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전쟁’ 핵심은 법사·운영위… 민주 “17개 독식”에 난항 예고[10문10답]

민병기 기자 2024. 4. 2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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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문10답 - 22대 국회 원 구성
의석수 따른 상임위원장 배분
13대 국회 DJ 제안 이후 정착
민주, 관례 깨고 “다수당 차지”
쟁점법안 ‘게이트 키퍼’ 법사위
대통령비서실 관할 운영위 두고
여야 힘겨루기 한달 넘길 수도
교섭단체만 상임위원장 가능
조국당, 군소정당 규합 안간힘
임기 시작 48일 만에 개원한 21대 국회의 여야 의원들이 지난 2020년 7월 16일 개원식에서 애국가 제창을 하고 있다. 뉴시스

4·10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국민의힘이 개헌·탄핵 저지선(101석)을 가까스로 넘긴 108석을 얻는 데 그치며 22대 국회도 여소야대 상황이 확정적이다. 21대 국회가 5월 29일로 임기가 종료되며 22대 국회는 5월 30일부터 시작되지만 원 구성 및 개원 협상을 두고 난항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원내교섭단체끼리 의석수대로 상임위원장을 배분해 왔던 관례를 깨고 전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이 독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2석의 조국혁신당은 다른 군소정당과 함께 원내교섭단체를 꾸릴 채비를 하고 있다.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간 힘겨루기가 한 달 이상 걸릴 것이라는 우려 섞인 관측도 나온다. 원 구성과 상임위원장 배분, 교섭단체 구성과 관련한 내용을 문답을 통해 알아본다.

1. 상임위원회 구성은

사실상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 대부분은 상임위를 통해 이뤄진다. 상임위는 소관 사항에 관한 입법 등의 의안을 심의하기 위해 상설적으로 운영되는 위원회다. 우리 국회는 국회운영·법제사법·정무·기획재정·교육·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외교통일·국방·행정안전·문화체육관광·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보건복지·환경노동·국토교통·정보·여성가족위원회 등 17개 상임위를 두고 있다. 각 상임위 소관 업무는 국회법에 규정돼 있다. 운영위는 국회사무처 등 국회 내 기관, 대통령실, 국가인권위원회를 관할하고 법사위는 법무부와 감사원, 법원과 헌법재판소 등을 관할하는 식으로 정부부처(위원회)와 연계돼 있다. 이 외 국회법 45조에 따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사실상 상임위에 준하는 상설특별위원회로 있다.

2. 상임위 배정은

국회법에 상임위원 배정 규정에 대한 근거가 따로 있진 않다. 관례적으로 17개 상임위 중 운영위와 정보위, 여가위를 제외한 14개 상임위에 300명의 의원이 배정된다. 운영위와 정보위, 여가위와 예결특위는 겸임상임위다. 국회법에 따라 겸임이 가능하다. 상임위 배분은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들과 협의해 결정한다. 국회 규칙에 따라 상임위별 정수 배분이 완료되면 교섭단체별 정수 내에서는 해당 교섭단체가 자유롭게 의원을 배치한다. 단 비교섭단체 의원의 경우 국회의장이 임의로 배치할 수 있다. 국회법에는 각 교섭단체 대표는 운영위 위원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관례적으로 운영위는 원내대표를 포함한 여야 원내대표단으로 구성된다.

3. 상임위원장 권한은

원 구성 협상이 지연되는 것은 상임위원장 배분 때문이다. 사실 상임위원장의 권한은 과거에 비해 많이 약해졌다. 특수활동비가 공공연한 때는 각 상임위원장은 엄청난 금액의 특활비를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수차례 논란이 된 후 상임위원장이 쓸 수 있는 돈은 국회 예산으로 한정된다.

여야가 상임위원장 배분에 공을 들이는 것은 상임위원장이 상임위 진행과 관련한 핵심 권한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일정을 여야 간사와 협의해 정하도록 돼 있는데 결국 해당 상임위에서 어떤 법안, 어떤 현안에 대해 논의할지 최종 결정을 상임위원장이 내리게 된다. 회의 때마다 회의 진행과 관련해서도 상임위원장의 판단이 결정적이다. 단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을 통해 이 같은 상임위원장의 판단은 많이 제약되기도 했다.

4. 그간 상임위원장 협상은

국회법에는 상임위원장은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과반, 출석 다수의 무기명 선거로 선출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본회의 전 교섭단체끼리 의석수 비율에 따라 상임위를 배분한 뒤 각 정당별로 상임위원장 후보를 공표한다.

단 제헌국회부터 12대 국회까지는 사전 협의 없이 상임위원장을 선출해 특정 정당이 과반 의석을 점한 경우 상임위원장을 독식하기도 했다. 이에 최초로 여소야대가 된 13대 국회 때 김대중 당시 평화민주당 총재의 제안에 따라 의석수 비율로 나누는 게 정착됐다. 13대 국회 이후 협상은 의석수에 따라 교섭단체별 상임위원장 수를 정한 뒤 어느 상임위를 가져갈 것인지를 두고 이뤄졌다. 운영위는 여당 원내대표가 맡는다. 외통위·국방위·정보위 등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상임위는 주로 여당에서 맡지만 협상 과정에서 여야가 나눠 맡을 수 있다. 당시 주요 현안에 따라 여야가 원하는 상임위가 바뀌기도 한다.

