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대전환… ‘세상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박동미 기자 2024. 4. 2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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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 교회’주창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
초대 교회 1.0… 중세 교회 2.0
3.0의 현대교회도 본질 무너져
사회와 소통하고 영향을 끼치는
4.0 교회가 ‘플랫폼’ 역할해야
與-野와 보수-진보를 뛰어넘어
끊임없이 설득 · 소통하는 지혜
교회 지도자들에게 필요할 때
지난 17일 경기 용인 새에덴교회에서 만난 소강석 목사가 ‘용서·축복 그리고 약속’ 동상 앞에 서 있다. 부활한 예수와 그 제자 베드로의 만남을 형상화했다. 윤성호 기자

“여야,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어 끊임없이 소통하고 설득하는 지혜가 교회 지도자들에게 필요해요. 이념이나 정파에 치우치지 않고 오로지 성경적 가치관에 입각해 건강한 시민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지난 17일 경기 용인 새에덴교회에서 만난 소강석(62) 담임목사는 “지금은 한국 교회 대전환의 때”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소 목사는 맨손으로 성도 5만 명의 대형교회를 일궈낸 입지전적 목회자다. 또,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총회장과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을 역임하며 국내 개신교계 지도자 역할을 하고 있다. 중요한 때마다 소신 발언을 해온 그는 이날도 “교회 4.0 시대다.세상의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4.0 교회’는 소강석 목사가 주창한 개념이다. 그는 초대교회(1.0)와 중세교회(2.0)를 지나 현대교회(3.0)가 자리 잡았으나, ‘3.0 교회’는 이미 본질과 가치를 잃고 무너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이후 교회 안팎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물결을 등에 업고 4.0 교회를 향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래 가치를 회복해야 합니다. 그래야 교회의 생명 에너지가 지역사회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즉, 4.0 교회는 사회와 소통하고 사회에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플랫폼’이다. 새에덴교회가 평일에도 교회를 개방해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거나, 저출생 극복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이런 차원이다. 사회문제를 내부 과제로 가져오는 것. 소 목사는 “보다 확장된 영적 공동체를 이루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라고 전했다.

소 목사는 최근 10년간 국내 20~40대 기독교 신자 수가 절반으로 줄었다는 통계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며 “‘그들만의 교회’ ‘교회 카르텔’이라 비난받는 것도 당연하다”고 자조했다. 기독교의 위기는 일찍이 감지됐다. 독일 신학자 한스 큉(1929~2021)은 사람들이 영성엔 목말라도 제도권 교회는 거부할 것이라 예견했고, ‘교회 3.0’의 저자 닐 콜 역시 현재를 ‘종교 없음’의 시대라고 규정했다. “우리가 잘못했어요. 교회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교회의 자성을 촉구한 소 목사는 정치에는 ‘합력’을 기대한다며 고언했다. “이젠 화해와 상생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곧 개원할 22대 국회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그는 최근 본 영화 ‘건국전쟁’도 언급했다. “우남과 백범은 서로 다른 지향점을 가졌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했어요. 결국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 것이라고 믿습니다.” 소 목사는 4·10 총선 당시 결과를 본 후 개인 SNS에 “잠이 오지 않는다”는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정치 성향을 드러낸 것이 아니다. 기독교적 사상에 반하는 법안들이 통과될 것을 우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교회 생태계를 건강하게 지키고 싶을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새에덴교회는 17년간 국내외 참전용사들에게 보은행사를 펼쳐 온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보훈문화 확산에 기여한 공로로 보훈문화상도 수차례 수상했다. 소 목사는 “이 땅의 독립과 자유, 번영과 평화를 위해 희생한 분들의 정신과 가치를 기억하고 계승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미국 텍사스로 소 목사가 직접 간다. 오는 6월 14~15일 300여 명의 노병과 가족들을 초청해 만찬을 하고 최근 준공된 한국전참전기념비와 장진호전투 MIA(Missing in Action·전시행방불명자) 묘지 헌화식을 할 예정이다.

소 목사는 1995년 등단 후 13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기도 하다. 지금의 현대인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시가 있냐 물었더니 그는 ‘봄1’이라는 시를 골랐다. 지난해 출간한 ‘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샘터)에 맨 처음 실린 작품이다.

‘눈앞의 꽃 지고 나면/ 세상 모든 꽃 다 진줄 알았더니// 일어나/ 눈을 들어보니/ 사방 천지가 다 꽃이었다//꽃 한 송이 졌다고 울지 마라/ 눈 한 번만 돌리면/ 세상이 다 봄이다.’

시를 낭독할 때의 얼굴이 가장 즐거워 보인다고, 목회보다 시를 더 좋아하는 것 아니냐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소 목사는 “시 안에 하나님 사랑이 들어 있어서다”라며 응수했다. 그는 “시는 성도들을 향한 나의 연서다”라고 했다. “그리고 성경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시적 연서이지요. 그래서 제게 가장 위대한 시는 결국 성경입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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