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마다 TF 구성했지만… 세부지침 없어 ‘유명무실’ [개식용종식법 100일 中]

김보람 기자 2024. 4. 2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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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모든 시·군 ‘개식용 종식 TF’ 구성
정부 가이드라인 명확하지 않아 ‘혼란’
리플릿 배포 등 단순 홍보활동만 진행
이천의 한 개농장에서 개들이 뜬장에 갇혀 있다. 오종민기자

 

개식용종식법이 통과된 이후 전국 지자체들은 ‘개식용 종식 TF(태스크포스)’를 설치하고 특별법에 대한 후속 조치에 나섰다. 그러나 TF에 대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부족해 TF 활동이 운영 신고를 독려하는 단순 홍보에 그치는 등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용인의 한 개농장에서 생후 2개월 된 개들이 뜬장에 갇혀 있다. 오종민기자

■ 경기도와 31개 시·군, TF 구성 완료

‘개식용 종식 TF’는 정부와 협업 체계를 구축해 개농장주, 도축·유통업자, 식당 운영자들에게 관련 신고와 이행계획서를 받고, 실태조사 등을 실시해 개식용 종식을 추진하는 전담조직이다.

특히 개농장을 포함한 개식용 관련 시설의 업주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본격적인 처벌이 이뤄지기 전 3년의 유예기간 동안 이들 기관의 전·폐업을 유도하고 지원하는 실질적인 역할을 한다.

시·군 TF는 최소 5명에서 최대 20여명으로 구성됐으며 개농장주, 도축·유통업자, 식당 운영자를 관리하는 각각의 부서를 한데 모은 식으로 운영하는데, 개농장주의 경우 동물보호·축산 담당 부서에서 맡고 유통업자와 식당 운영자의 경우 식품·위생 담당 부서에서 맡는 방식이다.

22일 현재 경기도에서는 도를 비롯해 31개 모든 시·군에서 TF 구성을 끝냈다. 도내 시·군 중에서는 여주시(3월7일)가 가장 먼저 TF를 꾸렸고, 군포시가 이날 마지막으로 TF 구성을 마쳤다.

의정부시가 청사 게시판에 부착한 개식용 종식 관련 홍보 포스터. 의정부시 제공

■ 개식용 종식 TF, 세부 지침 없어 ‘유명무실’ 논란

경기도와 시·군에 ‘개식용 종식 TF’가 만들어졌지만, TF 운영에 대한 정부의 세부 지침이 없어 이들은 리플렛을 배포하는 등 단순 홍보 활동만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TF 조직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내 기초지자체의 TF 활동은 ▲경기도, 농림축산식품부의 리플렛·포스터 배부 ▲개식용 종식 관련 현수막 게재 ▲보도자료 배포 ▲공문 등을 통한 관련 서류 제출 독려 등에 머물러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TF 구성·운영에 관한 지침’을 각 지자체에 전달했지만, 지침에는 개식용 업체 관련 부서로 TF를 구성하는 방안과 단순 홍보활동에 관한 지침 외에는 특별한 내용이 없다.

특히 경기도를 비롯해 각 기초지자체의 TF는 공식 조직된 별도의 기구로 보기에도 어렵다. 개식용 관련 시설을 담당하던 기존의 부서가 관련 업무를 동일하게 하는 상태로 ‘TF’ 조직으로 묶인 형태라, TF 관련 별도의 사업과 활동이 없는 상태다.

A시의 동물복지팀장은 “경기도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내려온 가이드라인 등이 제대로 없어 시 단위 TF에서 자체적인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며 “운영 신고와 이행계획서 접수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B시의 동물복지팀장 역시 “TF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방향 설정을 명확히 해줄 필요가 있다”며 “자체적으로 개식용 관련 업체의 현황을 조사했다가 농림부의 지적을 받아 그만두기도 했다. 홍보를 제외한 TF 활동에 대한 세부적인 지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TF 구성이 늦어진 일부 기초지자체의 경우, 도가 제공하는 홍보용 리플렛 등을 전달받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로 기본적인 홍보활동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지자체 중 가장 많은 개식용 관련 시설이 있어 선제적인 조치에 나서야 할 경기도가 기초 지자체 관리 등에 부실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도 관계자는 “시·군에 리플렛을 전달하고, 현수막을 보내 홍보를 돕고 있지만 농림부의 가이드가 명확하지 않아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현장의 상황을 제일 잘 아는 건 지자체이기 때문에 지자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정책을 적극적인 방식으로 해주길 부탁하고 있다”며 “2주에 1번씩 중앙-지방협의회 영상회의를 열어 문제점을 공유하고 피드백하고 있으며, TF 운영에 대한 보다 세부적인 메뉴얼을 전달할 수 있도록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서귀포시 개식용 종식 TF 직원들이 개식용 관련 시설 업주들에게 신고 내용 등을 안내하고 있다. 서귀포시 제공

■ 어르신 한 명 한 명 설득한 ‘서귀포’, 간담회 갖는 ‘충주’

TF 운영에 대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미흡해 경기도와 시·군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타 시·도의 경우 개식용 관련 시설 업주들의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상남도의 경우 지난 2월 개식용 종식 TF를 구성한 뒤 도내 개농장과 개 취급 식품접객업소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해 현황파악을 마쳤다.

제주도 서귀포시의 TF는 개농장 15곳과 개 취급 식품접객업소 17곳을 찾아가 업주의 고충을 파악하고, 운영 신고와 이행계획서 제출에 대한 안내를 했다. 특히 지난 1, 8일엔 개농장 주인들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를 열어 전·폐업 이행계획서에 담아야 할 내용들을 알리고 제출하도록 독려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공문으로 관련 내용을 알려도 되지만 직접 현장을 방문해 업주들의 어려움을 듣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며 “같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업주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해 업주들을 일일이 만나 설득했고 신고를 모두 받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충주시 개식용 종식 TF 직원들이 지난 15일 개식용 종식 관련 설명회를 열고 개식용 관련 시설 업주들에게 신고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 충주시 제공

충청북도 충주시의 TF 역시 개농장, 개 취급 식품접객업소 업주들이 고령인 점을 감안해 지난 15일 개농장주 3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선 운영 신고서와 이행계획서를 작성하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현장에서 서류를 배부해 제출을 독려했다.

충주시 관계자는 “농장주 대부분이 고령의 어르신이라는 지역 특성이 있다. 서류를 드리고, 직접 안내해야 받기 수월할 것 같았다”며 “개 마릿수와 면적만 적으면 현장에서 신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개식용 종식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김보람 기자 kbr13@kyeonggi.com
김한울 기자 dahan810@kyeonggi.com
금유진 기자 newjeans@kyeonggi.com
오종민 기자 fiveb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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