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비 대폭 삭감’ 지역 중소 영화제 재정 위기…“내년이 더 힘들다”

김미주 기자 2024. 4. 2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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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영화제 지원비 총 52% 삭감…25억을 전국 40개 행사 나눠야

- 개막 눈앞인 국제단편영화제
- 아직 국비 지원여부조차 몰라
- 독립·평화영화제 등도 예산 비상

정부의 ‘영화제 예산 삭감’으로 올해 부산에서 개최되는 중소 규모 영화제의 위기가 현실화했다.

지난해 열린 제40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개막식(사진 왼쪽) 장면과 같은 해 열린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포럼 현장. 올해 국비 삭감으로 영화영상도시 부산에서 개최되는 중소 규모 국제·국내영화제들의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부산국제단편영화제·부산영화평론가협회 제공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내 및 국제영화제 지원 사업비(이하 ‘국비’)를 기존 52억5900만 원에서 올해 25억1900만 원으로 52% 삭감했다. 이 국비를 전국 40여 개 영화제가 나눠서 지원받았는데, 예산 삭감 폭이 매우 커 올해는 그 대상이 10개 안팎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22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이 사업에는 38개 영화제가 지원을 신청했다. 지원 여부와 지원 액수 등 결과는 이달 내 발표된다.

지난해 기준 부산은 ▷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부산국제단편영화제 ▷부산독립영화제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시상식 ▷부산평화영화제 등 6곳이 국비를 지원받았다. 이 가운데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부산국제단편·부산독립·부산평화영화제와 부산영화평론가협회 시상식 등 4곳의 올해 운영 상황을 들여다봤다.

당장 오는 25일 개막하는 부산국제단편영화제(BISFF)는 국비 예산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41회 축제를 준비하는 초유의 상황을 맞았다. 늦어도 3월 초 발표되던 국비 지원 여부가 올해 이례적으로 미뤄진 때문이다. BISFF는 지난해 국비 9500만 원가량 지원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개막을 나흘 앞둔 이날까지도 국비 지원 여부를 알 수 없다. BISFF는 “해마다 4월 개최를 목표로 연간 시스템을 돌린다. 발표만 기다릴 수 없어 국비는 없는 셈 치고 준비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40주년을 맞아 증액됐던 지방비(시비)는 올해 다시 4000만 원가량 삭감됐다. BISFF는 R&D(연구개발) 관련 국비 지원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관련 포럼을 영화제 기간 개최해야 해 더욱 곤혹스러운 처지다.

부산독립영화협회는 지난해 총예산(2억5000만 원 안팎) 대비 무려 절반이 삭감될 처지다. 영화제 국비 지원액(지난해 2500만 원)은 물론, 지역영화문화활성화 지원사업도 올해 폐지되면서 관련 예산 1억200만 원가량이 이미 ‘삭제’됐기 때문이다.

협회는 “25회째인 올해는 상영관과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다. 예산 상황에 따라 상영작 조정도 고민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협회는 “최소한의 기반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줬던 안전장치들이 사라지고 있다. 지역·독립 영화들은 한국영화의 미래와 연결된다.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당장의 성과가 아닌 잠재력이나 가능성을 보고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평화영화제는 올해 15주년 기념기획을 준비하려 했으나, 되레 영화제 기간을 하루 줄였다. 이 영화제는 지난해에는 국비 800만 원을 지원받았다. 시비는 올해 1000만 원가량 삭감된 상태. 총사업비의 36%가 줄게 됐다. 부산평화영화제는 “우리 영화제 특성상 협찬이 잘 되는 편이 아니라 국·시비 감소 폭을 크게 느낀다”며 “올해는 영화제 기간을 나흘에서 사흘로 줄이고, 부대행사나 감독 초청도 모두 축소했다”고 아쉬워했다.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시상식 역시 총사업비 절반가량을 차지한 국비(지난해 1600만 원) 삭감 위기로 근심이 크다. 이 협회의 시상식은 배우·감독·관객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특별한 포럼으로 호평받아왔다. 올해 연말의 제25회 시상식도 차질 없이 치르기 위해 당장 평론가들의 원고료와 인건비를 줄였지만 역부족이다. 협회는 “영화평론가들의 무대가 좁아지는 마당에 고료까지 줄여 마음이 아프다. 기업 후원 등도 알아보고 있지만 불확실하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는 “재정적 보조가 힘들면 비용 절감 효과를 내는 행정적 지원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한 영화인은 “자막 제작이나 영사 등에 필요한 행정적 지원이나 인·물적 지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중소 영화제는 예술문화의 기반을 이루는 중요한 존재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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