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대관령 불망비(不忘碑) 2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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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규 강릉시장이 며칠 전 지역 기관·단체장 월례 모임 자리에서 불쑥 "오늘 오후에 시간이 되는 분은 대관령에 같이 가보자"고 제안했다.
김 시장은 "지금부터 200년 전에 대관령 산기슭 중턱에 세워진 비석인데, 모양새는 초라하지만, 비석이 전하는 메시지는 어떤 웅변보다 우렁차다"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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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규 강릉시장이 며칠 전 지역 기관·단체장 월례 모임 자리에서 불쑥 “오늘 오후에 시간이 되는 분은 대관령에 같이 가보자”고 제안했다. “대관령에 무슨 일이 있냐”고 기관장들이 반문하자, “꼭 보여주고 싶은 비석이 있다”고 했다. 김 시장은 “지금부터 200년 전에 대관령 산기슭 중턱에 세워진 비석인데, 모양새는 초라하지만, 비석이 전하는 메시지는 어떤 웅변보다 우렁차다”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김 시장이 보여주고자 한 비석은 ‘기관 이병화 유혜불망비(記官李秉華遺惠不忘碑)’이다. ‘이병화’라는 이름을 가진 관리의 은혜를 잊지 말자는 비석이다. 대관령 옛길의 중간 지점인 반정(半程)에서 300여m 아래 등산로 숲속에서 만날 수 있다. 1824년, 순조 임금 24년 9월에 세워졌다. 비석의 주인공인 이병화는 ‘기관(記官)’이라는 관직명이 붙은 것으로 보아 당시 강릉 관아에서 기록 등의 행정 실무를 맡았던 향리(鄕吏)로 추정된다.
깊은 산 중턱에 비석이 세워진 연유는 비석 앞면에 명문으로 새겨져 있다. ‘거금을 이식해 은혜롭게 점막(店幕)을 설치하고, 길손에게 휴식처와 숙소를 제공하니, 작은 조각돌에 새기어 오래도록 기리고자 하노라.’ 이병화가 사재를 들여 대관령 중턱에 길손들이 안전하고 편하게 쉬어 갈 수 있는 유숙처를 세웠고, 주민들은 그 고마운 뜻을 오래도록 잊지 않고 기리기 위해 비석을 세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근·현대 교통로가 개설되기 전, 아흔아홉 굽이 대관령은 이따금 맹수가 출몰하고, 겨울철에는 살을 에는 추위로 길손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테니, 유숙처의 존재 가치가 더 각별하다. 더욱이 이병화는 세칭 힘 있는 양반 권문세가도 아니고, 강릉 관아의 아전인 중인 신분이었기에 그가 대관령에 남긴 애민(愛民)의 정이 더 값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는 대관령에 불망비가 세워진 지 꼭 200년이 되는 해다. 1m 남짓 크기에 주변 잔돌을 모아 야트막하게 담을 두른 소박한 비석은 세월의 무게만큼 색이 바랬지만, 비석이 전하는 휼민(恤民)의 메시지는 장구한 세월을 뛰어넘어 오늘 더 빛을 발하고 있다. 최동열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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