼스의 입을 막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매슈 콜란젤로 검사는 45분간의 모두진술에서 “피고인은 2016년 대선을 더럽히기 위해 범죄 계획을 조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것은 장기간에 걸쳐 계획되고 조직됐다”며 “트럼프의 행실에 대해 나쁜 말을 하는 사람을 침묵시키고자 불법적인 지출을 하고, 이를 통해 트럼프가 당선되는 데 도움을 주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순전하고(pure) 단순한 선거사기였다”고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문건 조작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결백하다고 주장했다.

블랜치 변호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어떤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다”면서 “해당 비용은 2016년 대선 당시 그의 성생활에 관한 이야기가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불한 돈이 아니며, (검찰의) 주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자금”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에서 선거에서 이기려는 시도 자체는 불법이 아닌데도 검찰은 (억지로) 범죄인 것처럼 몰아간다”라며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통령’ 또는 ‘매우 검소한 사업가’라고 지칭했고 남편, 아버지, 동료 뉴욕 시민 등으로 언급하며 그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번 공소장에 기재된 대니얼스와 관련한 범죄사실 외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선거에 불리한 정보를 사들인 뒤 대중에 알려지지 않도록 묻어버리는 ‘캐치 앤드 킬’(catch and kill) 수법을 활용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찰은 ‘플레이보이’ 모델 출신인 배우 캐런 맥두걸(53)이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한때 불륜 관계였다는 사실을 폭로하려 하자, 타블로이드지 내셔널인콰이어러가 맥두걸에게 15만 달러를 지급하고 독점 보도 권리를 사들인 뒤 이를 묻어버린 게 대표적인 사례라고 본다.

검찰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내셔널인콰이어러의 모회사 AMI 최고경영자(CEO)이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친구인 데이비드 페커(72)를 첫 증인으로 세워 30분간 진술을 들었다.

페커는 취재원에게 기사에 대한 대가로 돈을 주는 ‘수표 저널리즘’ 관행에 관해 설명했고, 불법적 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사기 혐의가 인정되면 법원은 최고 징역 4년을 선고할 수 있다. 유죄 판결이 그의 대선 출마를 막을 수는 없지만 유권자들의 표심에는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무소속 유권자 절반과 공화당 유권자의 4분의 1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으면 그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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