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없다”

이정우 2024. 4. 22.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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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유예’ 등 의료계 요구 거부
개원의 타의료기관 진료 허용
공보의·군의관 파견기간 연장
의협 ‘출범’ 의개특위 불참 예고
의대교수 집단 사직도 변수로
충남대 병원 ‘주 1회 셧다운’ 결정
의대생 휴학·수업파행도 진행형

의료계가 요구해온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에 대해 정부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지난주 2025학년도에 한해 의대 증원분을 각 대학이 50~10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한 정부안에서 더 물러서는 ‘양보안’은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의사 단체의 반발이 여전한 가운데 의정 갈등 및 의료 공백 사태의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2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의료개혁은 붕괴되고 있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어렵고 힘들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료계를 향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원점 재논의와 1년 유예를 주장하기보다 과학적 근거와 합리적 논리에 기반한 통일된 대안을 제시해달라”고 촉구했다.
“꼭 이뤄주세요” vs “전공의 인권 보장”… 의대증원 향한 두 목소리 22일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 의대 증원 반대 등의 내용이 적힌 근조화환과 의대증원을 찬성하는 암환자 가족의 화환이 함께 놓여 있다. 세종=뉴스1
그간 의대 증원 규모 2000명을 고집해왔던 정부가 ‘모집인원 자율 조정’으로 한발 물러섰음에도 의료계가 ‘원점 재검토’ 주장을 굽히지 않자 의료개혁 강행으로 다시 선회하는 모습이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 역시 이날 브리핑에서 “이달 말이면 각 대학에서 (의대 증원과 관련한) 학칙 개정안을 만들어 제출하게 되는데 실질적으로 이후에는 조정하기가 어려워진다”며 “학부모나 학생들의 신뢰·이익을 보호해야 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정부는 이날부터 개원의가 수련 병원 및 일반 병원 등 다른 의료기관에서 지자체장의 승인 없이도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공보의와 군의관의 파견 기간을 연장하는 등 사태 장기화에 대한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회의 내용 등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이처럼 정부가 의대 증원 강행 의지를 재차 밝혔지만,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특히 이번 주부터 출범하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의 의사·전공의 단체 불참, 25일부터 예정된 의대 교수들의 사직,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 사태가 3대 ‘난제’로 꼽힌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이번 주 중 의개특위 첫 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의개특위는 민간 위원장 1인과 정부 위원 6인, 공급자·수요자단체 등에서 추천한 민간 위원 20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지난 20일 다른 직역이 참여하면 의사들의 요구사항이 반영되기 어렵다는 이유로 특위 불참을 선언했고,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도 이렇다 할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어 현재로서는 ‘의사 없는 의료개혁’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박 차관은 이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려면 조금 시간이 있으니까, 그 사이에 정부도 계속 (의사단체의) 참여를 촉구하고 대화를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의대 교수들의 병원 이탈 여부 역시 이번 사태의 큰 변수로 꼽히는데, 정부는 아직 의대 교수들의 사직 발효가 예정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대학 소속 의대 교수 중에서는 사직서를 제출한 사람이 많지 않고 별도로 사직 처리된 사례도 없다”고 말했다.

교수 사회에서도 실제 사직하는 인원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사직서는 쓰지 않았고, 동료 교수가 쓴 경우도 못 봤다”며 “솔직히 일주일에도 당직을 2∼3번씩 서는 필수의료 의사들은 지금 당장 견디는 것만으로도 버거워서 다른 생각은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몇몇 의대 교수가 실명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직 의사를 밝히거나 환자들에게 전원을 안내하고 있어, 실제 병원을 떠나는 사례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의료진의 피로 누적이 한계에 이르자 주 1회 ‘셧다운’을 결정한 병원도 나오고 있다. 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매주 금요일 외래 진료를 하지 않기로 이날 의결했다. 서울대 의과대학·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도 23일 열리는 총회에서 ‘주 1회 휴진’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22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 진료 지연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뉴스1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교수들의 사직으로 의료공백 장기화 사태 속에서 어렵게 적응하며 치료받고 있는 중증·희귀난치성질환 환자들의 투병 의지를 꺾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분만실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중증의료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25일 이후에도 부디 의료현장에 남아 달라”고 호소했다.

의대생들의 집단휴학 신청과 수업 파행도 진행형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수업을 재개한 대학은 23개교다. 당초 교육부는 전날까지 32개교가 수업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일부 대학은 학생들의 반발이 커 수업 재개를 다시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수업을 시작한 학교도 비대면 위주의 수업을 하고 있다. 일부 대학에선 학생들의 휴학을 승인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입장이지만, 교육부는 동맹휴학은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정우·정진수 기자, 세종=김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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