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 자동차 단체, 전기차 수요 부진 탈피 위한 특단 대책 촉구
전기차 수요 감소가 전 세계적 현상이지만 국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성장세 둔화 단계를 넘어 오히려 역성장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국내 전기차 시장은 보급 이후 처음으로 판매량이 역성장(-1.1%)했다. 지난 1분기(1~3월)에도 전년 동기보다 25%나 줄어들었다.
지금과 같은 전기차 수요 부진이 이어지면 국내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 전환 동력 상실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11개 자동차 관련 단체가 모여 특단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는 22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전기차 수요 확대를 위한 핵심 보급전략’을 주제로 제35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을 열고 전기차 판매 부진 현상을 최대한 빨리 극복하기 위해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는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한국자동차연구원, 한국자동차공학회, 수소융합 얼라이언스, 한국자율주행산업협회, 한국전기차산업협회, 현대기아협력회, 한국지엠협신회, KG모빌리티협동회 등 11개 단체의 연합체이다.
이들은 전기차 대중화의 가장 큰 제약 요인으로 ‘충전 인프라’ 문제를 꼽았다. 딜로이트의 ‘글로벌 자동차 소비자 조사’(2023년 2월)에서도 전기차 구매 시 가장 우려하는 요인으로 한국 응답자들(복수응답 가능)은 ‘충전 소요 시간’(49%)과 ‘배터리 관련 안전, 기술 문제’(46%), ‘충전 인프라 부족’(42%) 등을 많이 지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규정 (주)엔지에스 대표는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전기차 충전기는 약 29만기가 운영 중이고, 충전기 1기당 전기차 1.86대를 부담하는 상황이어서 우리나라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수준은 미국(16대), 유럽(13대), 중국(8대)보다 우수하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그러나 “전기차의 확대 보급 및 충전시설 확충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이용자들은 여전히 충전 불편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고속도로 휴게소 등의 공공 충전 인프라는 한국이 우수하지만, 미국과 캐나다 등지는 개인 주택 차원의 완속 충전기 인프라 등이 잘 갖춰져 있는 편이어서 직접 비교는 어렵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전기차 대중화 시대에 부합하는 충전기 보급과 관리를 위해 접근성이 우수한 도심 내 주유소 부지 적극 활용 및 정책 지원, 극장·영화관 등 방문자들이 1~3시간이면 충전을 마칠 수 있는 중속급 모델의 보급 확대, 충전 사전예약제 도입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또 충전기 고유번호 체계 구축, 충전기 고장 표시 표준화, 전기차 충전기에 대한 전 주기 관리체계 도입, 충전기 관리 전담기구 설립 등도 필요하다고 했다.
권오찬 KAMA 책임위원은 수요 회복 시까지 한시적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긴급증액할 것과 충전요금 할인특례 제도를 부활하는 등의 특단적 조치를 주문했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전기차 보조금의 지속적인 축소로 전기차 구매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며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일부 구간에 한해 전기차가 진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의 전기차 사용자들에 대한 비재정적 인센티브 제공이야말로 단기간에 전기차 수요를 확대하는 좋은 정책 대안”이라고 말했다.
권재현 기자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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