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 않으면 미래 바뀐다”…기존 규칙 깬 성별 정정 소송 승리

장현은 기자 2024. 4. 23.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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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쏟아지는 비를 맞듯이 온몸으로 (차별을) 맞아내야 했고, 당시에는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졌습니다. 공감과 함께한 소송은 기본권의 침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회적 제도와 인식을 부수는 망치질과 같았습니다."

2022년 한씨는 공감의 도움으로 대법원 예규에서 요구하는 성확정을 위한 모든 외과 수술 없이도 성별 정정 허가 결정을 받았다.

공감을 만나기 전 한씨에게 법적 성별은 일상을 괴롭히는 꼬리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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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소송 당사자가 본 ‘공감’
성전환수술 안했어도
“성별 정정 허가” 판결
대법 예규 기준도 깨트려
퀴어문화축제 현장. 한겨레 자료사진.

“그저 쏟아지는 비를 맞듯이 온몸으로 (차별을) 맞아내야 했고, 당시에는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졌습니다. 공감과 함께한 소송은 기본권의 침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회적 제도와 인식을 부수는 망치질과 같았습니다.”

트랜스젠더 여성 한시은(가명)씨는 한겨레와의 서면인터뷰에서 공감의 공익변호를 ‘망치질’이라고 표현했다. 2022년 한씨는 공감의 도움으로 대법원 예규에서 요구하는 성확정을 위한 모든 외과 수술 없이도 성별 정정 허가 결정을 받았다. 기존 대법원 예규가 요구하는 기준과 해당 예규에 대한 보수적인 해석에서 탈피한 결정이었다. 이는 한씨 앞에 놓인 차별적인 현실을 깨는 망치질이기도 했다.

공감을 만나기 전 한씨에게 법적 성별은 일상을 괴롭히는 꼬리표였다. 무엇보다 신분증에 표기된 성별이 자신의 정체성과 다른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한씨는 이런 고민을 털어놓은 회사에서 각종 부당한 지시와 따돌림을 당했다. 반강제로 회사를 그만둔 뒤 구직 활동을 했지만 누구도 반기지 않았다. 어렵게 면접 단계까지 가도 온갖 비아냥과 하대, 멸시, 차별적이고 성희롱적인 발언이 이어졌다. 회사에 들어간다 해도 한씨의 성별 정체성을 약점으로 삼아 불이익을 주기도 했다.

한씨는 “법적으로 성별 정정이 되지 않으면 최소한의 인간 대우조차 받지 못한다는 현실을 깨달았다”며 소송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소송도 쉽지 않았다. 몇몇 변호사를 찾았지만 “현행법상 가능성이 없는 싸움”이라며 거절당했다. 현행 대법원 예규는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외부성기성형 등(성확정수술)을 성별 정정의 주요 요소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수소문하던 중 우연히 ‘사회적 소수자를 돕는 변호사 단체가 있다’는 말을 듣고 공감을 만나게 됐다.

한씨에게 공감은 ‘위로’이자 사회를 바꾸는 ‘동반자’였다. 그는 “살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이들은 좀처럼 없었다. 공감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곳이었다”라고 말했다.

공감은 2006년부터 성확정수술을 원하지 않거나 할 수 없는 당사자를 대리해 대법원 예규의 위헌성을 주장해오며 성확정수술을 받지 않은 당사자의 성별 정정 사례를 쌓아왔다. 2013년 서울서부지법에서 외부성기성형수술을 받지 않은 트랜스젠더 남성의 성별 정정을 최초로 허가한 사건 역시 공동대리인단으로 공감이 참여했었다.

2019년 공감과 함께 시작한 한씨의 소송은 1차 기각 결정이 나왔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법원을 옮겨 진행한 두번째 소송에서 한씨는 2년6개월만인 2022년 6월 ‘성별 정정을 허가한다’는 판단을 받을 수 있었다. 한씨는 “공감의 사명감과 간절함이 이겨낼 방법을 찾고 길을 찾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별 정정이 한씨에 대한 모든 차별을 막아주진 못한다. 여전히 ‘공익’과 ‘행정의 편익’ 등을 이유로 받는 차별이 한가득하다. 하지만 변화의 밑돌은 깔렸다. 한씨는 “완벽하진 않더라도 이렇게 현실을 하나둘 바꿔나간다면, 헌법상의 평등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미래는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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