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더부살이’ 통영 제석초 학생들 “일단 모듈러 교실로 돌아가요”

최상원 기자 2024. 4. 2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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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티 구조인 1층 주차장은 기둥과 벽체가 시커멓게 그은 채 타다 남은 집기와 내외장재 조각들이 어지럽게 바닥을 나뒹굴었다.

지난달 18일 난 불로 폐허가 된 경남 통영 제석초등학교 본관 건물 모습이었다.

아이들은 매일 아침 제석초에 모여 학급별로 버스를 타고 피난 교실이 마련된 인근 학교로 흩어졌다가 수업이 끝나면 버스를 타고 제석초에 다시 모여 집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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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 제석초등학교의 한 교실. 지난달 18일 발생한 화재 사고 때의 긴박한 상황이 그대로 확인된다. 최상원 기자

필로티 구조인 1층 주차장은 기둥과 벽체가 시커멓게 그은 채 타다 남은 집기와 내외장재 조각들이 어지럽게 바닥을 나뒹굴었다. 지난달 18일 난 불로 폐허가 된 경남 통영 제석초등학교 본관 건물 모습이었다.

2층으로 올라가자 복도를 따라서 1학년 교실이 줄지어 있었다. 교실 입구에는 ‘교실 물건 모두 폐기’라고 쓴 종이가 붙어 있었다. 교실 내부는 화재 당시 발생한 연기로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고 어지럽게 방치된 책상 위에는 아이들이 두고 간 책과 공책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불길과 연기를 피해 허겁지겁 몸만 빠져나간 아이들의 모습이 어렵잖게 그려졌다.

지난달 18일 발생한 경남 통영 제석초등학교 화재 사고의 발화 지점인 본관 1층 주차장. 최상원 기자

제석초는 47개 학급에 전교생이 1138명으로, 통영에서 가장 규모가 큰 초등학교다. 지난달에 난 불은 재산 피해가 100억원대(경남교육청 추산)에 이르는 큰불이었다. 그러나 수업시간에 일어난 불이었음에도 인명 피해는 단 1명도 없었다.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학교 관계자는 22일 한겨레에 “평소 대피훈련을 꾸준히 했던 덕에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했다. 통영교육지원청은 “본관 내 20개가 넘는 교실과 급식실·전산실·도서실 등이 심하게 불탄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경남 통영 제석초등학교 1학년생들은 인근 죽림초로 피난을 가서, 이 학교 돌봄교실에서 수업하고 있다. 최상원 기자

졸지에 교실을 잃어버린 아이들은 인근 7개 초등학교로 분산돼 수업을 받고 있다. 1학년은 죽림초, 2학년 통영초, 3학년 한려초, 4학년 진남초, 5학년 유영초, 6학년 두룡초·용남초가 아이들의 ‘피난 교실’이다. 특수학급과 돌봄교실, 행정실, 관리실은 죽림초로 옮겨갔다.

매일 아침 제석초가 마련한 버스 25대가 아이들을 공부할 학교로 실어나른다. 아이들은 매일 아침 제석초에 모여 학급별로 버스를 타고 피난 교실이 마련된 인근 학교로 흩어졌다가 수업이 끝나면 버스를 타고 제석초에 다시 모여 집에 간다.

아이들의 피난 수업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애초 제석초는 이르면 내년 봄이면 학교 시설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최근 정밀안전진단에서 구조 보강이 필요한 것으로 나오면 2년 넘게 걸릴 수도 있다고 결론짓고 대안을 마련했다. 운동장 등 교사 빈 곳에 시설 복구 때까지 아이들이 공부할 ‘모듈러 교실’을 설치하기로 한 것이다. 이달과 다음달에 모듈러 교실이 차례로 완성되면 다음달 2일 2학년 175명, 13일 3학년 204명과 4학년 214명이 복귀해 수업을 받게 된다. 5학년과 6학년은 2학기에 복귀한다. 1학년은 마지막에 돌아온다.

경남 통영 제석초등학교는 인근 학교로 피난 간 학생들을 복귀시키기 위해 운동장에 모듈러 교실을 설치하고 있다. 최상원 기자

통영교육지원청 시설지원 담당자는 “2층 건물 1개 동과 3층짜리 1개 동 등 2~4학년을 위한 모듈러 교실 설치는 끝났고 지금은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용허가 등의 행정 절차가 남았지만 통영시 협조 덕에 계획된 일정대로 수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남 통영 제석초등학교 본관 2층의 체육자료실 모습. 최상원 기자
경남 통영 제석초등학교가 설치하고 있는 모듈러 교실의 내부 공사 모습. 최상원 기자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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