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새 최대주주' 유진 노조위원장이 여의도 본사 앞 시위 나선 까닭

김예리 기자 2024. 4. 22. 18:0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진기업 노조위원장 부당해고 판정, 복직 대화 요구"
"노조 기사 반론·정정도 아닌 삭제 요구, 언론자유 막기"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홍성재 한국노총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유진기업노동조합 위원장이 유진그룹 본사가 입주한 서울 여의도 파크원 타워 앞에서 유진기업에 복직을 요구하는 선전전을 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YTN의 공적 지분을 인수해 새 최대주주가 된 유진그룹의 유진기업 노조위원장이 시위를 시작했다. 노동위원회가 유진기업의 노조위원장 해고가 부당하다며 거듭 복직 명령을 내린 가운데 사측에 대화를 요구하면서다.

홍성재 유진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22일 낮 서울 여의도 파크원타워 앞에서 방송차량으로 유진기업에 복직을 요구하는 선전전을 했다. 파크원타워 23층에는 유진기업 본사 일부가 입주해있다.

홍 위원장은 “회사와 대화하기 위해서 시위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지방노동위와 중앙노동위 판정이 나온 뒤 2주일이 넘었고 복직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이 기간동안 회사는 한 번도 연락에 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서울지방노동위와 중앙노동위는 각각 지난해 12월과 지난 4일 홍 위원장이 유진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받아들이고 유진기업에 원직 복직을 명령했다. 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도 지급하라고 했다. 노조위원장 해고 조치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구제신청은 기각했다. 노동위 초심과 재심은 모두 사측의 징계 중 일부의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고 징계양정이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홍성재 유진기업 노동조합 위원장. 사진=김예리 기자

홍 위원장은 “해고 뒤 힘들게 싸워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지만 정작 회사는 아무 대답도 없어 답답하다. 회사는 저의 사업장 출입을 금지한 적도 있어 지난해 사업장 입구에서 출근인사만 하는 등 노조 활동이 크게 제약됐다. 노조 활동을 알리기 위해 방송차량 선전전을 택했다”고 했다.

유진그룹은 레미콘 등 건자재와 유통(유진기업, 동양), 금융(유진투자증권), 물류(유진로지스틱스 등)와 IT, 레저(유진엠) 등 사업 계열사를 두고 있다. 지난 2월엔 YTN의 새 최대주주가 됐다. YTN 대주주 공기업(한전KDN과 한국마사회)들이 정부 주도로 지분 31%를 매각하자 유진그룹(유진이엔티)이 이들 지분을 사들이면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서울 여의도 유진그룹 사옥을 찾아 유경선 회장과 만남을 요청했으나 사실상 거부당했다. YTN지부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민영화 승인에 반발하며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홍 위원장은 유진그룹의 노조를 대하는 태도를 두고 “마음을 터놓고 회사와 대화할 수 있다면 아무 문제 없었을 텐데, 회사가 대화조차 응하지 않아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노조를 만든 지 1년 8개월이 됐고, (한국노총이 유진기업 노조위원장에) 교섭권을 위임했는데도 회사는 제대로 응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노동위원회는 앞서 유진기업이 언론을 활용해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판정한 바 있다. 유진기업은 2022년 9~10월 유진기업 노조 관련 보도를 한 언론에 기사 삭제를 요구했고, 인천지노위와 중노위가 이를 부당노동행위로 판정했다. 유진기업이 같은 해 11~12월 전국 각 권역의 자사 총괄부장과 공장장, 팀장의 파업 참석 여부를 파악한 행위도 부당노동행위로 판정했다.

홍성재 위원장은 회사가 언론사들에 노조 기사 삭제를 요구한 데에 “노조가 보도자료를 보내지 않았던 기자들마저 회사로부터 (삭제 요구) 연락을 받고 전화를 해오더라”라며 “노동조합발 보도에 회사가 반론이나 정정 요구를 넘어 기사 자체를 내리도록 하는 건 분명한 부당노동행위다. 노동조합의 언론 자유를 보장하지 않고, 자본과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언론의 입까지 다물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유진기업노조는 노동위 판정을 근거로 유진기업을 노조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지만 불기소 처분이 나와 노조가 법적 대응 중이다.

유진기업 홍보 담당자는 이날 복직명령 이행 여부에 대해 “판정서 송달 전에 입장을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유진 측은 또 “회사가 노조위원장 사업장 출입을 금지시켰다는 주장은 분명한 사실왜곡”이라며 “노조는 지난 3월 사측에 노조 홍보활동과 고충상담 실시에 협조를 요청했고 회사는 업무에 지장 없는 범위 내에서 협조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실제 노조위원장은 올 3월 이후 14개 사업장을 방문해 활동했다”고 했다.

그러나 홍 위원장 해고통지서를 보면 유진 측이 '허가 없이 당사에 출입할 수 없음'이라고 밝힌 사실이 확인된다. 노조는 올초부터 수 차례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낸 뒤, 회사가 지정한 시간(휴게시간)과 장소에서 출입과 활동이 가능해졌다는 입장이다.

유진 측은 또 “회사가 교섭 해태를 보인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법과 원칙의 준수라는 일관된 입장을 가지고,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는 스스로 제시한 단체협약안의 1회독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 일방 조정신청을 했다”며 “언제나 노조의 교섭 요청에 환영이고 현재도 진행중”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사측이 교섭에서 노측이 제시한 각 조항에 거절 입장을 반복하는 한편 사측 안은 제시하지 않아 10번가량 만난 끝에 조정신청에 이르렀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진 측은 관련 입장을 묻는 질문에 추후 답변하겠다고 했다.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