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에 美직구 손떼는 사람들… 대신 “中직구”

정서영 기자 2024. 4. 2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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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 미국에서 화장품 등을 직접 구매(직구)했던 이모 씨(29)는 이를 중단했다.

이 씨는 "한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화장품이나 옷을 주로 미국 직구를 통해 샀는데 가격이 너무 올라서 환율이 안정되기 전까진 안 사기로 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하는 등 강(强)달러가 이어지자 미국 직구 소비자들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달러로 결제하는 미국 직구의 체감 가격이 급등하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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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서 189달러에 파는 에어팟… 환율-배송비 등 감안땐 국내와 비슷
1분기 美직구 10% 줄어 3.3억달러… 中직구는 금액 57%-건수 80% 급증
아마존 “49달러 이상땐 무료 배송”
최근까지 미국에서 화장품 등을 직접 구매(직구)했던 이모 씨(29)는 이를 중단했다.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서 예전에 샀던 가격보다 20∼30%는 더 주고 사야 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한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화장품이나 옷을 주로 미국 직구를 통해 샀는데 가격이 너무 올라서 환율이 안정되기 전까진 안 사기로 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하는 등 강(强)달러가 이어지자 미국 직구 소비자들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그 자리는 ‘터무니없이 싼 가격’을 앞세운 중국 직구가 대신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의 국내 점유율이 빠르게 커지자 미국 아마존도 ‘49달러 이상 무료배송’이란 맞불을 놨다. 한국의 직구족을 잡기 위한 미중 업체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 ‘킹달러’에 줄어드는 미국 직구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국내 소비자들의 미국 직구 금액은 3억3700만 달러(약 4652억 원)로 3억7600만 달러(약 5191억 원)였던 전년 동기보다 10.4% 줄었다.

미국 직구 하락세의 배경에는 강달러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달러로 결제하는 미국 직구의 체감 가격이 급등하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실제 아마존에서 189달러에 판매 중인 무선 이어폰 에어팟 프로 2세대의 경우 1380원대의 환율을 적용하면 약 26만800원이다. 배송대행 서비스 이용료까지 고려하면 국내 온라인 쇼핑몰 판매가와 비슷해진다.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직구의 매력이 없어지는 셈이다.

미국이 주춤한 사이 중국 직구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4억4800만 달러(약 6185억 원)였던 중국 직구 금액은 올해 1분기 7억500만 달러(약 9733억 원)로 57% 급증했다. 구매 건수도 1601만6000여 건에서 2891만9000여 건으로 80%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은 633만6000여 건에서 640만1000여 건으로 1% 상승하는 데 그쳤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직구 금액은 전년보다 7.3% 줄어든 1조8600억 원으로 중국(3조2900억 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 시장 확대하고, 배송비 무료

국내 소비자들의 중국 직구가 급증하자 18일 아마존은 49달러(약 6만8000원) 이상을 구매하는 한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무료배송 서비스에 나섰다. 아마존과 제휴하는 11번가도 할인율이 높은 품목을 앱·웹 화면에 전면 노출하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국내 직구 플랫폼들은 강달러 현상이 장기화되는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 큐텐이 운영하는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는 디지털·가전처럼 환율 영향이 큰 고가 제품 대신 단가가 낮은 식품이나 생활용품 중심으로 상품 소싱을 강화했다. 미국 대신 엔저(엔화 약세) 효과로 가격이 내려간 일본이나 중국 품목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아마존이 중국의 알리와 테무가 빠른 속도로 한국 시장에서 성장하는 것을 견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알리와 테무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급격히 사용자를 늘리고 있다. 테무의 미국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1월 기준 5140만 명으로 아마존(6700만 명)을 쫓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관계자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는 아마존이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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