5. 민주당 주장은 타당한가

민주당 내에선 ‘미국과 같이 다수 의석을 지닌 정당이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가야 한다’는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거세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미국 같은 경우는 상·하원 상임위원장을 다수 의석이 가진 정당이 다 가져간다”며 “원칙적으로 미국식 방식을 도입하자는 분들도 계신다”고 했다. 실제로 양당제가 안정적으로 구축된 미국의 경우는 책임 정치 차원에서 한 석이라도 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이 모든 상임위원장을 독식한다.

국회법에는 상임위원장 등 국회직의 배분에 관해 정해진 규정도 없다. 상황에 따라 민주당이 주장하는 대로 미국 의회 방식을 차용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에서 원내 1당인 민주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까지 사수하겠다고 나서며 여야 협상이 불발되자 민주당이 전 상임위원장을 차지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단 이때도 추후에 여야 협상을 거쳐 자연스레 여야 상임위원장 배분이 이뤄졌다. 13대 국회부터 이어진 여야 의석수 기준 상임위원장 배분 관례를 22대 국회에서 깨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6. 운영위와 법사위의 특이점

민주당은 17개 상임위원장 전 석을 가져오겠다고 주장하면서 특히 운영위와 법사위를 모두 확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법사위는 법안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가지기 때문에 각 상임위 주요 쟁점 법안의 ‘게이트 키퍼’ 역할을 하는 상임위다. 야당 입장에선 법사위를 확보해야 정부·여당이 반대하는 각종 법안을 신속하게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다. 반면 여당으로선 국회에서 다수를 점하고 있는 야당을 상대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는 점에서 반드시 확보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경호처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따라서 야당이 운영위원장을 차지하겠다는 건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공세 수위를 높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회 상임위 구성에 관한 명문화된 규정은 없으나 관례적으로 운영위는 여당이, 법사위는 원내 2당이 맡아왔다.

7. 원 구성 협상이 늦어지면

민주화 이후 역대 국회는 항상 원 구성이 발목을 잡으면서 개원이 지연돼 ‘지각 개원’이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했다. 국회법에 의하면, 국회는 총선거 후 첫 집회일에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해야 한다. 상임위원장 선거는 국회의원 총선거 후 첫 집회일로부터 3일 이내에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국회 전반기 원 구성에서 법정 시한을 준수한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 14대 전반기 국회는 국회의장 선출까지 30일, 상임위원장 선출 등 원 구성까지는 125일이 걸려 역대 최장 ‘지각 개원’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21대 국회는 임기 시작 48일 만에 개원식을 가졌다. 원 구성 협상이 늦어져 국회 공백 사태가 벌어지면 가장 문제는 민생법안 논의와 처리가 늦어진다는 것이다.

8. 국회 교섭단체 기준과 조국혁신당의 시도는

국회 교섭단체를 구성하려면 의원 20명이 필요하다. 4·10 총선을 통해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진보당 3석(정혜경·전종덕·윤종오 당선자), 새로운미래 1석(김종민 의원), 기본소득당 1석(용혜인 의원), 사회민주당 1석(한창민 당선자)에 더해 시민사회 몫으로 더불어민주연합을 통해 출마한 김윤·서미화 당선자까지 8명을 끌어모아야 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다. 더불어민주연합에 참여한 정·전 당선자, 용 의원, 한·김·서 당선자 등이 조국혁신당에 합류하려면 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 합당 이후 제명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시민사회 당선자 2인의 거취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서 당선자는 제명을 통해 무소속으로 남더라도 조국혁신당으로 가지는 않겠다는 입장이고, 김 당선자는 시민사회 측과 논의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9. 공동 교섭단체 구성 선례는

공동 교섭단체는 20대 국회에서 두 차례 구성된 적이 있다. 2018년 민주평화당(14석)과 정의당(6석)이 공동 교섭단체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을 꾸린 바 있다. 비록 노회찬 당시 정의당 원내대표의 사망으로 3개월여 만에 모임이 해체됐으나 두 당은 선거제도·권력기관 개혁, 한반도 평화, 노동존중 사회 등의 현안에 대한 합의를 이뤄냈다. 2020년에도 민생당(18석)이 무소속 의원 3명과 함께 ‘민주통합의원모임’으로 원내 활동을 했다. 16대 국회 때는 ‘DJP 연합’의 한 축이던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이 17석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없게 되자 교섭단체 요건을 20명에서 10명으로 낮추는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시도했다. 하지만 야당이던 한나라당 반대로 본회의 통과에 실패하면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 의원 4명이 자민련으로 이적하면서 ‘의원 꿔주기’ 논란을 낳았다. 조국혁신당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민주당은 조국혁신당을 교섭단체로 만들어주기 위한 의원 꿔주기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10. 교섭단체 권한은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은 국회 운영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행사한다. 우선 국회의장이 의사일정을 논의하는 카운터 파트너가 교섭단체 대표의원이다. 이와 함께 교섭단체는 각 상임위와 특별위에 간사를 둘 수 있고, 원 구성 과정에서도 상임위원장을 배분받을 수 있다. 상임위 일정 자체가 간사 간 협의에 따라 이뤄지는 탓에 정치권에선 “교섭단체의 과도한 권한으로 각자 헌법기관인 개별 의원들의 영향력이 축소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교섭단체는 경상 보조금과 선거 보조금 등 국고 보조금에서도 교섭단체를 꾸리지 못한 군소정당과 비교해 큰 혜택을 받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치자금법에 따른 교섭단체 구성 여부와 의석수를 기준으로 보조금 총액을 배분한다.

민병기·나윤석·이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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