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與, 오만한 野, 표류하는 나라[포럼]

2024. 4. 2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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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지 2주일이 돼 간다.

선거 후 가정 먼저 나온 얘기가, 그동안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입법화하지 못한 양곡관리법, 노란봉투법 등 다수의 법안을 제21대 국회에서 완결짓겠다며 단독으로 상임위를 통과시켰다.

이제 총선에 이겨 제22대 국회에서도 마음대로 국회 운영을 할 수 있게 되자 다시 입법을 시도해 지지도가 떨어진 대통령이 또 거부권을 행사하게 하겠다는 속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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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지 2주일이 돼 간다. 총선 3연속 패배에 간신히 개헌 저지선을 지킨 국민의힘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다. 하다못해 학기말고사의 성적이 떨어져도 학생들은 무엇이, 왜, 어떻게 잘못됐는지 되돌아보고 반성해 다음에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한다. 관리형과 혁신형 비대위를 두고 아직 방향을 잡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위기의식이 별로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정도라면 선거 바로 다음 날, 국민 앞에 무릎이라도 꿇고 처절히 반성하는 모습이라도 보였어야 했다. 반성은커녕 당선자들끼리 모여 덕담을 주고받으며 서로 축하했고, 초선 간담회에는 절반 이상이 참석조차 하지 않았단다. 백서는 고사하고 반성조차 없는 집권 여당을 바라보는 지지자들은 기가 막혀 말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면 175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어떤가. 선거 후 가정 먼저 나온 얘기가, 그동안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입법화하지 못한 양곡관리법, 노란봉투법 등 다수의 법안을 제21대 국회에서 완결짓겠다며 단독으로 상임위를 통과시켰다. 그것이 나라를 위해 필요한 법률이라면 말도 안 한다. 자신들이 여당일 때는 국회의 3분의 2 의석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입법 시도조차 하지 않다가 대선에서 패배해 행정 권력을 잃자 갑자기 나서서 추진한 법안들이다. 이제 총선에 이겨 제22대 국회에서도 마음대로 국회 운영을 할 수 있게 되자 다시 입법을 시도해 지지도가 떨어진 대통령이 또 거부권을 행사하게 하겠다는 속셈이다. 안하무인 격으로 힘자랑 좀 해보겠다는 심보인데, 동네 아이들끼리 싸움도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

민주당 압승이 확정되자 차기 국회의장 세평이 나오더니 급기야 법사위원장도 민주당이 맡겠다는 소리가 들린다. 21대 국회 전반기, 법제사법위원장은 야당이 맡아 오던 관례를 깨고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이 위원장을 내놓으라고 몽니를 부리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결국 압도적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여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했던 민주당이다. 이제 22대 국회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 모양이다. 게다가 6선으로 최다선인 추미애 전 의원은 국회의장은 중립이 아니라면서 확실하게 민주당 편을 들겠다고 공공연히 주장하고 나섰다. 다수 의석이니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국회는 다수결보다 합의를 우선하는 게 원칙이다.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등 다양한 제도를 통해 합의를 추구해야 한다. 21대 국회 전반기,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이 자당 소속 의원들을 탈당시키거나 징계로 인해 출당된 의원들을 야당 몫으로 배정해 신속처리안건 제도를 무력화시킨 것도 의회법을 위반한 폭거였다. 이젠 아예 국회의장까지 나서서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의회 독재를 선도하겠다는 식이다. 추 의원은 6선이면서 국회 운영의 기본 원칙을 모르진 않을 텐데 힘자랑에 앞장서겠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이번 총선에서 얻은 압도적 다수 의석은 야당에 힘자랑하라고 주어진 게 아니다. 국민은 윤석열 정부를 심판한 것이지, 민주당이 좋아서 찍은 게 아니다. 힘자랑 계속하면 다음번 심판은 민주당을 향하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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