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마지노선 읍면인구 2만명 “읍면 통합하고 인구 모아야” [핫이슈]

김인수 기자(ecokis@mk.co.kr) 2024. 4. 2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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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한국정책학회 공동 세션
경북 읍·면·동 250곳 중
인구 2만명 넘는 지역 3%뿐
주민 흩어져 사는 읍면은
도로·수도 인프라 유지 못해
매일경제와 한국정책학회가 소멸위기에 처한 기초 자치단체의 생존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19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자치제도의 혁신’ 세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영훈 전 광주광역시 부시장, 박형준 성균관대 교수, 김준우 대구대 교수, 윤지웅 한국정책학회장(사회), 권향원 아주대 교수, 강영주 지방행정연구원 지방행정혁신실장, 김인수 매일경제 논설위원 [이충우 기자]
인구 21만 명 이하 시군은 전국에 112개.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집중해 지원된다. 그만큼 이들 시군 안에는 소멸 위험이 큰 지역(읍면)이 많다는 뜻이다. 서울·부산과 그 인근은 메가시티로 규모를 키워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 나와 있지만, 이들보다 인구가 훨씬 작은 소규모 시군의 생존 전략은 부재한 상황이다. 지금 추세 대로라면 빠르게 소멸해 사라질 판이다. 그렇게 되면 이들 시군이 집중된 경북·전남·전북의 상당수 지역은 버려지고 황폐화할 수 있다.

매일경제신문과 한국정책학회는 이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학회의 춘계학술대회를 맞아 지난 19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자치제도의 혁신’ 세션을 공동 개최했다.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김준우 대구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이들 지역의 생존을 위해 “읍내 인구를 2만명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경북도의 인구 21만명 이하 19개 시군의 읍면동 250곳을 조사한 결과, 2만명이 넘어야 한국고용정보원이 측정한 소멸위험지수가 ‘위험’ 단계를 벗어나 ‘보통’ 수준으로 떨어지더라”고 했다. 김 교수는 “그 정도는 돼야 공공의 지원을 받아서라도 2차 병원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읍내 인구 2만 확보’을 위한 김 교수의 발표 세부 내용과 이어진 패널들의 토론 내용을 소개한다.

2만명 넘으면 소멸위험지수가 ‘위험’에서 ‘보통’으로 전환
▶김준우 교수=지방 소멸의 문제는 인구 21만명 이하 소도시의 문제다. 이들 소도시에서는 ‘1인당’ 도로 면적과 문화기반 시설이 대도시나 중도시를 압도한다. (인구가 적다고 해서 도로 같은 기반 시설을 설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1인당 기반 시설 면적은 오히려 큰 도시를 능가한다. 그만큼 비효율적이라는 증거다.) 이 같은 인프라 비용을 미래에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이런 소도시가 많은 지역이 경상북도와 전라남도다. 경북의 경우, 19개 시군이 소도시에 해당한다. 이들 시군의 250개 읍면동을 자세하게 분석하기 위해 ‘지속가능 인구지표’를 만들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측정한 소멸위험지수와 인구 성장률 등을 합쳐 만든 것이다. 가장 지표가 안 좋은 읍면동부터 시작해 가장 좋은 곳까지 일렬로 세워 경향을 살펴보았다. 인구가 1만 명 이상인 읍면동 지역은 어느 정도 자생력을 확보하는 패턴을 보여주고, 2만 명 이상이면 지속가능성이 확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만 명이 무너지면 지속가능성이 위태롭다.

