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문구·장난감, 여기서도 파네”...동네 문방구 대신하는 ‘이곳’

학교앞 문방구 줄어들자
CU 문구 매출 5년새 83%↑
다이소 ‘폴꾸’ 성지로 인기

편의점 CU의 동탄M메디컬점에 장난감이 진열된 모습. [사진 출처 = BGF리테일]

어린이날을 앞두고 편의점 CU 동탄M메디컬점의 경영주 정지온씨(34)는 분주해졌다. 정씨는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에서 ‘완구의 여왕’으로 통한다. 지난 2021년 7월 문을 연 이래 발주량을 늘리다 보니 동탄M메디컬점의 문구·완구 상품은 200여종으로 일반 점포 대비 5배 이상 많아졌다. 정 씨는 “아이들 장난감으로 점포 내 아기자기한 미니 코너를 꾸몄다”며 “동네 문방구가 사라지면서 편의점이 그 빈자리를 대체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편의점·다이소 등 유통 채널이 문구와 완구를 취급하면서 학교 앞 동네 문방구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방구가 학령인구의 감소와 학교에서 일괄 구매하는 준비물 제도 등으로 쇠퇴하던 와중에 생활용품점, 편의점 등이 문구·완구를 크게 강화하면서 빚어진 일이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CU의 지난해 문구·완구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7.9%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5년 전인 2018년과 비교하면 지난해 매출은 무려 83% 뛰었다. CU의 문구·완구의 매출은 지난해를 포함해 3년 연속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를 지나오며 약 12% 줄었던 매출은 2021년 15.5%, 2022년 53.1%씩 가파르게 증가했다.

특히 완구의 약진이 눈에 띈다. 최근 5년간 문구와 완구의 매출 비중을 보면 문구는 지난 2019년 65%에서 지난해 50.8%로 비중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반면 완구류는 2019년 35%, 2021년 43.8%, 2023년 49.2%로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필기구 등 문구는 물론이고 캐릭터 굿즈를 포함한 완구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CU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근거리 소비가 보편화되면서 소형 완구류의 매출도 덩달아 증가하는 모양새”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편의점에서 고객이 캐릭터 토이 캔디를 고르고 있다. [사진 출처 = BGF리테일]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취급하는 문구·완구는 지난 2019년 700여 종에서 현재 1300여 종으로 5년 새 두 배 가깝게 늘어났다. 문구·완구 매출은 지난 2021년부터 매년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 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문방구의 또 다른 대체자는 균일가 생활용품점인 다이소다. 다이소는 10대 사이에서 ‘폴꾸(폴라로이드 사진 꾸미기)’ 아이템의 성지로 불리고 있다. 유명 연예인이나 아이돌의 포토 카드를 꾸밀 수 있는 폴꾸 용품은 문구 매출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지난해 폴꾸 용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했다.

반면 학교 앞 만물상이었던 동네 문방구는 사라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2년 1만4731개였던 전국 문구소매점은 2019년 9468개로 줄었다. 매년 500여개 업체가 사라진 셈이다.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은 현재 7800여곳(무인점포 제외)의 문구소매점이 남은 것으로 추정한다. 남은 이들도 대부분 생계를 위해 폐업을 고민하거나 대리운전 등의 투잡을 뛰고 있어 조합은 문구소매점이 소멸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동네 문방구의 쇠퇴의 원인으로는 학령인구의 감소와 학교에서 일괄 구매하는 준비물 제도, 온라인 시장 확대 등이 꼽힌다. 장낙전 한국문구유통협동조합 이사장은 “학교에서 준비물을 제공하면서 학교 앞 문방구를 찾는 학생들의 발길이 뜸해졌다”며 “온라인 시장이 확대되고, 오프라인에선 생활용품점인 다이소가 문구용품을 취급하기 시작하면서 동네 문방구는 급격히 쪼그라들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