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보장성 강화' 지지한 시민들…개혁 완성여부는 미지수

김병규 2024. 4. 22.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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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대표단 토론·설문 첫 시도…'더 내고 더 받자' 우세
결과 놓고 "노후 빈곤예방 첫단추" vs "논의과정 문제 많아"
국회서 입법해야 개혁 '완성'…"21대서 처리" vs "22대로 넘겨야"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 숙의토론회 및 시민대표단 설문조사 결과 발표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김상균 연금개혁 공론화위원장이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숙의토론회 및 시민대표단 설문조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2024.4.22 uwg806@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권지현 기자 = 사상 처음 시도된 국회 차원의 국민연금 개혁 숙의 토론이 '보장성 강화론'의 '판정승'으로 마무리됐다.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보다는 더 두터운 노후소득 보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이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의 공론화위원회는 22일 의제숙의단이 마련한 2가지 안 중 보장성 강화에 중점을 둔 안이 재정 안정에 초점을 둔 안보다 더 높은 지지를 받았다는 내용의 시민대표단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특위는 공론화위가 설문 결과를 포함한 보고서를 제출하면 이를 토대로 여야 간 연금개혁 합의안 도출에 나설 예정인데, 합의안이 나와 얼마 남지 않은 이번 21대 국회에서 입법까지 이뤄지며 연금개혁이 완성될지는 미지수다.

국민연금 개혁 (PG) [양온하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토론할수록 '더 내고 더 받자' > '더 내고 그대로'

공론화위원회는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늘리고 보험료율을 13%로 높이는 방안(소득보장안·1안),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고 보험료율을 12%로 올리는 방안(재정안정안·2안) 등 두 가지 안을 놓고 시민대표단 492명이 참여하는 숙의 토론회를 열었다.

명목소득대체율은 40년 가입을 전제로 평균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을 뜻한다. 명목소득대체율이 상향 조정된다는 것은 노후에 받게 될 연금 수급액이 그만큼 높아져 국민연금의 노후 보장성이 강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험료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국민연금 기금이 많이 쌓이게 돼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의미가 있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가 작년 발표한 제5차 재정추계 결과에 따르면 제도가 현행대로 가면 2041년 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2055년 적립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 개혁 방안을 놓고는 보험료율을 인상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재정 안정론'과, 소득대체율을 올려 보장성을 올려야 한다는 '보장성 강화론'이 맞서고 있는데, 1안에는 보장성 강화론의 주장이 반영됐고, 2안은 재정 안정론과 가깝다.

두 가지 안이 공통적으로 담고 있는 보험료율 인상이 내년 이뤄지면, 1998년 이후 27년 만에 보험료율이 높아지게 된다. 국민연금 고갈 시점은 1안에서는 2062년으로 7년, 2안대로면 2063년으로 8년 늦춰진다.

토론회는 지난 13일, 14일, 20일, 21일 4차례에 걸쳐 열렸고, 지난달 22~25일, 첫 토론회 직전인 지난 13일, 토론회가 끝난 뒤인 21일 3회에 걸쳐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1차 설문조사에서는 1안이 36.8%(2안 44.8%)에 그쳤지만 시간이 경과할수록 높아져 2차 설문 조사에서는 50.8%(2안 38.8%), 3차 설문 조사에서는 56.0%(2안 42.6%)로 상승했다.

3차 설문에서 둘의 격차는 13.4%포인트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를 크게 웃돈다

'의무가입 연령 상한'과 관련, 시민대표단의 80.4%는 현재 만 59세인 의무가입 상한 연령을 64세로 높이는 방안을 선호했고, 17.7%는 현행 유지를 원했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아우르는 구조 개혁과 관련해선 현행 기초연금 구조를 유지하자는 응답(52.3%)과 기초연금 수급 범위를 점진적으로 축소하자는 응답(45.7%)이 오차범위 내 격차를 보였다.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 개혁의 경우 '보험료율 인상' 동의율이 69.5%에 달했다.

