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지 300명에게 4년간 주는 혈세 1조원과 허술한 감시망

손종필 전문위원, 김정덕 기자 2024. 4. 2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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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21대 국회도 낮은 생산성 반복
법률안 절반 이상 임기만료 폐기
한 회기당 연봉만 총 1883억원
의원실 지원비 최소 1166억원
보좌직원 수당 총 6720억원
1조원 내는 만큼 감시 잘해야

총선이 끝났다. 이제 공약을 이행할 시간이다. 국회의원의 공약 이행 도구는 법안이다. 이해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하고, 갈등을 조율해 법안을 발의하며, 다른 의원들을 설득해 통과시키는 게 그들의 일이다. 이를 위해 쓰는 나랏돈이 적은 것도 아니다. 그들이 공약을 안 지키면 그만큼의 세금을 날리는 셈이다. 이제는 일꾼들이 제 값어치의 일을 하는지 감시해야 할 때다.

22대 국회를 의회 개혁의 '출발선'으로 삼아야 한다.[사진=뉴시스] 

2만5796건. 21대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률안 건수다. 이 가운데 21대 국회가 처리한 법률안은 9453건(36.6%), 가결한 법률안은 2994건(11.6%)이다. 가결 법률안 가운데 283건(9.5%)이 올해 1~2월 사이에 국회를 통과했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법률안을 벼락치기로 다룬 셈이다.

그럼에도 6530건(25.3%)은 폐기처리, 1만6003건(62.0%)은 계류 중이다. 절반 이상의 법률안이 제대로 된 논의조차 거치지 않은 채 임기만료 폐기를 기다리는 있다는 거다.

물론 21대 금배지의 임기는 아직 남아 있다(5월 29일 만료). 하지만 대한민국 국회가 마지막까지 법률안을 검토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일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하는 것 자체가 사치다.

낙제점인 건 법률안 성적표만이 아니다. 근태 부실도 심각하다. 지난 3월 참여연대가 발표한 '21대 국회 본회의 출석부'에 따르면 4년간 무단결석이 10일 이상인 금배지가 71명(국민의힘 66명ㆍ더불어민주당 3명ㆍ기타 2명)에 달했다.

문제는 의정 성적표가 어떻든 금배지에게 들어가는 예산이 4년간 1조원을 넘는다는 점이다. 무슨 돈이 그렇게나 많이 들어갈까 싶지만 사실이다.

■ 연봉 = 우선 금배지 1명의 연봉(세비)은 1억원이 훌쩍 넘는다. 기본급에 해당하는 일반수당과 관리업무수당, 정액급식비를 매월 지급한다. 이 세 항목을 연액으로 따지면 9429만원.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일반수당의 50%인 정근수당을 연 2회(총 708만원) 지급한다. 설ㆍ추석 명절휴가비는 일반수당의 60%로 연 2회 총 849만원이다. 입법활동비도 연 3763만원을 제공한다. 여기에 연간 300일 기준 1일당 3만1360원씩 연 941만원의 특별활동비를 지급한다.

21대 국회의원들의 의회활동 성적표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실망스러웠다.[사진=뉴시스]

이 항목들을 모두 합산하면 1억5690만원. 금배지가 총 300명이고, 연봉을 4년간 지급해야 하니까 한 회기당 금배지 연봉만 총 1882억8103만원에 이른다.[※참고: 만원 단위에서 반올림을 했기 때문에 월액과 연액, 1인당 금액과 300명 합산 금액에는 약간의 오차가 있다. 다만 총액은 원단위까지 모두 합산한 후 반올림해서 실제 금액과 동일하다. 아래도 마찬가지다.]

■ 의원실 경비 = 금배지 1인에게 지급하는 사무실의 운영 경비도 만만찮다. 이른바 의원실 운영비는 연간 최저 9714만원에서 최고 1억3647만원에 이른다. 의원실 운영비가 제각각인 건 의원공무수행출장비와 정책자료발송료를 금배지의 지역구나 유권자 수에 따라 다르게 책정해서다.

구체적으로 보면 '사무실 운영 지원'을 위해 연간 비서실운영비(216만원), 업무추진비(348만원), 공공요금(1140만원), 사무실소모품비(519만원) 등 총 2224만원을 지급한다. '공무출장 등 교통 지원' 명목으로 연간 차량유류비(1320만원), 차량유지비(430만원), 의원공무수행출장비(486만~4072만원)를 최소 2236만원에서 최대 5821만원까지 지급한다.

여기에 '입법ㆍ정책개발 지원' 비용으로 매년 입법ㆍ정책개발비(2546만원), 정책자료발간ㆍ의원정책홍보물유인비(1200만원), 정책자료발송료(546만~892만원) 등 적게는 4293만원, 많게는 4638만원이 더 붙는다.

끝으로 '의원실 보좌직원 지원'을 위해 의정활동 지원 매식비, 입법활동 지원 정책현안출장비, 업무용 택시비 등 연간 962만원을 추가 지급한다. 이 비용을 4년간 300명의 의원실에 지원한다면 최소 1165억6836만원이다.

■ 보좌직원 수당 = 금배지의 활동을 위해 투입하는 예산은 이뿐만이 아니다. 의원실 보좌직원의 인건비도 있다. 보좌직원은 4급(상당ㆍ이하 동일) 2명, 5급 2명, 6ㆍ7ㆍ8ㆍ9급 각 1명씩 총 8명이다.

이들의 연봉은 크게 월정급여와 비월정액, 성과상여금으로 구분한다. 월정급여에는 본봉, 관리업무수당, 의원보조수당, 초과근무수당, 정액급식비, 직급보조비, 직책수행경비를 포함한다. 비월정액에는 정근수당과 명절휴가비가 들어가 있다.

직급별 연봉을 보면 4급은 9589만원(2명=1억9178만원), 5급은 8516만원(2명=1억7033만원)이다. 6ㆍ7ㆍ8ㆍ9급은 각각 6012만원, 5193만원, 4545만원, 4038만원이다. 따라서 의원실 보좌직원 8명의 한해 인건비는 총 5억5999만원이다. 300명의 의원실에서 2400명의 보좌직원이 4년간 일한다고 가정하면 6719억9084만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이제 종합해보자. 금배지 300명은 임기 4년간 연봉으로 1882억8103만원, 의원실 경비로 최소 1165억6836만원, 보좌직원 수당으로 6719억9084만원 등 9768억4023만원의 국민 혈세를 쓴다. 1조원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이 때문에 금배지가 참석해야 할 회의엔 빠지지 않았는지, 약속했던 법안을 성의껏 발의했는지, 또 그런 법안들을 얼마나 '법'으로 만들어냈는지 등을 국민 스스로 일일이 따져봐야 한다. 그래야 국회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금배지'의 나쁜 백태를 뿌리뽑을 수 있다. 22대 국회를 그 출발선으로 삼아야 한다. 사실 지금도 늦었다.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전문위원
sonjongpil@gmail.com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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