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배된 '쥴띠'의 챌린지 영상, 이들 성공 서사는 계속될까

이동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방문연구원 2024. 4. 2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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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다이어리] 케이팝 중소기획사가 살아남는 법

최근 이른바 '쥴띠'의 챌린지 영상이 인스타그램 릴스 창을 도배하고 있다. '쥴띠'는 아이돌 그룹 키스오브라이프(KISS OF LIFE, 이하 키오프)의 멤버 쥴리와 나띠의 조합을 일컫는 말이다. 댄스 실력이 출중한 둘의 케미가 심상치 않다. 특히 키오프의 나띠는 아이돌 지망생의 생존 서사를 새로 썼다. 그가 지나온 발자국을 보면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2013년 SM 태국 오디션을 시작으로 3000명의 경쟁을 뚫고 JYP의 연습생으로 한국에 온 나띠는 2015년 <SIXTEEN>, 2017년에는 <아이돌학교>라는 리얼리티 오디션에 참가했다. 이후 한동안 연습생 생활을 지속하다 2020년 솔로 가수로 데뷔했지만 주목받지 못했고 키오프로 재데뷔한 2023년까지 약 10년의 연습생 기간을 보냈다. 물론 10년의 연습생 기간을 보낸 아이돌은 트와이스의 지효를 비롯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타국에서 6개가 넘는 소속사를 거치며 여러 번의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과 데뷔 좌절을 반복하는 건 성인도 견디기 힘든 여정일 것이다. 그의 데뷔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건, 키오프가 중소 기획사 소속이라는 점이다.

아이돌은 상품이자 문화이자 하나의 생산 체계이다. 아이돌 연습생은 투자의 대상이지만 탈락한 연습생의 꿈과 희생은 매몰비용이기도 하다. 긴 연습생 생활과 매달 이뤄지는 경쟁, 데뷔 직전의 멤버 교체 등은 아이돌 성공을 담보하는 효과적인 전략이지만, 이는 다수 연습생의 정신적·교육적·경제적 취약성의 토대 위에 세워져 있다. 다양한 오디션 경쟁을 통한 데뷔조 선발은 케이팝 시장의 불확실한 성공의 손실을 보전한다. 대중문화예술발전법 제정과 표준계약서의 도입 이후 7년으로 전속계약 기간이 제한되었기 때문에 소속사는 아이돌의 연습생 기간 교육 투자 비용과 데뷔 시 투입하는 막대한 자금을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회복하려 한다. 따라서 대형 기획사는 자사 플랫폼을 통한 소통의 상품화 과정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며 이는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과거 주주 자본주의에서 기업의 이익 추구는 절대 선이었고 성장과 확대는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필수 전략이었다. 이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IPO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트렌드가 되었고 인수합병은 서브레이블의 설치 등과 같이 인기 있는 성장 전략이 되었다.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의 구축은 성장과 발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중소형 기획사의 생존은 단순히 감정적 차원을 넘어 케이팝 산업 생태계 유지를 위해 필수적이다. 주요 대형 기획사가 상장 기업인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특성상 주주 중심 자본주의에서 벗어나기는 어렵지만 중소형 기획사 역시 주요 이해관계자라는 점, 그리고 이를 넘어 중소형 기획사도 문화산업 생태계를 공유하는 주인공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자본의 규모에 따른 힘의 논리가 지배적인 케이팝 시장에서 중소형 기획사 소속 걸그룹이 생명력을 가지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눈에 띄는 '중소돌'의 성공 사례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기도 한다.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의 글로벌 성공이 그랬고 하이키(H1-KEY)의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의 역주행도 중소 기획사의 성공 가능성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이러한 사례들은 '중소의 기적'이라고 불릴 만큼 드문 데다 유명세를 얻은 이후 스캔들이나 분쟁으로 그 파급력을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반짝 성공은 오히려 아이돌에게 무리한 스케줄로 인한 부담과 대중의 관심 변화에 대한 불안을 초래하기 쉽다.

2021년 초 롤린의 역주행으로 기적적 신화를 써 내려간 브레이브걸스 역시 2023년 초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 종료 후 워너뮤직 코리아로 이적하여 '브브걸'로 컴백했으나 그 인기가 많이 사그라들었다. 중소형 기획사의 반짝 성공은 단순히 대중의 관심이 쉽게 변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수익구조가 단순한 중소형 기획사의 경우 단기적 유명세를 기업의 장기 수익으로 전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때문에 '쥴띠'의 댄스 챌린지의 파급력이 키오프 그룹의 성공과 장기적 기업 수익으로 전환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키스오브라이프. ⓒS2엔터테인먼트

[이동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방문연구원(micsdj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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