[그래픽] 국민연금 개혁안 2개 압축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국회 연금개혁 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연 의제숙의단 워크숍에서 '더 내고 더 받기', '더 내고 그대로 받기' 등 2가지 국민연금 개혁안이 채택됐다. 숙의단은 논의 끝에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에서 50%로 늘리는 안, 보험료율을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는 안 등 2가지 안을 정했다. yoon2@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노후빈곤 예방 첫 단추" vs "누적적자 늘 것" 갑론을박

마지막 설문조사에서 소득보장안(1안)이 우세하자 시민단체들은 "국민연금이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참여연대,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306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은 이날 논평을 내고 "시민들이 각자도생이 아닌 사회 연대를, 공적연금 강화를 선택한 것"이라며 "국민연금 본연의 기능인 모든 세대의 노후빈곤을 예방하기 위한 개혁의 첫 단추가 채워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의 축소와 사적연금 활성화로 재계의 이익 강화에 복무하는 보수언론과 재정론자들의 지속적인 여론 왜곡과 공포 조장이 제대로 된 정보 전달과 숙의에 의해 무력화된 것"이라고 환영했다.

또 "국민연금을 위해 국민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국민연금이 존재한다는 것이 공론화로 확인됐다"며 "국민보다 국가를 우선시하고 기금소진과 막대한 보험료로 국민을 협박하며 노후불안을 고조시켜 사적연금으로 알아서 노후를 준비하라는 기득권의 가스라이팅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재정 안정론 측에서는 "핵심 정보가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의사결정이 이뤄졌다"며 "문제가 많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2가지 안의 누적적자 차이가 2천700조원이나 되며 베이비붐 세대와 현 세대의 생애 보험료 부담이 5배나 차이 난다는 핵심 정보가 시민대표단에 알려지지 않았다"며 "이런 가운데 의사결정이 이뤄져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윤 위원은 연금 연구자와 언론인 등이 모인 연금연구회를 이끌고 있다.

그는 "시민대표단에서 '제대로 된 통일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발언이 나왔고, 2번, 3번 더 5천명, 1만명(의 시민 대표단)을 대상으로 (설문을) 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며 "이번 공론화위의 운영은 영국 같은 다른 나라처럼 핵심 정보를 주고 제대로 된 투표를 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윤 위원은 그동안 1안이 채택되면 2093년까지 적자가 702조 늘어나지만 2안은 같은 시점까지 적자를 1천970억원 줄인다"며 2안이 1안보다 개혁안에 가깝다고 주장해왔다.

'더 내고 더 받기', '더 내고 그대로 받기' 연금개혁안 2개 압축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12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당실에 민원인이 들어서고 있다. 2024.3.12 utzza@yna.co.kr

내달까지 입법 가능할까…"21대서 처리" vs "다음 국회 넘겨야"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토론을 벌이고 설문조사를 통해 의견 변화를 살펴보는 이번 숙의토론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민이 참여하는 연금 개혁'이 시도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다만 이런 논의가 입법이라는 개혁의 결과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다음 달 29일까지인 21대 국회에서 합의안이 나오고 입법을 마치기엔 일정이 빡빡하기 때문이다.

연금특위는 조만간 공론화위의 최종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여야 간 연금개혁 합의안 도출에 나설 예정인데, 21대 국회 임기 만료 전에 합의안을 도출하지 않으면 22대 국회에서 원점에서 다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총선 결과도 추진에는 부정적이다. 연금특위의 주호영 위원장은 총선에서 승리하며 재선에 성공했지만, 여당 간사인 유경준 의원은 낙선했고 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이 경선에서 탈락했다.

시민 대표단의 설문 결과를 놓고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는 보장성 강화론과 재정 안정론 두 진영은 연금 개혁의 속도에 대해서도 정반대의 의견을 내고 있다.

연금행동은 "시기를 놓쳐 22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체를 구성하고 논의하다 보면 대선에 묻혀 아무런 개혁을 이룰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시민들의 노후보장을 조금이라도 더 든든하게 만들고, 노후빈곤 위험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진짜 연금개혁이 이번 국회에서 입법화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반면 윤 위원은 "이번 국회는 이대로 처리하면 절대 안 된다"며 "왜 이렇게 의사 결정이 이뤄졌는지 의원들과 특위가 고민해 보고 다음 22대 국회에서 좀 더 차분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 "정부는 연금특위 논의과정에서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한 연금개혁이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처리 시점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더 내고 더 받기', '더 내고 그대로 받기' 연금개혁안 2개 압축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12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당실에서 민원인이 상담을 받고 있다. 2024.3.12 utzza@yna.co.kr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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