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일론"…머스크가 브라질 극우 '영웅'된 까닭은?

김효진 기자 2024. 4. 22.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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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소나루 대선 출마 금지·X에 허위정보 유포 계정 차단 명령한 브라질 대법관과 설전… 보우소나루 "용기 있는 사람" 극찬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의 소유주 일론 머스크가 대선 불복 폭동 조장 혐의를 받고 있는 브라질 전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을 보면 21일(이하 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코파카바나 해변에 열린 수만 명 규모의 보우소나루 지지 우익 집회 곳곳에서 머스크에 대한 경의의 표현이 담긴 팻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고마워요, 일론 머스크" 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집회에 참석한 알프레도 퀘이로즈(68)는 머스크가 브라질 현 정권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집회에 참석한 세르지오 갈바오(51)도 "머스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라며 "우리는 보우소나루가 다시 권력을 잡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구스타부 가이어 브라질 하원의원은 "여기서 일어나는 일을 일론 머스크가 분명히 보고 있을 것"이라며 그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영어로 연설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도 이날 집회에서 머스크가 "우리 모두의 자유에 진정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고 "우리 민주주의가 가고 있는 방향과 우리가 얼마나 많은 자유를 잃었는지 보여준 용기를 가진 사람"이라며 박수를 보냈다.

머스크는 이달 초 정치나 이념 관련 허위 정보 및 혐오 메시지를 퍼뜨리는 이른바 '디지털 민병대' 관련 계정을 정지하라는 브라질 대법원의 명령에 반발해 브라질 극우의 눈에 들었다.

해당 결정을 내린 알레샨드리 지 모라이스 대법관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2022년 대선 불복 쿠데타 혐의 조사도 주도하고 있다. 모라이스 대법관은 지난해 6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선거 시스템에 대한 허위 정보를 유포했다며 2030년까지 8년간 대통령 후보 자격을 박탈 판결을 내린 브라질 최고선거법원(TSE)의 법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22년 10월 대선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에 패배했지만 지지자들은 선거 조작을 주장하며 결과에 불복해 이듬해 1월 브라질 대통령궁, 의회, 대법원을 습격해 점거했다. 선거 전부터 근거 없이 전자 투표 기계 조작 가능성을 제기해 조작설에 불을 붙였고 평화로운 권력 이양의 상징으로 전임자가 후임자에게 대통령 어깨띠를 넘겨주는 관례도 이행하지 않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해당 폭동을 조장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이달 초 X는 브라질 법원이 "브라질의 특정 인기 계정 차단" 명령을 내렸다고 밝히고 이 같은 조치가 "브라질 연방 헌법에 부합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머스크는 이와 관련 X를 통해 "브라질에서 막대한 수입을 잃고 브라질 사무실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지만 이익보다 원칙이 중요하다"며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뜻을 밝혔다.

머스크는 모라이스 대법관을 직접 지목하며 "그는 사임하거나 탄핵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모라이스 대법관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는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이 머스크를 영웅시하고 있는 이유다.

이에 모라이스 대법관은 머스크를 소셜미디어상 허위 정보 유포 관련 조사 대상에 추가하고 사법 방해 혐의 조사도 개시하겠다고 대응했다. 또 계정 차단 명령에 응하지 않을 경우 X가 하루 10만 헤알(약 2650만 원)에 달하는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로이터> 통신은 X의 브라질 현지 사무소가 모라이스 대법관에 X가 브라질 법원 및 최고선거법원에서 내린 모든 판결을 준수할 것이라고 밝히는 문서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분석가들이 투옥 가능성이 높아진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정치적 힘을 과시하기 위해 대규모 집회를 기획했다고 봤다고 전했다. 집회에서 머스크를 통해 브라질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것도 쿠데타 시도 등 각종 혐의에 직면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겐 나쁠 것이 없다.

▲21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열린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 지지 집회 현장에 "고마워요, 일론 머스크"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AFP=연합뉴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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