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협치 없으면 지킬 수 없는 尹의 '부동산 약속들' [추적+]

최아름 기자 2024. 4. 2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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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민생토론회서 약속한 정책들
부동산 규제 완화와 공급책 추진
시행령 개정으로 바꾼 것 있지만
진짜 약속 지키려면 국회 동의 필요
부동산 정책 위해 협치 가능할까

윤석열 대통령은 올 1~3월 개최한 민생토론회에서 국민들과 만나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다주택자 규제를 완화하고 재건축을 활성화하며, 부동산 민간기업엔 금융지원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시행령'을 발빠르게 개정해 바꾼 것들도 분명 있다. 하지만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 부동산 시장을 살리려면 야당과의 협치가 선행해야 한다는 거다. 선택은 윤 대통령에게 달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24차례의 민생토론회에서 부동산 규제 철폐, 민간 기업 지원을 약속했다.[사진=뉴시스]

"다주택자 규제는 풀고, 부동산 공급은 늘리겠다. 재건축은 활성화하고 부동산 기업은 지원하겠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부동산 활성화 정책의 골자다. 올 1~3월 24차례 개최한 민생토론회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은 비슷한 맥락의 플랜을 내놨다. 그럼 이 계획의 현실화 가능성은 얼마만큼일까. 하나씩 살펴보자.

■ 약속➊ 다주택자 규제 완화 = 윤 정부는 2022년 집권 초기부터 '다주택자의 징벌적 세금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공언했다. 1~3월 민생토론회에서도 중과세 철폐, 취득세 감면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중 몇몇 공언은 시행령 개정을 통해 현실화했다.

윤 정부는 소득세법 시행령을 일부 개정해 다주택자의 중과세 배제 기한을 2025년까지 늘렸다. "중과세 자체를 완전히 폐지하겠다"는 공언은 유예했다. 취득세 역시 지방세특례법 시행령을 일부 개정해 '생애최초' '출산ㆍ육아가구'에 한해 감면 조치를 시행 중이다. 전용면적 60㎡(약 18평) 이하 소형주택이나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했을 때 주택수에서 제외하겠다는 정책 역시 지방세법 시행령 일부 개정으로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중과세를 완전히 없애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면 소득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건데, 4ㆍ10 총선에서 다수당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은 다르다.

더불어민주당은 부동산 민생토론회가 열린 다음날인 1월 11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중과세 폐지는 다주택자의 투기 부담만 줄여주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다주택자의 세금을 줄여주는 건 부자감세의 일환'이란 여론의 비판도 넘기 힘든 산이다.

■ 약속➋ 재건축 활성화 = 민생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이 약속한 건 또 있다. 재건축ㆍ재개발 규제 완화다. 구체적 방안으론 1기 신도시 5곳에 재건축 선도지구 지정, 안전진단 완화, 용적률 최대 500%, 공공이주단지 조성을 제시했다.

1기 신도시에 한정했지만 안전진단 완화 및 면제는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시행령을 개정해 시행하고 있다. 먼저 안전진단 완화의 내용을 보자.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조례 기준 이상으로 공공기여분 제공시 안전진단을 면제받을 수 있다. 지자체장 권한으로 5%포인트 범위 내에서 안전진단 평가항목별 비중도 조정할 수 있다. 가령, 실제 안전과 이어지는 구조안전 평가항목 비중은 줄이고 안전과 연관성이 적은 주거환경 평가항목 비중은 늘릴 수 있다.

[자료 | 국토교통부, 사진=뉴시스]

시행령 개정으로 5%포인트 내 변동이 생긴다면 덜 낡았지만 위험한 아파트가, 낡았지만 튼튼한 아파트보다 재건축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시행령 개정의 함정이다.

'용적률 완화' 약속도 같은 법 시행령을 개정해 시행 중이다. 윤 정부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31조를 개정해 해당 지역의 용적률을 최대 150%포인트 늘리는 걸 허가했다.

예컨대, 제3종일반주거지역에 있는 성남 분당신도시의 최대 용적률은 300%, 제2종일반주거지역에 위치한 고양 일산신도시의 최대 용적률은 250%다. 여기에 특별법 시행령 31조 개정안대로 용적률을 최대 150%포인트 완화해도 450%다. 윤 대통령의 말대로 500%까지 완화하려면 종상향(준주거지역) 등의 또다른 절차가 필요하다.

■ 약속➌ 민간기업 지원 = 최근 3년간 우리나라에서 착공하는 주택 10호 중 8~9호는 민간이 만들었다. 윤 정부가 '공급'을 빌미로 민간기업 지원을 말하는 덴 나름의 이유가 있긴 하다.

윤 대통령은 민생토론회에서도 부동산 시장에 자금을 투입하기 위한 대책을 밝혔다. 미래도시펀드 조성(12조원 규모), 1기 신도시 전용 보증상품 출시, 도시형 생활주택 등 건설 기준 완화, 건설자금 지원 확대, 공적 보증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확대, 기업형 임대사업자 육성 등이다.

그중 '미래도시펀드를 조성하겠다' '신도시 전용 보증상품을 출시하겠다'는 약속은 내년에야 윤곽이 드러난다. 올해 안엔 자금 수혈을 하기 어렵다는 거다.
공적 보증 PF 확대의 일환으로는 미분양 가능성이 있는 민간 사업장을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꼽힌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여태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을 위한 임대리츠에 출자해왔다. 정부는 이 사업에 PFㆍ미분양 위험이 있는 민간사업장을 더 끼워넣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원 규모와 사업장 선별 기준 등은 5월쯤 명확해진다.

기업형 임대사업을 육성하겠다는 약속은 '건물주'라 불리는 개인 임대사업자 대신 기업이 나서 민간임대 시장에 주택을 공급하는 거다. 박근혜 정부에서 '뉴스테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고 문재인 정부에선 '기업형 임대주택'으로 사업을 이어갔다. 현재는 주택도시기금의 지원을 받아 '공공지원민간임대' 형태로 공급한다.

공공지원민간임대 주택엔 원래 무주택자ㆍ청년ㆍ고령자ㆍ신혼부부만이 입주가 가능했다. 이런 공공지원민간임대 주택에 윤 정부는 '공공이주단지' 역할까지 부여했다. '1기 신도시 재건축'으로 이주해야 하는 집주인들이 입주할 공간을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에 마련해준 셈이다. 다만, 기존에 있던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에는 집주인들이 입주할 수 없다. 1기 신도시 거주자를 위한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은 새로 지어야 한다.

■ 약속➍ '공급' 플랜 = 윤 정부는 2022년 출범할 때부터 '공급'이 부동산값 안정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주택 착공량은 그 전 2년보다 늘지 않았다. 민간 건설시장이 쪼그라든 탓이다. 그 빈틈을 채워야 할 공공 부문의 인허가나 착공 건수도 이전보다 줄었다. 민간도 공공도 공급에서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윤 대통령은 민생토론회에서 올해부터 부동산 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며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했다. 공공주택 연내 14만호 허가, 신규 택지 2만호 분량 발굴, 3기 신도시 3만호 추가 물량 확보, 소형 주택 전년 대비 2배치인 12만호 공급이다. 실제로 얼마나 약속한 물량을 채울 수 있는지는 지켜봐야 한다.

정부는 민생토론회 당시 시행령으로 고칠 수 있는 건 최대한 고쳐서 결과를 내놓겠다고 했다. 하지만 중과세 완전 철폐 등 국회가 동의해야 할 수 있는 약속들도 있다. 정부의 '공언'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얘기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끌었던 '민생토론회'의 약속은 지켜질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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