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격에 방탄복’… 김용 위증교사범, 변호사 사무실 취업 뒤 카톡엔

허욱 기자 2024. 4. 22.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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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알리바이 조작’ 재판서 아내에게 보낸 카톡 메시지 공개 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등에 대한 재판에서 증인에게 위증을 시킨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씨의 측근들이 거짓 증언 직후 변호사 사무실 직원으로 취업하는 등 사후 대비까지 기획한 정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이들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난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인물들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과거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인 박모씨가 지난 1월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는 22일 김용씨의 측근 박모‧서모씨 등에 대한 ‘위증 교사’ 사건 두 번째 재판을 열고 이들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검사가 제시하는 서증조사 절차를 밟았다. 이들의 부탁을 받고 위증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직 경기도상권진흥원장 이홍우씨도 함께 재판을 받았다.

이 재판은 김씨가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씨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날로 지목된 ‘2021년 5월 3일’ 김씨의 동선과 관련돼 있다. 검찰은 이날 오후 경기 성남시 유원홀딩스 사무실에서 김씨가 현금 1억 원을 전달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재판 중 수수 날짜를 ‘5월 3일’로 특정하자 김씨가 그날 다른 인물과 만난 것처럼 박씨와 서씨가 거짓 알리바이를 만들고 위증을 교사했다는 것이다.

◇변호사 사무실 직원 둔갑하고 ‘방탄복 입음’ ‘태클 방지용’ 아내에게 카톡

이날 법정에서는 작년 5월 8일 한 변호사 사무실이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박씨와 서씨의 사무실 직원 등록을 신청한 서류가 공개됐다. 해당 변호사 사무실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측근으로 활동한 임모 변호사가 운영하는 곳이다. 검찰은 박씨가 취업 직후 아내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도 공개했다. 당시 메시지에는 ‘변호사 삼실(사무실) 직원됨’ ‘검찰들 공격에 나름 방탄복 입음’ ‘네가 뭔데?에 대한 태클 방지용’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 시점은 이홍우씨가 실제 김용씨 재판에서 위증을 한 직후라고 한다. 이홍우씨는 작년 5월초 김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김용씨가 유동규씨에게 돈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날에 나와 다른 장소에서 회의를 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런 내용은 검찰의 동선 추적 등을 통해 거짓 증언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이 위증이 탄로 날 경우에 대비해 직원으로 둔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변호사가 시키는 대로 김씨를 도왔을 뿐이라고 주장하기 위해 직원으로 취업했다는 것이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지난 2023년 8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불법 대선자금 수수 관련 재판에 출석하는 모습. /뉴스1

◇검찰 “김용 알리바이용 아니면 자료 삭제 이유 없어”

이날 법정에선 김씨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2022년 10월에도 박씨가 구체적 대응을 모의한 정황도 공개됐다. 박씨의 텔레그램 메시지에는 ‘검찰이 (김용씨 혐의를)특정 못했다는 건 약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번 일정표를 토대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고 우리 쪽 자체적으로 기지국 위치 정보 자료를 취합할 수 있는지도 살펴봐야 할 것 같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김용씨는 그 다음달인 11월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박씨와 서씨가 향후 재판 과정에서 김용 알리바이를 위해 주변 인물들의 일정을 미리 취합하고, 카카오톡 대화 내역을 만들어 이를 공유하고 추가 내용을 업데이트하면서 김용 알리바이를 만든 것”이라고 했다.

박씨와 서씨는 이후 수사가 시작되자 김씨의 알리바이를 위해 조작했던 자료 대부분을 삭제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에 대해서도 “김용씨의 알리바이를 조작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면 박씨와 서씨가 이 자료들을 의도적으로 삭제할 이유가 없다”며 “(피고인 측 주장을)입증하기 위해선 이를 삭제하지 않고 보관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행동”이라고 했다.

◇재판장 “자료 확인도 안 하나” 피고인 측에 이례적 ‘질책’

서증 조사 도중 재판장이 이례적으로 박씨 측을 향해 호통을 치기도 했다. 재판장이 검찰이 제출한 자료 일부에 대한 증거 채택에 동의하는지 박씨 측에게 물어봤지만 “확인을 제대로 못했다”고 답변하자 지적에 나선 것이다. 재판장은 “제대로 확인하셔야 하는 거 아닌가. 왜 확인도 안 하는가”라며 “이것 말고도 (확인 안하는 것이) 많지 않느냐”고 질책했다. 이에 박씨 측은 “왜 화를 내시느냐”며 “차후 검토하고 의견을 내겠다“고 했다. 한 법조인은 “피고인 측이 재판 준비도 제대로 안 하고, 진행을 더디게 하는 것에 대한 경고 차원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박씨와 서씨는 지난달 18일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박씨와 서씨 측은 “피고인의 증언 거부권이 인정돼 피고인 신문을 거부할 수 있다”며 법정에서 묵비권을 행사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홍우씨 측은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한다고 했다.

김용씨는 작년 11월 1심 재판에서 유씨에게 불법 정치자금 등 총 6억7000만원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징역 5년과 벌금 7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다음 재판은 오늘 5월 29일 열기로 했다. 이날은 이홍우씨에 대한 검찰의 증인 신문이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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