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더 내고 더 받겠다"… 시민대표단 '소득보장론' 선택 [오늘의 정책 이슈]

정재영 2024. 4. 2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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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특위 공론화위 네 차례 숙의토론
시민대표단 의견, 학습 후 반대로 뒤집혀
기초연금 수급범위에 대해서는 의견 팽팽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가 최근 3차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시민대표단 492명은 연금개혁 학습 전엔 ‘더 내고 똑같이 받는’ 재정안정 쪽을 택했지만, 학습 후 ‘더 내고 더 받는’ 소득보장론으로 뒤집혔고 4차례 숙의토론 뒤엔 소득보장론으로 완전히 굳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개혁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기 전에는 ‘연금 고갈’을 더 우려했다면, 학습·토론 후엔 실제 받게되는 연금 규모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기초연금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할지, 수급범위를 점진적으로 축소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팽팽해 앞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숙제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10명 중 8명은 국민연금 의무가입 상한연령을 64세로 올리자는 데 찬성했다.
시민대표단 500명이 지난 14일 KBS 방송국에서 국민연금을 어떻게 개혁할지 결정하는 숙의토론을 하고 있다. KBS 유튜브 캡처
◆학습·토론 후 소득보장론으로 뒤집혀

22일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위에 따르면 시민대표단 492명은 현행 ‘보험료율 9%·소득대체율 42%(2028년까지 40%로 하향 예정)’에서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로 늘려 소득보장을 강화하는 1안과 ‘보험료율 12%·소득대체율 40%’로 보험료율만 늘려 ‘더 내고 그대로 받아’ 재정안정을 강화하는 2안에 대해 3차례에 걸쳐 여론조사를 했다.

연금개혁 학습 전인 지난달 22∼25일 실시된 1차 여론조사에선 재정안정에 방점을 찍은 2안이 44.8%로, 소득대체율을 강화한 1안(36.9%)을 앞섰다. 4차례에 걸친 시민대표단 숙의토론회가 열리기 전만 해도 재정안정에 힘이 실린 셈이다.

실제 1·2차 시민토론회에서도 “매번 (국민연금이) 고갈된다는 얘기만 나오는데, 30년째 고통받고 있다. 왜 고갈되는 걸 국민만 고통받아야 하느냐”는 의견이 나왔고, ‘연금기금이 소진될 경우 공적 자금을 투입할 순 없는지’에 대한 시민 질문이 이어졌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국민연금 가입자가 전 국민의 60~70%여서 국고를 투입하면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국고 투입은 최후의 수단이라고 했다.

연금 고갈에 집중된 관심은 연금개혁 학습 후에 “소득을 더 보장해야 한다”는 쪽으로 뒤집혔다. 지난 13일 첫 숙의토론 시작 직전 2차 여론조사에서 소득보장론(1안) 측은 50.8%로 1차에 비해 13.9%p나 증가한 반면, 재정안정론(2안)은 38.8%로 오히려 6%p 줄었다.
특히 1차 조사 때 “잘 모르겠다”는 비율이 18.3%였는데, 2차 조사때엔 10.3%로 줄었다. 마음을 정하지 못하던 이들 상당수가 1안을 택했고, 2안 선택자 일부도 마음을 바꾸면서 두 안의 격차도 12.0%p로 커졌다.

4차 토론까지 끝난 직후인 21일 이뤄진 3차 조사에선 1안은 56.0%, 2안은 42.6%를 기록했다. 소득보장론 측은 2차에 비해 5.2%p 늘고 2안도 2차에 비해 3.8%p 증가한 결과, 두 안의 격차는 13.4%p로 굳어지면서 한 달 간 진행된 시민대표단 활동은 막을 내렸다.

◆기초연금 유지·축소엔 팽팽

지난해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40.4%인 가운데, 65세 이상 중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 대상 축소 여부는 4차례 토론에서 격론을 벌인 것처럼 여론조사에서도 ‘현구조 유지’ 52.3%, ‘수급범위 점진적 축소’ 45.7%로 팽팽하게 맞섰다.

국민연금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는 기초연금은 올해 1인당 월 최대 33만4810원인데, 용돈을 벗어나 실질적 도움을 주려면 대상을 축소하고 지원금액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 소재 국민연금공단 지사의 모습. 뉴시스
재정안정파인 김수완 강남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토론회에서 “노인 10명 중 7명이 기초연금을 30만원 넘게 받아도 10명 중 4명이 여전히 빈곤하다면 기초연금액이 충분하지 않은 것”이라며 “빈곤한 분들에게 조금 더 많이 드릴 수 있는 기초연금 제도를 운용해야 한다”고 했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도 “지금처럼 70%를 고수하는 대신에 중간소득 정도로 지급기준을 변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소득보장 쪽인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금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보장을 모두 넓게 유지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며 “더 빈곤한 노인에게는 주거수당 등 별도 소득 보장을 추가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제갈현숙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초연금 받는 대상을 줄이면 그만큼 노인 빈곤 규모가 커질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공론화위는 세대간 형평성 제고방으로 ‘국민연금 지급의무 보장’(동의 92.1%) 및 ‘기금수익률 제고’(동의 91.6%) 방안이 많이 선택됐고, 퇴직연금은 ‘준공적연금 전환’ 방안이 46.4%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정재영·조희연·이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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