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된 발레 vs 화려한 댄스… 로미오와 줄리엣 ‘2色 공연’

이지윤 기자 2024. 4. 23. 03: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이 다음 달 발레와 댄스 뮤지컬로 각각 해석돼 관객을 맞는다.

10∼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유니버설발레단(유니버설발레단)이 공연하는 케네스 맥밀런(1929∼1992) 안무작과 8∼19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펼쳐지는 매슈 본 안무작이 바로 그것.

본은 맥밀런의 혁신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통해 사랑과 우울증, 성 정체성 등 오늘날 젊은이들이 마주한 문제를 응시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달 英출신 두 안무가 ‘서울대전’
맥밀런 안무… 10~12일 유니버설발레단 공연, “첫사랑 감정 등 연기적 표현 중점”
매슈 본 안무… LG아트센터 8~19일, 5분 동안 한몸 된 ‘파격 2인무’ 펼쳐
다음 달 유니버설발레단과 현대무용의 대가로 꼽히는 영국 안무가 매슈 본이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각기 다른 색깔의 무용극으로 풀어낸다. 유니버설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백미로 꼽히는 ‘발코니 2인무’의 한 장면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이 사랑의 정열을 춤으로 표현한다. 유니버설발레단·LG아트센터 제공ⓒJohan Persson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이 다음 달 발레와 댄스 뮤지컬로 각각 해석돼 관객을 맞는다. 10∼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유니버설발레단(유니버설발레단)이 공연하는 케네스 맥밀런(1929∼1992) 안무작과 8∼19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펼쳐지는 매슈 본 안무작이 바로 그것. 두 영국 출신 안무가가 영국 대문호의 대표작을 어떻게 다르게 표현하는지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있다.

유니버설발레단 ‘로미오와 줄리엣’은 두 앙숙 가문의 자제인 로미오와 줄리엣이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빠지는 원작 서사를 충실히 따른다. 1965년 초연 당시 셰익스피어 원전을 가장 충실히 담아냈다는 평가와 ‘혁신적 안무’란 평가를 동시에 받은 버전이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은 “앞서 라브롭스키 버전(1940년)이 형식적인 마임과 반복되는 동작,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큰 리프트 안무가 많았던 것과 달리 맥밀런은 서사와 감정을 연기적으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본은 맥밀런의 혁신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통해 사랑과 우울증, 성 정체성 등 오늘날 젊은이들이 마주한 문제를 응시한다. 원작의 배경인 이탈리아 베로나 공국은 청소년 교정시설 ‘베로나 인스티튜트’로, 줄리엣은 내면의 악마와 싸우는 ‘문제아’로 바뀐다. 본은 ‘호두까기 인형’ 등 정통 발레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며 올리비에 상을 무려 9차례 받은 안무가. 본은 “어린 두 남녀의 사랑을 담기 위해서는 이들의 실제 삶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봤다”고 해석의 배경을 밝혔다.

매슈 본이 안무한 댄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의 ‘발코니 2인무’ 장면으로 두 무용수가 키스한 채 서로를 끌어당기고 바닥을 구르는 춤이 펼쳐진다. 유니버설발레단·LG아트센터 제공ⓒJohan Persson
‘로미오와 줄리엣’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발코니 2인무’와 ‘기사들의 춤’ 장면. 이들 장면에선 두 안무가의 색깔이 극명하게 갈린다. 맥밀런의 ‘발코니 2인무’ 장면에 대해 문 단장은 “단순 동작이 아닌 자연스러운 연기로 등장인물의 성격과 심리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며 “시대를 앞서간 줄리엣의 당찬 면모와 걷잡을 수 없는 첫사랑에 빠진 감정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본의 손을 거친 ‘발코니 신’은 ‘무용사상 가장 긴 키스신’으로 변주된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입술이 닿은 채로 한 몸이 되어 바닥을 구르고 돌면서 5분 가까이 2인무를 추며 관객을 사로잡는다.

‘기사들의 춤’에서 맥밀런의 작품은 캐풀릿 가문의 무도회에서 열리는 화려한 군무로 유명하다. 본의 작품에선 베로나 인스티튜트에 수용된 젊은이들이 군무를 추는 장면으로 각색됐다. 주먹을 쥐고 팔을 당기는 등 기존 무대에선 찾아보기 힘든 동작들로 이뤄진다.

주인공 역을 맡은 무용수들도 상반된 매력을 드러낸다. 유니버설발레단 공연에선 아시아인 최초로 미국 아메리카발레시어터(ABT) 수석무용수가 된 서희(38) 등 내공을 갖춘 스타 무용수들이 줄리엣 역을 연기한다. 서희는 2013년 ‘오네긴’ 이후 11년 만에 내한한다. 지난해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최고 여성무용수상을 받은 강미선(41)이 같은 배역을 맡는다. 이와 달리 본의 공연에서는 1995∼2002년생 신예 무용수 3명이 줄리엣 역을 돌아가며 맡아 에너제틱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한지영 발레 평론가는 “맥밀런 버전에선 절제된 발레 테크닉으로 풀어낸 풍부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장면 전환이 빠르고 화려한 구성의 본 버전에선 마치 쇼를 보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