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우 변호사의 호크아이 21] 교통사고 형사사건, 변호사 선임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

이길우 변호사 2024. 4. 2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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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형사전문 이길우 변호사] 교통사고 형사사건에 입건이 된 피의자 대부분이 변호사를 찾는 방법은 온라인 검색을 통해서다. 주요 검색 포털사이트나 영상에 소개된 플랫폼의 광고나 홍보성 콘텐츠를 보면서 판단한다. 문제는 이러한 광고물이 사건을 수행하는 변호사 실력을 담보하지 못하는 데 있다.

같은 변호사로서 조금 불편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최근 만난 의뢰인을 보면서 더 이상 미뤄둘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이 주제를 다루어보려 한다.

A씨는 냉동탑차를 운전하며 화물을 운송하는 일을 하고 있다. 사고가 있던 그날도 물건을 싣고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고속도로에 있는 터널을 지나기 직전 차선을 변경했는데, 옆 차선에서 동시에 차선을 변경하던 소형 승용차를 충격하고 말았다.

워낙 차량 크기에서 차이가 있다 보니 A씨는 사고가 일어난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여 그대로 운전을 계속하였다. 상대 차량의 운전자는 경찰에 A씨를 신고하였고 사건이 입건되면서 결국 도주운전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화물차를 운전하면서 아내와 두 아이를 부양하던 A씨에게 도주운전 혐의는 청천벽력이었다. 무엇보다 형사 처벌 그 자체보다 면허가 취소되고 4년 동안 운전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이 훨씬 큰 중압감으로 다가왔다. A씨는 부랴부랴 온라인 검색을 통하여 도움을 줄 변호사를 찾았다.

그리하여 A씨는 온라인 등에서 대량으로 광고하는 유명 로펌을 선택하였고 거액의 비용을 지불하면서 사건을 맡겼다. 하지만 해당 사무실은 경찰에 의견서를 한 번 제출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조력행위를 하지 않았다. 경찰 조사가 종결되면서 사건은 검찰로 송치되었지만 검찰 단계에서도 유의미한 추가 조력 없이 시간만 흘러갔다.

이 과정에서 무슨 문제점이 있었는지 하나씩 살펴보자.

A씨가 유죄인지 무죄인지는 아직 결론이 나기 전이므로 그 부분은 넘어가겠다.

첫째, 도주운전으로 사건이 입건되면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는 피의자로 신분이 바뀐다. 죄가 확정되기 전이라도 경찰은 피의자의 면허를 취소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무죄가 나오기 전까지 운전할 수 없게 된다.

이미 언급한 바대로 A씨는 화물차를 운전하면서 생업을 꾸리는 사람이었다. 사고가 일어난 후 발급되는 40일 임시면허 기간이 끝나면 A씨는 더 이상 운전을 할 수 없다. 재판에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소 반년 이상 운전을 할 수 없다. 이 상황에서 변호사는 피의자 의뢰인을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중앙행정심판위원회를 상대로 자동차운전면허취소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만일 기각이 되면 국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할 수 있다. 물론 행정심판이나 소송이 의뢰인의 면허를 100% 유지시킬 거라 장담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 절차를 밟지 않으면 A씨는 본인을 방어할 아무런 대책이 없다. 그냥 사건이 끝날 때까지 생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맞는가?

둘째, 이 사건은 피해자가 있다. 비록 도주운전으로 입건되었지만 A씨는 본인이 사고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상 도주운전을 판단할 때는 그 의도를 찾는다. 음주운전이 가장 많은 경우다. 사고 사실을 알았음에도 술을 마신 탓에 음주운전이 걸릴까 봐 도망을 갔다고 의심받는데, A씨는 사고 직전과 직후 가족과 편하게 통화하는 녹음 파일이 있었다.

아울러 대부분 일반인은 범죄를 저지른 후 불안한 마음을 행동으로 보여주게 된다. 하지만 사고 당일 A씨 통화내용을 보면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이 또한 분명히 유리한 정황이지 않은가?

하지만 어쨌든 피해자가 발생했기에 A씨는 피해자와 합의할 필요가 있다. 결코 죄를 인정해서가 아니라 도의적인 책임을 진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 피해자 합의는 재판부에서 추후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릴 때도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

재판부 입장에서는 여러 정황을 볼 때 무죄에 대한 심증이 있어 선고를 내리고 싶어도 만일 피해자가 계속 탄원하면 아무래도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피해자 합의가 끝났다면 사건을 바라보는 데 있어 철저하게 증거 중심으로 상황을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 사건에서 A씨는 피해자와 합의를 적극적으로 타진해야 했는데, 해당 변호사 사무실은 사건이 검찰에 송치가 되고 기소가 될 때까지 전혀 피해자 합의에 대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이 답답한 A씨가 변호사 사무실에 독촉했지만 역시 움직임이 더뎠고 결국 A씨는 본인이 스스로 피해자와 접촉을 하였다. 안타깝게 합의는 현재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물론 피해자 마음을 여는 데 있어 사고 당사자가 직접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사과 이후 실질적 협상에서는 대리인이 반드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라고 거액을 주고 변호인을 선임한 것이 아닌가?

뒤늦게 본 변호사를 찾아온 A씨로부터 사건 내용을 전달받은 후, 현시점에서 취해야 할 점을 설명드렸다. 결국 A씨는 기존 변호인을 해임하고 사건을 본 변호사에게 위임하였다.

이제 시작이지만 여러 정황상 본 변호사는 A씨의 무죄를 확신한다. 일단 가장 급한 면허취소를 취소하라는 행정심판을 청구하였고, 피해자와 접촉도 바로 시작하였다.

이후 만일 사건이 기소된다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여 A씨의 억울함을 해결해보려 한다. 의뢰인을 위하여 지식과 경험을 최대치로 쏟는 것, 그게 바로 교통사고 형사전문변호사가 존재하는 이유다.

|이길우 법무법인 엘케이에스 대표변호사. 공대 출신,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하기도 했지만 뜻한 바 있어 사법시험을 2년 반 만에 합격하고 13년째 교통사고 형사전문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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