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바다의 잡초? 식량도 에너지도 해조류가 미래다

민광식 前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생명과학본부장. 부경대 겸임교수 2024. 4. 2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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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조류는 건강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장차 예측되는 식량 위기 또는 에너지 위기에 대체될 수 있는 자원으로서 그 중요성이 새로이 인식되고 있다. 과거에 해조류는 ‘바다의 잡초’로 취급을 받았지만 최근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서구에서 김은 ‘블랙 페이퍼(Black Paper)’라고 불리며 ‘먹거리’라는 인식이 낮았으나, 최근 들어 미국에서 냉동 김밥 열풍이 불면서 김에 ‘검은 반도체’ ’K-Gim(김)’이라는 별명이 붙는 등 해외에서 인기가 높아졌다. 지난해 김 수출액이 7억9300만달러로 수산 식품 최초 수출액 1조원을 달성하기도 하였다. 수출 대상국도 미국, 중국, 일본 등 전통적인 수출 시장뿐만 아니라 중동, 남미와 같은 신규 시장까지도 진출하여 글로벌 인기를 끌고 있다.

해조류는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고 식량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글로벌 지구환경정책연구기관인 세계자원연구소(WRI)에 따르면 “증가하는 식량 수요를 충족하려면 식량 생산이 2050년까지 2010년 대비 50% 이상 늘어나야 한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밀, 쌀 등 생산 위주의 식량 증산은 농지나 목축지를 늘리는 과정에서 산림 훼손이 불가피하고 비료·농약 사용 등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한다. 따라서 해조류가 세계적인 기후변화와 식량난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가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최근 미국 터프츠 대학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글로벌 식량안보’에서 “해조류 양식이 기후변화를 늦추는 동시에 기아와 영양실조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해조류는 양식 과정에서 토지나 담수가 필요하지 않고, 화학비료 없이도 잘 자라는 등 주곡 작물 재배에 비하여 지속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고, 바다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저감시킬 수 있다”고 했다. 다년생 갈조류 양식장이 해수면 1ha당 연간 10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해조류는 풍부한 미네랄과 비타민, 식이섬유 등을 함유한 ’수퍼푸드’이기도 하다.

무분별한 화석연료 사용으로 불거진 지구온난화로 지구 빙하가 녹고 있는 요즘, 바이오매스(Biomass)는 지속적이고 안전한 에너지를 지향하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떠올랐다. 바이오매스는 태양 에너지를 받아 유기물을 합성하는 식물과 이들을 먹이로 하는 동물, 미생물 등 생물 유기체를 총칭하며, 바이오에너지(Biomass Energy)를 생산하기 위한 원재료이다. 옥수수·콩·사탕수수 등 에너지 작물, 다시마·미역 등 해조류, 재활용 가능한 유기 폐기물 등이 있다. 바이오매스는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기존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 사용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해조류를 이용한 바이오 소재, 바이오 연료 개발이 활발하다. 산업용 해조류 대량 생산을 위하여 미국에서는 다시마, 미역 등의 갈조류 외에 ‘마크로시스티스(Macrocystis)’라는 해조류에 관심을 갖고 있다. 마크로시스티스는 미국 태평양 연안에 서식하는 다시마목의 거대 갈조류다. 현존하는 해조류 중 가장 크고 알긴산의 원료로 매우 중요하며, 식용이나 기타 천연 소재로 사용되는데 오래전부터 식용 이외에 바이오 연료로 주목해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조류 바이오매스 대량 양식 대상종은 길이 1~3m에 달하는 대형 갈조류인 다시마, 미역, 모자반 등이 있다. 이들 해조류는 수심이 얕은 곳에서 주로 양식을 하고 있으나, 향후 효율적인 양식 시스템의 개발로 수심이 깊은 외해에서도 대량 양식이 가능할 것이다. 지난 1월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KIMST)은 미국 에너지부 소속 에너지고등연구계획원(ARPA-E)과 해조류 외해 양식 기술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향후 해조류는 식량 위기와 기후변화에 이르기까지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고,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미래 에너지로 부상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다. 우리나라는 넓은 바다를 통해 해조류 공급망을 충분히 갖출 수 있고, 세계 최고 수준의 해조류 양식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해조류를 통한 해양 바이오 산업의 선점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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