경북 지역의 공간을 살펴보면, 10~20가구 마을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이렇게 흩어져 있는 마을들을 유지하기 위해 도로와 전기 상하수도 같은 설치돼 있다. 앞으로 지방소멸 시기에 지자체 예산이 점점 부족해질 텐데, 과연 관리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결국 농촌 마을 주민이 읍내 지역으로 이주해 인구 2만 명을 달성하는 게 필요하다. 임대주택을 비롯한 적절한 주거환경과 이주 조건을 제시한다면, 읍내의 번화한 지역을 중심으로 재구조화가 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농어촌 지역에 흩뿌려져 있는 인프라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문경 산양면과 예천 용궁면의 생활권을 합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이들 면은 각각 인구가 5000명이 안 되는 작은 면이다. 두 개를 합쳐서 인구 2만 명의 소도시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여기에 자율주행이나 드론 같은 미래 기술을 사용한다면, 컴팩트하게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예산 나눠먹기 심각…지방 혁신 저해 요소
▶문영훈 전 광주광역시 부시장=지역 소멸을 막으려면 기업이 중요하다. 미국만 보더라도 글로벌 기업이 넓은 땅에 퍼져 있다. 그러나 한국 대기업들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기존 대기업을 지역으로 이전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겠지만, 새로 생기는 기업이나 큰 산업단지는 지역에 갈 수 있도록 과감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공공기관(공기업 포함)을 지역에 내려보내는 정책은 효과를 못 봤다. 인사철만 되면, 지역 본사가 아니라 서울 지점에서 근무하려고 발버둥을 친다.

▶권향원 아주대 교수=많은 정책 당국자가 지역을 동물·식물 생태계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동식물 생태계에서는) 어떤 희귀종이 죽으면 매우 슬퍼해서 그 희귀종을 꼭 살리려고 한다. (마찬가지로 소멸하는 지역을 희귀종 살려내듯이) 어떤 영양분을 줄까 고민하면서 재원들을 흩뿌려서 계속 살리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지역은 자연 생태계가 아니다. 일부 소멸 지역은 다른 지역과 뭉쳐가는 게 맞지 않나 한다.

좌·우파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지역 정책의 기조가 너무 바뀌는 것도 문제다. 지역소멸대응기금을 보면,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자연 생태계 살리듯이 흩뿌리는 방식으로 읍 단위에 많이 배정됐다. 반면 보수 정권이 집권하면 어떤 권역의 산업을 중심으로 뿌리는 방식을 쓰곤 했다. 그러나 일본 간사이, 프랑스 메트로폴에서는 좌·우파 정권과 상관없이 일관되게 정책을 추진한다.

▶강영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행정혁신실장=우리나라 지방행정은 종합행정이라서 지자체 인구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지자체에서 모든 기능을 수행하게 되어 있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신규 기능이 추가되는 데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행정 서비스의 질이 점점 높아지기 때문에 모든 지자체에서 업무량이 늘어난다고 한다. 인구 감소로 업무가 줄어든다고 말하는 지자체는 없다.

그러나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존과 같은 행정 규모를 유지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고 비효율적이다. 그러므로 효율화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다만 모든 기능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본 집약적 서비스와 달리, 노동 집약적 서비스는 규모의 경제를 적용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맞춤형 복지 서비스처럼 공무원이 주민 한명 한명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그렇다. 그러므로 대민 서비스의 경우에는 규모의 경제보다는 서비스 제공 방식의 혁신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인공지능을 비롯한 첨단 기술을 공공 서비스에 활용하자는 제안은 주목할 만하다.

▶박형준 성균관대 교수=소도시를 몇 개 묶는다고 사람들이 과연 거기 가서 살까 하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본다. 지금 젊은이들은 쿠팡의 새벽 배송이 되느냐를 기준으로 살고 싶은 도시와 그렇지 않은 도시를 구분한다. 단지 지역 안에 대형마트나 문화시설이 있고 없느냐를 갖고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각종 지원이) 현재 우리 광역행정 체제 안에서는 결국에 나눠먹기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경북도의 지방시대 발전 계획을 보면, 경북의 전 지역이 전부 첨단 산업 클러스터를 만들고 특구를 만드는 형태다. 그게 과연 그게 성공할까. 저는 성공하지 않는다고 본다.

지금의 광역·기초 자치단체 체제가 아니라, 기초 자치단체 몇 개를 묶어서, 서로 간 경쟁을 통해서 각각 특화된 전략으로 사람들이 와서 살게끔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나눠먹기식으로 하면 지역이 혁신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윤지웅 한국정책학회장(사회)=주민이 없는 지자체가 과연 필요한가 의문이다. 현재 200개가 훨씬 넘는 기초 자치단체 틀 구조는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축소시대에 대응해 개혁할 필요가 있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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