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도 밤도 으스스’… 유령도시 된 인천 재개발지역 [현장, 그곳&]

김샛별 기자 2024. 4. 23.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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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미추홀구 전도관2구역, 우범지대 전락… 주민들 불편·불안 폭주
주민 떠난 빈집 곳곳 훼손... 쓰레기 가득
區 “개발사업 속도”… 경찰 “순찰 늘릴 것”
22일 오전 10시께 인천 미추홀구 전도관2구역 개발사업지 안 빈집이 뜯긴 채로 방치돼 있다. 김샛별기자

 

“대낮에 지나기도 무서운데, 밤에는 말도 못하죠. 왜 순찰이나 통행금지 같은 조치가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22일 오전 10시께 인천 미추홀구 전도관2구역 개발사업지. 지붕과 일부 벽만 남은 집들이 골목골목을 채우고 있었다. 주민들이 남기고 떠난 빈집 앞마당에는 철근과 벽돌이 뒹굴고 빈집 안에는 배달음식통, 과자 봉지 등 생활 쓰레기가 담긴 쓰레기 봉투들로 가득했다.

폐허를 연상케 하는 현장에는 고작 ‘위험, 접근금지’ 안내문만 내걸려 있을 뿐, 딱히 주민 통행을 막지 않아 누구나 이곳을 지나다닐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낮 시간임에도 으스스한 분위기가 골목을 감돌아 이 길을 지나는 한 주민은 문이 삐걱대는 소리나 고양이가 움직이는 작은 소리에도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기도 했다.

특히 어두운 저녁 시간에는 무리를 이룬 젊은 남성들만 이곳을 지날 정도로 스산한 분위기가 연출된다는 게 인근 주민들의 설명이다.

인근 빌라 주민 A씨(71)는 “낮에도 혼자 다니기 무서운데 특히 밤에 더욱 공포감이 들어 일부러 큰길로 돌아간다”며 “멀리 돌아가서 불편하더라도 차라리 아무도 다니지 못하게 해 우범지역이 되는 길만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 미추홀구 전도관2구역 개발사업지 일대가 마땅한 대책 없이 우범지대로 전락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미추홀구에 따르면 전도관2구역은 지난 2010년 재개발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주민들 참여가 적었고, 이 때문에 오랜 시간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2021년 4월 주택재개발 정비구역에서 해제됐고, 같은 해 8월 지역주택조합으로 다시 사업을 시작해 현재 지구단위계획 심의를 앞두고 있다.

개발사업이 첫걸음을 떼면서 지난해부터 철거와 이주가 시작돼 현재는 주민 대다수가 다른 곳으로 이주를 완료했고 이 지역은 2년 가까이 방치되고 있다.

구가 무단투기·무단주차 단속을 벌이고 경찰 역시 주변 순찰을 돈다지만 주민들 불편과 불안은 여전하다.

22일 오전 10시께 인천 미추홀구 전도관2구역 개발사업지 안 빈집. 집 안에 각종 쓰레기들이 뒹굴고 있다. 김샛별기자

사정이 이렇지만 조합설립인가와 사업계획 수립을 거쳐 개발을 마무리하는 데까지는 최소 2년이 더 걸릴 예정이라 이 지역 ‘유령화’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주민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을 조합에도 전달하겠다”며 “필요한 행정 절차를 서둘러서 개발사업을 하루빨리 마치겠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빈집이나 우범지역을 선정해 기동순찰대 등이 합동으로 점검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불안함을 느끼는 만큼, 탄력순찰 등을 통해 더 자주 둘러보겠다”고 말했다.

김샛별 기자 imfin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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